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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사에 가려진 미시사에 대한 책읽기는 전체가 아닌 일부를 통해 세계를 조명함으로, 우선 점층적이며 다분히 서술적이고 소설의 구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역사와 소설을 넘나드는 Crossover의 책읽기에 빠져보기를..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미시사란 무엇인가
곽차섭 엮음 / 푸른역사 / 2000년 8월
19,500원 → 17,550원(10%할인) / 마일리지 970원(5% 적립)
2003년 08월 22일에 저장
구판절판
나, 황진이
김탁환 지음, 백범영 그림 / 푸른역사 / 2002년 8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2003년 08월 22일에 저장
절판

치즈와 구더기- 16세기 한 방앗간 주인의 우주관
카를로 진즈부르그 지음, 김정하.유제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11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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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8월 26일에 저장

미시사서술의 고전.
왕 여인의 죽음
조너선 D. 스펜스 지음, 이재정 옮김 / 이산 / 2002년 5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03년 08월 22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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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 하였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환하게 밝혀주던 시대는 또 얼마나 행복하였던가'

헝가리의 철학자이자 문학이론가이며 미학자인 게오르그 루카치의 말이다. 세상과 문학이 한 없는 순수함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것인가. 작가는 작품을 '작가의 영혼'이란 표현한다. 그러므로 다른이의 작품을 모방하고 도용하는 행위를 작가의 영혼을 짓밟는 파렴치한 행위로 모독이라 생각한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작가의 영혼은 어떠할까? 아마도 쥐스킨트는 이 소설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통해 세상에 대한 길과 자신만의 소설에 대한 향수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매우 기형적인 삶과 모습을 가진 한 살인자의 내면은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갈등과 좀더 아름다운, 좀더 완벽한 향수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노력의 인생이다. 소설가의 인생도 그러하리라. 쥐스킨트가 살고 있는 현대세계사는 좌판의 썩은 생선냄새와도 같은 고약한 악취만이 풍겨나는 이데올로기들의 시장이다. 그 속에서 작가의 문학과 작품에 대한 열정은, 루카치가 말한 '별이 빛나는 창공'이 아닌 오직 억압과 굴레만이 존재하는 이데올로기에 좌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우리 80년대의 시절처럼 문학과 예술은 심의되어, 절단되고, 사장되고 꺽어지고, 한줌의 재가 되어 버리지 않았던가. 그리고, 많은 예술가들은 펜을 꺽고 거리의 최류탄 가스에 몸을 던지지 않았는가 말이다. 쥐스킨트의 내면을 대변하는 그르누이의 향수에 대한 열정은 그와 닮아 있다. 악취만이 가득한 인간의 울타리에서는 완벽한 향수의 완성은 고달픈 고행일 뿐이기에 인간을 떠나 도피의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데올로기의 냄새가 나지 않는 곳으로. 하지만 결국 습한 동굴속에서 그르누이가 깨달은 것은, 다시 말해 쥐스킨트가 깨달은 것은 문학에 대한 완벽한 향수는 세상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쥐스킨트는 붓을 꺽고 칩거할 수도, 세상에 맞서 싸워 이겨낼 수도 없었으며, 완벽한 소설의 향수에 도달하였다 해도 그것을 작품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세상이라는 것에 매우 자포자기하지 않았을까. 결국 세상에 대한 눈속임에 고통스러워 해야만 했고, - 광장에서의 향수에 취한 사람들의 광경 - 완벽한 소설의 완성을 위해서 행했던 살인과 실험은 자신을 치장하기 위해서도, 광장에서의 몽매한 이데올로기의 평가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향기를 전혀 맞을 수 없는, 작가의 영혼을 들여다볼 수 없는 무력한 현실에 대한 것도 반성만이 남아있다.

고뇌하는 작가의 영혼은 결국 아무보잘 것 없는 묘지기들에 의해 산산히 부서지듯이, '길'을 비춰줄 '별빛'도 없는 세상에선 작가의 영혼도, 행복을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일 것이다. 작가의 순수함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절망적인 메시지일 것이다.

향수에 대한 그르누이의 끝없는 열정과 쥐스킨트의 소설에 대한 끝없는 열망이 그렇게 아름다운 소설이다.

그랬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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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각본 살인 사건 - 상 - 백탑파白塔派 그 첫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1
김탁환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세상에 존재하는 무엇이든간에 '그냥!'이란 말은 참으로 심심하고 무료하기만 하지요. 얼마전 한 CF에서 두 친구가 옥상에 올라 '그냥! 친구가 진짜 좋은 친구다!'라는 우정의 테두리를 얘기했지만 어쨌든 거기에서도 목적은 맥주한잔 먹는것(광고주생각이지만..)에 있었으니 다분히 그냥이라는 광고카피는 그냥한게 아니겠지요..

한국사라는 테두리는 너무나도 넓고 광범위하지요. 꼭 알아야할 인물들만 파고 들어가도 한참 지나다보면 다시 앞에 알아둔 인물이 기억에 가물가물하고..역사학자들이 사건들을 연구하고 기록하여 다듬어놓은 문장들을, 읽은 이 역시 사실 그대로 머리에 기록하려다보니, 컴퓨터 어딘가에 복사된 파일들처럼 기억하기 너무나도 난해하기만 하지요.

김탁환의 소설은 그렇지 않아서 참 좋습니다. 지난 소설 <허균, 최후의 19일>에서도 그랬지만 허구적인 인물들을 참 매력적으로 잘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들어진 인물의 손짓하나하나, 눈짓하나, 손놀림, 옷자락까지...대개 가상의 인물이다보니 회와 장수를 거듭할수록 약간의 변동이나 오점이 드러날수도 있으련만 역사에서 사실인물이었던 양, 거드름을 '허허'피우면서도 잘도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단 말입니다.. <방각본 살인 사건>에서도 김진과 이명방의 천연덕스러움이 조선시대 북학파의 대두이던 박지원과 홍대용을 비롯한 박제가, 유득공 등등. 오히려 이 백탑파 사람들을 허구인으로 만들어 읽은이로 하여금 참으로 정겹게 만들어주고 있지 않습니까?

이것도 이 소설의 매력이라도 할 수 있다면, 현재 MBC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다모'와의 유사한 구성도 한층 매력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우선적으로 '다모'와 <방각본 살인 사건>의 유사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주인공, 화자가 좌포청과 의금부.. 한마디로 조선시대 폴리스라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공록을 얻어먹고 사는 이들의 고초와 타락한 공신들의 음모과 좌초가 그려지는 것이겠지요.

여기에 더해, 왕(king)이라는 공개적이며 절대적인 권위와 신분이 이들 드라마와 소설에서는 절대자가 아닌 협조자 또는 동조자가 되기도 하고.. 암묵적인 지령자가 되어 사건해결의 정당성을 부여해 줍니다. 왕이 참으로 친밀하게 다가오지요.. '다모'에서는 임금이 의금부로 친히 나와 훈련대장의 취조를 직접 호령하고, <방각본...>에서는 임금이 야밤에 서생들 집으로 납시어 호된 꾸지람을 던져놓고 돌아가기도 하지요..어찌 보면 조선시대 왕들의 야행이나 암행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대하드라마나 역사드라마에서는 자주 들어나지가 않았습니다. 이것도 어떤 규제가 있었던것인지..

또, 하나의 공통점은 역모, 즉 반란입니다..빼어놓을 수 없지요..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건의 발단 단계는 작은 부분, '다모'에서는 사주전의 발견과 추척, <방각본 살인 사건>에서는 연쇄살인사건. 그 해결의 과정에 중범죄의 뿌리가 역모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이 외에도 반대편 인물과의 사랑과 연민.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 원흉의 실체.등등 '다모폐인(嬖人)'을 자청하는 이들이라면 한번 꼭 권해주고 싶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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