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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러 나가다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연극, 숨쉬러 나가다>

공기 밖에 없는 무대, 그 곳에서 숨쉬는 이야기




연극 속으로..


조지볼링의 현실은 이렇다. 

너무나 현실적인 아내, 징징거리기만 하는 아이들.. 

1차세계대전의 악몽에서 겨우 벗어나나 싶더니, 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고, 

주위를 둘러봐도 평화와 안락, 그리고 유일한 취미라 볼 수 있는 낚시를 할 곳 조차 찾을수가 없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아내도 모르는 돈이 생기게 되고, 

조지볼링은 어떻게 돈을 쓸까 고민하다 어린시절 자신이 살던 런던 외곽 마을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과연 그가 선택한 숨쉬기 위한 여정은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하나의 주인공,  두 명의 배우.. 


정말 오랜만에 연극을 관람할 기회가 생겼다. 공연의 주인공은 가톨릭청년회관 '다리' 의 CY시어터에서 진행된 극단 신작로의 <숨쉬러 나가다> 였다. 내가 지금까지 본 연극이라고는 사실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편이다. 연극에 대한 지식이 미비할뿐 아니라, 가지각색의 여건이 항상 연극관람을 방해하곤 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관람하지 못할뻔 했으나, 이 공연만은 꼭 보고 싶다는 생각에 공연장을 찾았다. 





 자,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연극 <숨쉬러 나가다> 의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내 블로그의 리뷰들을 보면 보통 스토리적인 면을 강조하는 리뷰가 많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주제나 이야기 구성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공연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다. 그 이유는 차차 써보도록 하겠다. 


 일단, 이 연극은 2인극이라는 독특한 방식의 연극이다.(물론 내 기준에서 독특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극은 단 두 사람의 배우만이 등장하고, 두 사람이 모든 역할을 맡아 플레이한다. 하지만 이 연극이 여타 2인극 공연과 다른점은 바로 두 배우 모두 주인공인 조지볼링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극에서는 두 배우가 한 사람은 내면 적인 모습, 한 사람은 외형적인 모습의 조지볼링을 나눠 연기한다. 그렇기 떄문에 관객들은 각기 다른 두 사람의 연기를 보며 조지볼링이라는 하나의 캐릭터를 완성해 나가게 된다. 


 나는 이같은 시도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이 작품은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이라하면 어떤 콘텐츠보다 시공간적 제약이 없는 매체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 속에선 주인공의 내면 묘사는 물론 외면적인 활동등, 다양한 것을 모두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연극에서는 이런 저런 제약때문에 그 모든 것을 보여주기는 매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리고 그런 문제점은 관객들로 하여금 한 캐릭터를 소설처럼 정밀하게 받아들이기 매우 어렵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 연극에서는 앞서 말했듯이 조지볼링이라는 주인공 캐릭터를 두 사람이 나눠 연기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점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물론 취향에 따라서 "보기 어지러웠다." "햇갈리기만 했다." 등등의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점은 이 시스템의 극히 일부분의 단점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조지볼링(주인공이자 극의 전부를 끌고 간다) 의 상황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작품속의 조지볼링은 현재 우리나라 40대 가장처럼 즐거움이라곤 찾을 수 없고, 불안한 현실과, 짐만 되는 가족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캐릭터이다. 그런 캐릭터들에게 흔히 생각해볼 수 있는 모습은 바로 이중성이다. 

 

 여기서 말하는 이중성 이란 겉으로는 사회에 맞춰나가기 위해, 도태되지 않기 위해, 그나마 쥐고 있는 안락함을 떨치지 않기 위해 웃음을 지어야 하고, 속으로는 그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싶고, 타락하고 싶고, 그저 하룻밤 제대로 놀고 싶어하는 그런 감정을 말한다. 물론 모두가 그런 감정과 이중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극에 나오는 조지볼링은 그런 이중성을 가지고 있고, 그 당시 영국의 사회가 그런 이중성을 억지로 주입시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생각해보자. 1차세계대전의 소용돌이 휘말려 전쟁을 마치고,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살지만, 집에서고 밖에서고 즐거움이라곤 찾을 수 없는 현실. 그 현실 속에서 속마음까지 "이 사회와 가정을 내 손으로 튼튼히 지켜야지!"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게다가 사회는 전운의 폭풍이 몰아치려 하고 있었으니 그 마음은 더욱 극단으로 치달았을 것이다. 


 말이길어졌는데.. 아무튼 조지볼링은 이런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극에서는 이런 이중성을 한사람이 소화하는 것이 아닌, 각기 다른 두 사람의 배우가 소화해내고 있다. 어찌보면 두 사람이 닮지 않아서, 무언가 핀트가 어긋나는 느낌을 받아서 어색하다는 기분이 들 수도 있지만, 나는 반대의 긍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두 배우는 서로 닮지 않아서, 억지로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하려 하지 않고, 한 사람은 조지볼링의 한쪽 모습을, 다른 한사람은 조지볼링의 또 다른 한 면을 연기했다. 그런 차별성때문에 조지볼링이 지금 처한 상황, 내면의 갈등, 그런 요소들을 아주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좁은 무대, 그 이상의 상상력.. 

 공연에 쓰인 요소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고 싶다. 앞서 말한대로 이 연극은 단 두명의 배우가 나오는 2인극이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사실은 무대 위에는 배우 2명을 제외하곤 어떠한 소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연극 공연을 보러가면 항상 감탄하는게 제한된 공간과 소품내에서도 극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최대한 표현해내는 모습에 감탄하곤 한다. 그것은 정말 작은 소품, 작은 배치에도 디테일하게 신경을 써야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정말 잘꾸며진 연극 무대를 보고 있으면 극의 재미를 떠나서 감동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이 연극은 어떨까? 

앞서 말한대로 이 연극엔 어떠한 소품도 등장하지 않는다. 뭐 그리 성의 없는 공연이 다있냐고? 물론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다. 하지만 연극을 끝까지 보게 되면 그런 생각은 저 멀리 날아가버리고 말것이다. 

 사실 처음엔 나도 의아했다. 배우들이 하나씩 소품을 가져오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연극이 끝날떄까지 어떠한 소품도 등장하지 않고, 오직 몇가지 색의 조명이 무대를 채우는 전부였다. 그런데 이런 비워진 무대가 놀라운 역할을 하게 될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금 말하려는 무대의 요소를 설명하려면 일단 극에서 어떤 장면들이 등장하는지를 간단히 설명하는게 좋을 것 같다. 이 극은 1930년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1910년 1차세계대전 이전의 영국도 등장한다. 기본적으로 조지볼링의 집이 나오고, 술집, 마을, 숲, 호텔 등등 꽤 다양한 장면이 나온다. 게다가 2인극이기 때문에 배우를 통한 장면전환을 보여주는것도 쉽지 않은 편이다. 

 

 자,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공연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정답은 바로 상상력이다. 배우들은 공간이 이동되는 것을 하나의 행동 약속(포스터에서 나오는 바로 그 장면!) 을 정해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보여주었다. 그래서 관객들은 배우들의 그런 행동을 볼떄마다 아 이제 이동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비어있는 사각형의 무대 곳곳을 누비며 입체적으로 활용한 배우들의 동선은 그 자체만을 따라가는것만으로도 그림이 그려졌다. 




 특히, 나는 조지볼링이 과거를 회상하며 숲의 어떤 호수를 찾아서 그곳에서 너무나 편한 표정으로 무대에 드러누운 장면이 인상에 남는데, 그 장면에서는 초록색 조명이 비춰지고, 조금 어정쩡한 위치에 배우가 누워 있었다. 그 단순한 조명에서 나는 숲을 그려볼 수 있었고, 어정쩡한 위치의 배우덕에 배우 앞으로 펼쳐질 호수를 그려볼 수 있었다. 




 공연은 모든 장면이 이런 방식이었다. 마치 공간 곳곳에 소품이 있다는듯 움직이는 배우의 동선과 연기, 그리고 적절한(조금 색이 부족한 것 같긴 했지만) 조명의 조화가 관객들로 하여금 배경을 직접 그려볼 수 있게 해주었다. 나는 이런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치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고, 어떤 의도였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성공적인 장치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중요한건 스토리다!!

 나는 스토리를 만드는 일을 좋아해서인지 어떤 콘텐츠를 접하더라도 스토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스토리 외적인 부분은 환경적인 제약도 있고, 제작의 부분에서 미스가 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떄문에 잘 짜여진 스토리만큼 콘텐츠에 중요한 것은 없다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작품 <숨쉬러 나가다> 는 어떨까?

 

 이건 사실 말해뭐해? 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원작자의 이름을 보자. '조지오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 아닌가? 그렇다. 바로 빅브라더로 유명한 <1984> 와 <동물 농장> 의 작가다. 난 사실 올해 처음으로 조지오웰의 작품을 읽었다. <1984> 를 시작으로 <동물농장> 을 연이어 읽었는데, 두 권을 읽자마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에 조지오웰을 올려버렸다. 그만큼 조지오웰의 작품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냐하면 작품 속 메세지는 분명 무겁고, 사회적인데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무거운 메세지를 무겁고, 어렵게 써버리면 그것은 메세지로서의 가치는 있더라도, 콘텐츠 적인 가치는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하지만 조지오웰은 콘텐츠적인 면에서도 '재미' 의 요소를 빠뜨리지 않음으로서 양쪽 모두에게 만족감을 줬다. 이런 조지오웰의 작품이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다.(사실 이 작품은 원작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아무튼 연극 내에서의 스토리를 살펴보도록 하자. 흔히 원작이 있는 작품은 원작과 똑같이 만들거나 완전히 바꾸거나. 그러한 양극단의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똑같이하면 똑같다고 욕먹고, 바꾸면 바꿨다고 욕먹는 것이 리메이크 작품의 숙명이니까 그런 면에서의 이야기는 하지 않도록 하겠다. 


 일단 스토리의 기본 틀을 보도록 하겠다.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다. 갑갑하게 사는 샐러리맨 주인공이 우연히 돈이 생겨 과거 행복했던 고향을 보러 떠난다. 너무나 심플한 내용이다. 공연 내에서도 이런 심플한 플롯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점은 없을 것이라 판단된다. 

 그래서일까? 너무나 쉬워서 너무나 이해가 잘되는 나머지 조금 심심한 느낌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어떤 함정이나 장치 그런 것보다는 호수의 잔잔한 물결처럼 이야기가 흐른다. 그래서 조지볼링의 떠안고 있는 감정의 변화 곡선이 뒤로 갈수록 조금 흐려지는 면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조지볼링이 가지고 있는 갑갑한 마음, 그리고 그것을 탈피하여 숨쉬려 하는 모습등의 감정은 심플하고 다이렉트로 전해졌다는 장점은 갖고 있다. 


 그런데 이 연극을 보면서 내가 든 생각은 이런 이야기를 어디서 본 것 같다는 것이었다. 생각을 해보니 바로 <삼포 가는 길> 이라는 단편소설이었다. 이 작품에도 주인공은 전쟁을 마치고 삼포라는 고향을 향해 찾아가지만, 고향은 예전의 고향이 아니었고, 무분별한 발전의 먹이가 되버린 모습에 좌절하는 모습을 그리고있다. 

 

 이 작품 <숨쉬러 나가다> 는 <삼포가는 길> 에 비해서는 조금 더 개인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어쨌든 맥락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1930년대의 조지볼링이 2010년대의 우리의 모습과도 너무나 흡사하다는 점이었다. 역사가 아무리 돌고 도는것이라하지만 이토록 비슷할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너무나 비슷했다.

 사실 시놉시스를 듣고, 연출가 이영석 님과 함께 홍보용 방송 콘텐츠를 만들때 질문지에도 너무나 현시대와 잘맞는 이야기인것 같다. 라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었다. 그만큼 이 작품은 귀로는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머릿 속으론 내가 당장 살고 있는 현실의 풍경을 그리게 되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현실감 있는 스토리, 그 안에서도 이야기적 재미를 놓치지 않은 점에 있어서 이 연극을 스토리적인 면에서도 재밌었다! 라고 말하고 싶은 바이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있다..

 연극을 보는 내내 상당히 큰 만족감을 가지고 관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 역시 존재했다. 특히 가장 아쉬웠던 점은 엔딩 부분이었다. 사실 생각보다 급작스럽게 끝나버린 엔딩장면에 어리둥절해서 아직 그때의 기억이 잘 살아있지 않아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감정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엔딩이 정말 급작스러웠다. 물론 예측하지 않은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끝나진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껏 공연이 선사해줬던 상상력의 정점을 찍으려는 방식이었을수도 있고, 여운을 남기는 엔딩.. 그것이 조지볼링의 감정을 가장 정확히 설명하는 방법이라고 이해할수도 있다. 나 역시 그렇게 이해를 한 편이었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만 엔딩부분은 조금 더 꽉 채워지길 바랐던 마음이 있었는지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것도 개인차일테지만 어쩌면 공연 시간 내내 큰 만족감을 느껴서 그에 비례한 아쉬움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마치며..



 지금까지 연극 <숨쉬러 나간다> 라는 연극 작품의 개인적인 리뷰를 써보았다. 오랜만에 쓰는 리뷰라 무슨 말을 썼는지도 모르겠지만 결론은 그거다. 이 연극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캐릭터를 제대로 설명하기 위한 장치를 사용하고 있으며, 현실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 외, 단점의 나무는 이런 장점의 숲에 감출 수 있다.)


 그렇기 떄문에 기회가 된다면, 재공연의 시간이 있다면 꼭 한 번 보시는것을 추천 하는 바이다. 특히 한국 3,40 대 남성분들 필수로 보길 바라는 바이며, 조지오웰의 원작 소설 <숨쉬러 나가다> 도 꼭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 드리는 바이다. 




무대 위엔 두 배우와 

공기 밖에 없었다..

그래서 더 숨막혔고,

그래서 더 숨 쉴 수 있었다. 


연극 <숨쉬러 나가다>




★ 달문‘s 추천 지수 ★


 

★ 관람를 추천 드립니다.


신선한 공연을 보고 싶으신 분.
상상력이 뛰어나신 분
조지오웰의 작품 세계를 좋아하시는 분


★ 관람을 자제해 주세요.


꽉 차있는 공연을 좋아하시는 분

공연 시간이 짧은 것을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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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

가장 흔한 제목 속에 숨긴 엉뚱한 트릭..



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

작가
쓰쓰이 야스타카
출판
검은숲
발매
2011.07.28

리뷰보기




책 속으로..

화가 로트레크의 그림이 잔뜩 모인 저택.

어릴적 불행한 사건으로 하반신이 자라지 않는 난쟁이가된 나는 친구와 함께

로트레크 저택으로 초대 됩니다.


그 곳에 모인 세 명의 처녀와 저택의 주인이자 자본가 기우치 부부.

각자의 속 마음은 달랐지만 그 교묘한 이야기가 저택을 휘감기 시작 합니다.


그리고 새벽녁에 울린 두 발의 총성..

세 명의 처녀 중, 한 명의 처녀가 죽으면서

로트레크 저택의 연쇄살인 이야기는 시작 됩니다.



추리소설치곤 쉽게 넘어가는 페이지..


 개 인적으로 추리소설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좋아하는것에 비해서 트릭에 관해 잘 알거나, 미리 예측을 하는 지능을 가지진 못했다. 그래서 추리소설을 볼때면 항상 앞장을 뒤적여가며 인물을 다시 살펴보고, 어떤 트릭이 있었지? 하고 돌아보는 경우가 많다. 그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할때나 머리를 쓰고 싶지 않을땐 절대 잡지 않는 장르가 바로 추리소설 이다.


 그 렇다면 이 책을 잡았을때는 어땠을까? 사실 점점 쌓여가는 일과, 휴일없는 업무로 인해 지쳐가는 시기에 이 책을 손에 잡았다. 두껍지는 않지만 일단 추리소설.. 지끈거리는 내 머리를 더 아프게 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런데 한 번 책을 훑어 보는데 뒷부분에 퀴즈책처럼 "이 곳 부터는 정답 입니다." 라는 글귀와 함께 종이로 봉해져 있는 부분을 발견했다.

 "엥? 이거 애들 책인가..??"




 틀 에 박힌 사고를 지니고 살아오진 않았지만 이 부분을 봤을때 처음 든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까지 성인이 된 후 봤던 책에 이런 구성을 취하고 있는 책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장난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정말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 구성인데, 스트레스가 심하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놓지 않게 했던 점은 바로 이것이었다.

 뭔가 새로운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어서 책을 읽고 저 봉인지를 뜯어 버리고 싶다.. 는 생각을 가속화 시켰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는데, 본격적인 리뷰는 이제부터 시작해보도록 하자.


 이 책, 상당히 쉽게 읽힌다. 등장 인물은 약 열 명 정도 된다. 대사가 잦은 중심인물만 이 정도니까 추리 소설 답게 인물 구성의 복잡함에선 기본은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 그런데 왜 인물의 수를 '약' 이라고 표현했는지는 소설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등장인물, 게다가 일본 이름이기에 이름과 인물을 매칭하기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스토리 자체가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심플하기 때문에, 인물을 대입시키는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 리고 추리소설 답지 않게 트릭이랄것이 엄청나게 많이 등장하진 않는다. 물론 등장하는 트릭은 추리소설 매니아가 아니라면 풀 수 없을 테지만.. (사실 추리소설 매니아라도 작가의 기묘한(?) 트릭 때문에 진짜 범인을 찾는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트릭이 주가 소설이라고 보기 어렵고, 궂이 트릭을 풀지 않더라도 내용 이해가 쉽게 스토리는 진행된다.

 

이 러한 진행에서 난 조금 의문을 가졌다. 기껏만든 트릭을 왜 이렇게 쉽게 넘어가지? 수사를 펼쳐야 할 수사반장은 왜 계속 당하고만 있지? 그렇다면 범인은 누가 밝혀 내는거지? 라는 생각을 말이다. 이 점에서 첫 번째 함정을 발견할 수 있다. 보통 추리소설을 보면 "누가 범인일까?" 라는 생각을 1순위에 두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작가의 교묘한 허술함 덕분에 누가 범인이지? 라는 생각보다 왜 이 트릭을 안 풀어주는거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 결과, 개인적으로는 범인에게서 시선을 완전히 놓치고 다른 곳에 생각을 뿌리며 책을 읽었다


 하지만 어찌됐든 이러한 작가의 허술한 구성 덕분에 책을 읽는데 있어 페이지는 금방금방 넘어간다. 그렇게 처음 궁금했던 해답편의 봉인지까지 다달았을때, 나는 작가의 함정에 빠진 것을 깨닫고 말았다.




작가는 등장인물이 아닌, 독자를 속이고 있다!


 해 답편의 봉인지를 뜯었다. 과연 무슨 결론이 남겨져 있을가? 속으로 기대하고 또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다. 사실 여기까지도 범인이 누군지는 전혀 깨닫지 못했다. 아니, 작가의 의도대로 누가봐도 범인 같아 보이는 인물을 범인으로 짐짓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 해답편에 나온 글들은 철저히 우리 독자를 농락하고 있었다




 사 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알려드릴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을 알려드리기 위해 설명을 드리자면, 앞서 말한 트릭을 그냥 넘기거나, 등장인물이 수사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 점, 그리고 누가 봐도 범인일만한 사람이 일단 등장한다는 점.. 이런 소설의 구성이 작가의 트릭이었다는걸 미리 밝히는 바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간단히 설명해보려 한다.


 우 선 우리는 추리소설을 볼때 트릭을 파헤치려하고, 진짜 범인을 작품의 엔딩보다 먼저 밝혀내려 애쓴다. 게다가 이 소설은 "IQ178의 천재 작가가 집필한 미스테리 추리 소설" 이라는 카피 덕분에 더욱 그 경쟁심은 몇 배로 불타오르게 된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으면 별다른 트릭은 보이지 않고, 이게 천재 작가 맞아? 할 정도로 구성과 스토리도 단순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진짜 범인은 이미 누굴거야.. 라고 너무 성급히 짐작해버리고 만다. 그것을 뒤엎을 만한 내용도 나오지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런 독자의 성급함을 작가는 이용하고 있다. 정말 끝까지 읽지 않는다면 그 어떤 천재라도 풀 수 없는 교묘한 트릭을 해답편에 숨겨 놓은 것이다.(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내용은 지나친 스포일러라 자제하겠다.)


 아 무튼 그 결과 우리는 해답편에 숨겨놓은 작가의 의도에 그대로 넘어가게 되고, 작가는 독자와의 추리대결에서 승리를 거두고 마는 것이다. 이건 정말 대다수의 독자들이 모두 당할 수 밖에 없는 트릭이었고, 이 트릭 하나에서 난 작가의 천재성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뭐 달리 생각하면, 이렇게 쓰면 누가 속지 않겠어? 라고 말할 수 있을테지만 그 점이 중요하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이 작가는 시도했다는 것. 그리고 더 이상 나올 트릭이 없다는 추리소설 장르에서 새로운 트릭을 개발해냈다는것. 그것이 이 소설이 가진 가장 큰 의미가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책에 대한 장점 설명도 책을 읽지 않으면 이해가 되지않을테니 이 정도에서 칭찬을 마무리 하도록 하겠다.



작가는 등장인물이 아닌, 독자를 속이고 있다!


 아 쉬운 점도 물론 있다. 일단 기존의 추리소설을 너무나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이런 작가의 트릭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기존 추리소설의 팬들은 작품 내에서 승부를 내고 싶어하지, 작품 밖에서 작가와 싸우고 싶진 않을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로트레크' 라는 중요한 키워드가 해답편을 보기 전에는 특별히 와닿지 않는 점, 해답편을 보기 전가진 지나치게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하 지만 이런 아쉬운 점들은 해답편을 위한 준비과정이라는 생각을 하며 너그러히 넘기길 바라는 바이다. 그렇지 않고 해답편에 가기 전에 "뭐야? 시시하네 이 책.." 이라고 생각하며 책장을 덮는다면 추리소설 트릭 중, 가장 신선한 트릭을 놓치는 일이 될 것이다. 이건 확신할 수 있다.




마치며..


 지금까지 쓰쓰이 야스타카 작가의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 을 알아봤다.

 이 작품은 내게 정말 신기한 경험을 하게해준 책이다. 추리소설의 트릭은 이제 나올만큼 나왔기 때문에 더 나은 추리소설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라고 판단하는 것이 문학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쓰쓰이 야스타가 작가는 추리소설이란 장르의 길에서 정면이 아닌 뒤를 보며 작품을 집필했다. 그 결과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멋진 트릭이 등장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작가의 발칙한 상상력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문학이란 매체의 트렌드에서 어떤 정답을 보여주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내용에서의 트릭이 한계에 도달했으면, 구성에서의 트릭을 찾는 것. 이 점을 항상 명심해야할 것 같다.

 추리소설이 아닌 다른 장르도 언젠가는 했던 이야기를 다시 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할테니 말이다. 그럴때면 이 책에서 작가가 보여준 다르게 생각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더불어 독자 여러분들도 쉽게 읽고 큰 충격 받아갈 수 있는 이 작품을 한 번쯤 읽어보시는걸 추천 드린다.


 




누구나 풀 수 있는 트릭..


하지만 중요한건 트릭이 아니다..


왜냐하면 작가는 트릭에 전혀 관심이 없으니까..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

 



★ 달문‘s 추천 지수 ★


 

★ 독서를 추천 드립니다.


IQ178의 인물과 대결을 펼치고 싶으신 분들
기존의 추리에 질리신 분들
'기발한 트릭' 에 목말라하시는 분들


★ 독서을 자제해 주세요.


추리는 수학 공식보다 복잡해야 제맛이신 분들

스토리보단 트릭 푸는 재미 때문에 추리소설을 보시는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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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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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세상에서 가장 빠른 심장 박동 소리..


두근 두근 내 인생

작가
김애란
출판
창비
발매
201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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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세상에서 가장 어린 부모 대수와 미라.
아이를 낳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던 그들이 아이를 낳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늙은 아이였죠.
 '조로병' 이라는 남들 보다 몇 배 빠른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아름이.
그런 늙은 자식 아름이와 어린 부모의 이야기는 시작 됩니다.



상상만해도 슬픈.. 하지만 그보다 몇 배 유쾌한..


어떤 소설을 볼때, 주제나 소재가 명확한 책 을 고르면 책읽기가 상당히 쉬워진다.

필자 역시 책을 쉽게 읽을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서 읽기 쉬운 책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땐 바로 이 '소재의 명확함' 을 갖고 있는 책을 찾는다.


 그런 의미에서봤을때 이 책 <두근두근 내 인생> 은 상당히 끌리는 책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고르기 전에 누구나 그렇듯 대강의 줄거리를 보게 된다.


 "그런데 줄거리가 뭐?"


"조로병 걸린 아이와 어린 부모의 이야기" 라고?

 정말 생각만해도 눈물 뺼 것 같다.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고? 라고 생각할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일까? 왜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선 '신파' 라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것같다. 물론 보편적인것은 아니겠지만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은 한국작품에 조금이라도 클리셰가 있거나 신파의 기미가 보이면 꺼리기 시작한다.
 그 건 아마도 미드 시리즈가 들어오기전, 천편일률적인 한국 드라마 작품의 신파와 시시한 연애 이야기에 질려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제작비의 엄청난 차이가 나는 미국 드라마나 블록버스터 영화의 새로운 소재에 중독된 이상, 기존의 신파 이야기는 특별히 어필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야기가 빠졌는데 아무튼 <두근두근 내 인생> 은 명확한 소재를 가지고 있어서 선택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지만, 그것이 신파라는 덫 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소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정말 좋은 작품이라는 점이 바로 여기서 나타난다.
 

 <두근두근 내 인생> 에서 신파는 기존의 신파와 다르다. 일단 기존의 신파를 살펴보자. 누군가 갈등 을 겪고 있다. 아버지와 딸이라거나 엄마와 아들, 부부끼리의 갈등.. 이외에도 다양한 갈등을 겪는다. 그러다가 누군가 병에 걸리거나 죽는 등.. 극단의 상황으로 간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후회와 반성, 그리고 사랑과 우정등.. 지금 여기에 쓴것만 봐도 참 질리는 소재다.
 


 "생각해보니까 말이야."

 "응."

 "뭘 잘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말이야

 "응."

 "건강하기만 했으면 좋겠다."

 어머니는 잠시 눈을 굴렸다.

 그러곤 너무 차분해서 어딘가 슬프게 들리기까지 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거면 되겠다."


그렇다면 이런 신파와 <두근두근 내 인생> 은 어떻게 다를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개인적으로 '구성' 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같은 병을 앓는 주인공이 있더라도, 주인공의 삶은 우리의 삶처럼 여러 방향으로 나뉠수 있다. 그런데 제대로된 전통 신파를 전하려면 그 병에 집중하거나, 아픔에 집중하면 된다. 하지만 그런 신파가 되지 않으려면 반대로 아픔에 집중 하지 않는 '구성' 을 하면 된다.
 

 <두근두근 내 인생> 은 바로 이러한 '구성' 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잠시 소설 속을 살펴보자.

 아 름이는 17살 어린 나이이다. 하지만 여든의 노인과 같은 몸을 가지고 있다. 그 아픔을 표현하면 말로 다 못할것이다. 하지만 소설 속에선 그런 아름이의 아픔에 집중하지 않는다. 물론 그러한 면이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소설에서 집중해서 보여주는 것은 아픔보다 '어린 나이에 어른이 된.. 하지만 여전히 사춘기인 아름이' 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리 병에 걸려 남들보다 몇 배 빨리 성숙한다해도 인간은 인간이다. 아름이도 조로병을 앓고 있지만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나이일뿐이다. 아름이의 진짜 아픔은 거기에 있다.
 이 미 늙어버렸지만 마음은 어린.. 그 아이러니한 자신의 상태에서 고뇌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사춘기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해도 몸이 따라가주지 못하고, 몸에 맞춰살기엔 아직 성숙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에 갈등하고 있는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름아."

"네."

"너 언제부터 아팠지?"

"세살요..... 엄마가 그렇다고 했잖아요."

"그럼 얼마 동안 아팠던 거지?"

"음.. 십사년요."

"그래, 십사년."

"..........."

"근데 그동안 씩씩하게 정말 잘 견뎌왔지? 지금도 포기 않고 이렇게 검사받고 있지?

다름 사람들은 편도선 하나만 부어도 얼마나 지랄방광을 하는데.

매일매일, 십사년.

우린 대단한 일을 한 거야. 그러니까......."

"네."


어머니가 목소리르 낮추며 부드럽게 말했다.


"천천히 걸어도 돼."


<두근두근 내 인생> p.101

소설 속에서 아름이의 에피소드는 다양하다.어린 부모와의 관계, 부모의 이야기, 옆집 할아버지와의 이야기, 방송국에 출연한 이야기등이 적절하게 등장한다. 그런데 그 중 가장 핵심이 되는 에피소드는 내 생각엔 아름이의 첫사랑 이야기이다.
 아름이는 방송에 출연하고, 그 모습을 본 다른 아픈 동갑내기 여자아이가 아름이에게 메일을 보낸다. 그렇게 메일을 주고 받는 사이 아름이는 자신의 첫사랑을 느끼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 에피소드가 가장 핵심이라고 말했던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이 에피소드가 '신파' 를 효과적으로 전달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에서 이 책은 신파의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구성의 변화로 신파의 단점을 피해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신파가 가진 장점은 어떻게 할까? 신파도 장점이 분명 있다. 어떤 스토리든 웃음, 분노, 괴로움, 눈물 같은 원초적인 감정을 놓치면 밋밋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신파가 쉽게 취할 수 있는 눈물의 장점을 살릴필요가 있다.
 

 자 그렇다면 이 에피소드가 신파를 어떻게 살리고 있는지 살펴보자. 아름이는 첫사랑을 느낀다. 그리고 그 감정에 순수하게 취하고 만다. 하지만 현실에 돌아오니 자신은 80대 노인의 몸이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 결론 = 이 사랑은 선천적인 나의 병떄문에 성공할 수 없다..
 
 이렇듯 아름이는 자신이 어찌하지 못하는 이유 떄문에 사랑에 실패하고, 이런 작은 에피소드를 통해서 독자들은 아름이 자신이 할 수 없는 수만가지 일들을 깨닫고 만다. 그 깨달음의 순간 아름이에 대한 감정은 극한 슬픔으로 변한다. 그런데 아름이가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모습에 또 한 번 슬픔을 느끼고 만다. 이것은 '병' 이라는 키워들를 바탕으로 한 신파의 장점을 살린것이라 볼 수 있다. (더 심한 에피소드가 연결되지만 그것은 스포일러 이므로 여기선 적지 않겠다.)

 

"니들 눈엔 우리가 다 늙은 사람으로 보이지?"

".........."

"우리 눈엔 너희가 다 늙을 사람으로 보인다! 하고"

"하아, 괜찮다! 진짜 그럴걸!"


<두근두근 내 인생> p.210

자, 그럼 두 번쨰 이유를 살펴보자.

 두 번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에피소드가 '신파' 의 단점을 피해가는 가장 큰 역할 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오늘 리뷰 왜 이리 왔다갔다 하냐!! 라고 화낼수도 있지만 어쩔수가 없다. 이 작품 자체가 아이러니의 묘한 매력이 집약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아 무튼 생각해보자! 이 에피소드의 기본적인 소재는 '첫사랑' 이다. 사춘기떄 누구나 겪을 수 있었던 첫사랑. 그것이다. 다른 병에 관련한 이야기가 아닌 누구나 겪는 첫사랑과 사춘기의 이야기. 이 에피소드가 없었다면 이 소설 역시 유쾌한 문장과 재미난 구성이 있지만 결국 '병' 에 집중한 이야기가 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가 있음으로서 독자들은 아름이가 아직 아이라는 것, 아무리 성숙해도 그냥 평범한 아이일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점이 이 에피소드의 두 번쨰 장점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외에도 참 장점이 많은 작품이다..


 읽는내내 즐거움과 슬픈 감정이 멈춘 기억이 없을정도로 감정 컨트롤을 잘해주었고, 지루해질 순간이 없게 만든 쉬운 문장과 매끄러운 에피소드간의 연결. 뭔가 소박하고 작지만 깔끔하고 따뜻하게 인테리어된 집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리뷰를 쓰기 위해선 단점 한 두가지 정도는 생각해둬야 비교하기 좋은데 그렇게 눈에 불을 켜고 봐도 단점이 특별히 눈에 띄지 않았다. (이 한 마디만 하면 될것을 리뷰를 너무 길게 쓴 기분이다..)


 

나는 그 아이의 한족 손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러곤 어느 순간 모니터 위에 내 손을 가만히 갖다댔다.

그러자 그 아이의 손과 내 손이 어렴풋이 포개졌다.

컴퓨터 열기 때문인지 액정 위로 온기가 전했졌다..


<두근두근 내 인생> p.255



마치며..


 이번 <두근두근 내 인생> 은 정말이지 따뜻하고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이 무슨 진부한 표현이란 말인가... 하지만 이 표현이 가장 정확할것이라고 책을 읽으시면 알게될거란 말을 하고 싶다.
 이번 리뷰에선 <두근두근 내 인생> 의 소재에 집중해서 하나의 에피소드를 통해 작품의 전반적인 장점을 이야기 했다.

 여기서 설명한 에피소드 외에도 유쾌하고, 슬픈 에피소드들이 많이 엮어져 있으니 많은 분들에게 추천을 하고 싶은 바이다.
 

 그럼 <두근두근 내 인생> 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누구보다 빠른 시계 바늘..


하지만 누구와도 다르지 않는 하루하루..


두근거리는 사춘기 아름이의 이야기..


<두근두근 내 인생>




★ 달문‘s 추천 지수 ★


 

★ 독서를 추천 드립니다.



아주 특별한 신파를 즐겨보고 싶으신분들
가볍지만 진한  첫사랑의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분들
기존의 김애란 작가 작품과는 다른 모습을 거부감없이 바라볼 수 있으신 분들


★ 독서을 자제해 주세요.


김애란 작가의 단편에 너무나 빠지신 분들

진지하게 눈물빼는 신파를 좋아하시는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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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오진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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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프>

당신과 내가 공존하는 시간과 공간..



책 속으로..

세계 최고의 명성을 얻은 작가 '파울로 코엘류'

하지만 코엘류는 어느 날, 정체되어 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코엘류는 낯선 이들과의 만남이 필요하다고 깨닫습니다. 

그래서 계획하게된 '예루살렘의 길'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길에 오르는 코엘류는 여행길에서 수 많은 사람들과 조우하게 됩니다.

그리고 특별한 한 여인. 터키출신의 '힐랄'과 만나게 되죠.

그 운명적인 만남은 코엘류를 시간과 공간이 공존하는 곳 <알레프> 의 세계로 인도 합니다..




독자와 함께하는 순례길..

 을 정말 읽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연금술사> 와 파울로 코엘류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유명하고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작가라고 볼 수 있는데, 코엘류 작가는 비단 소설 이라는 장르 하나로 대작가의 위치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물론 <연금술사>,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악마와 미스프랭>, <11분> 등 소설적 재미가 가득한 작품을 발표했지만 그러한 작품들과 맥락을 조금 달리하는 <순례자> 와 같은 작품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 <알레프> 는 어떨까?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작품은 코엘류의 작품을 모두 아우르면서도 가장 신선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선 작품의 기본 틀은 <11분> 이나 <브리다> 등에서 본것과 같은 소설이다. 하지만 작품 내에 코엘류는 처음으로 자신이 직접 화자가 되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등장한다. 그리고 내용 역시 작가가 자신의 블로그에 직접 올렸던 '예루살렘의 길' 이라는 순례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게 작가는 소설 적인 면과, 순례길의 이야기를 동시에 담고 있다. 그리고 작가의 모든 작품을 아우른다는 표현에 걸맞게 모든 이야기를 자신이 직접 출연해 이끌어 가고 있다.

 이 점은 굉장히 흥미로운 점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작가는 이전 작품에서 타인의 캐릭터를 화자로 삼아서 등장하면서도 그 안에 자신의 모든 것을 투영해 보여준 적이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산티아고의 길' 순례를 마치고 집필한 <순례자> 가 있을텐데, 이 작품은 코엘류의 이름이 직접 등장하지 않아 궂이 종류를 나누자면 '소설' 쪽에 가깝다고 봐야했다.

 

 하 지만 이번작품은 자신이 직접 소설에 등장함으로서 '소설' 이라는 측면보다는 '자서전' 이나 '에세이' 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소설적인 구성과 흐름이 있긴 하지만 극히 미비하게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작품의 변화와 시도가 독자들에겐 어떻게 다가왔을까?


 개 인적으로는 코엘류 작가의 '소설' 적인 스토리 구성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직접적인 메세지전달 보다는 스토리를 통해 그 안에서 메세지를 찾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세이' 적 작품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코엘류는 그러한 에세이적 작품 에서도 소설이 가져야 하는 재미를 놓치지 않고 있고, 최대한 직관적이고 솔직하게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담기 때문이다. 

 

 하 지만 이러한 판단은 코엘류의 팬인 나의 개인적인 눈으로 바라봤을때만 가능한 일이다. 나는 일전에 코엘류의 안티팬이 가진 생각을 광팬의 입장에서 짧게 분석한 리뷰를 올린적이 있다. 그때에도 말했지만 코엘류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가이며, '소설' 작가로서의 코엘류를 싫어하시는 분들이라면 <알레프> 와 같은 작품은 정말 쳐다보기도 싫을 것이다. 

그러한 안티팬들의 의견을 모아보자면 대강 이렇다.


1. 별 것 아닌 이야기를 있어보이게 쓴다.

2. 자신만 이해하는 세계를 끝까지 강요한다.


 위의 사항 말고도 충분히 더 있겠지만 일단은 이 정도만 가지고 생각해보도록 하자.

 우선 있어보이게 쓰는 코엘류의 스타일은 이 작품에선 거의 최고조에 이른다. 그것은 자신이 직접 나오니 그간 한 번 꼬아서 전달했던 메세지를 직접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러한 자유로움 속에서 작가는 거칠것이 없었을 것이다. 그 결과, 스토리의 진행은 연결 고리 정도로만 등장하고, 나머지 책의 분량은 자신의 내면이 전하는 생각이 전부일정도로 밸런스가 한 쪽으로 치우쳐 버렸다.

 이러한 점은 분명 코엘류 작가의 안티팬들을 흡수하기엔 이 작품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리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 자신만 이해하는 세계를 강요하는 작품.. 이것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사실 <연금술사> 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규정된 작품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쉬운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금술사> 를 제외하고 쉽게 읽히는 작품은 <악마와 미스프랭>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정도를 제외하고는 찾기 힘들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왜일까? 왜 코엘류의 작품은 쉽게 읽히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작가가 작품속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메세지가 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개념이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 사람들 중, 누가 얼마나 순례길을 다녀와봤을 것이며,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신앙과 그의 메세지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이런 문제점은 분명 코엘류의 호불호를 더욱 극명하게 만드는 점일 것이다. 




팬이 아니어도 볼 수 있을까?


 어 쩌면 코엘류의 책을 고를때 가장 중요한 점이자, 포인트는 바로 이것일 것이다. 코엘류의 팬들이라면 사실 소설이든 에세이든 그가 전하는 메세지에 동화되었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그것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였기에 팬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연금술사>가 나오든 <순례자> 가 나오든 특별히 고민할 필요가 없다. 정말 그냥 구입하면 그만인것이다.


 하 지만 코엘류의 팬이 아닌 사람이나, 이제 처음으로 코엘류의 작품을 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분명 이런 질문을 던지기 마련이다. 사실 코엘류의 모든 작품은 표지도 아름답고, 크기도 적당하기 때문에 서점에서 쉽게 눈에 띄고, 코엘류라는 네임밸류가 주는 책의 선택권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렇지만 내용이 아닌 겉모습이나 네임밸류로 이 작품 <알레프> 를 선택하면다면 크게 실수하고 있는 것이라 전하고 싶다.

 사 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코엘류의 입문서로는 적당하지 않고, 기존 코엘류의 작품을 싫어하시는 분들이라면 절대 권해주고 싶지 않은 책이다. 왜냐하면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이 느꼈던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세상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는 책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이 책은 정말 작가가 순례길을 통해 얻었던 경험과 생각을 전달하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 깨달음의 과정과 결과가 그냥 일반적인 눈으로 보았을땐 다소 생소하고 이질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 렇기 때문에 절대 코엘류의 팬이 아니라면 이 책을 접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 바이다. 그리고 코엘류에 입문하고 싶으신 분들 역시 이 책보다는 <연금술사> <악마와 미스프랭>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이 세권을 통해 입문하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마치며..


 지 금까지 파울로 코엘류의 신작 <알레프> 를 살펴봤다. 사실 코엘류의 작품은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될만큼 어찌보면 심플하게 분류를 나눌 수 있다. <연금술사> 냐 <순례자> 냐.. 이렇게 두 분류로 나눠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로 그의 소설은 많은 부분이 서로 닮아 있다. 하지만 진정 코엘류의 팬이라면 그러한 작품 사이사이에서 달라지는 작가의 생각과 메세지를 얻는 재미에 그의 작품을 끝 없이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게 다가 이 작품 <알레프> 에선 그가 현재까지 삶을 살아오면서 집필한 작품과 인생을 기나긴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그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나 또한 그 긴 여정을 함께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단, 위의 남겼듯이 입문서로는 절대 적당하지 않으니 선택에 있어 참고해주길 바란다.

 이제 이 책에 대해 한 마디만 더 남기고 <알레프> 의 짧은 리뷰를 마치려 한다. 부족한 글의 리뷰를 시간내어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알레프>


작가와 함께 떠나는 여행..

그리고 작가와 함께 느끼는 메세지..

책장을 넘기는 그 곳이 바로 알레프다..




<책 속의 문장들>

"우리는 술을 마시며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여행 이야기만은 빼고.. 여행은 현재이지 추억이 아니기 때문이다."

- 알레프 p.106나서야해요."

"글이란 종이 위에 풀어놓은 인생 입니다.

그러니 사람들을 찾아나서야 해요."

- 알레프 p.130






★ 달문‘s 추천 지수 ★


 

★ 독서를 추천 드립니다.


코엘류의 메세지를 해석할줄 아시는 분들
작가와의 긴 여행을 함께하고 싶으신 분들
<순례자> 의 순례길을 잊지 못하시는 분들


★ 독서을 자제해 주세요.


이제 처음으로 코엘류를 만나시려는 분들

<연금술사> 만 재밌게 보신 분들

<연금술사> 도 재미없게 보신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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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내가 죽은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영미 옮김 / 창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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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옛날에 내가 죽은 집>


단 하루의 시간, 단 한 곳의 장소, 단 하나의 진실


<책 속으로>


7년전, 사야카와 헤어진 나카노. 그런 나카노에게 사야카의 전화가 온다


사야카

"난 어릴적 기억이 하나도 없어. 네가 좀 도와줘."


사야카의 부탁은 바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배낭에서 찾은 지도에 적힌 장소에 함께 가주면 안되냐는 것이었다.

나카노는 망설이지만 함께 지도가 가리키는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거기서 마주친것은 23년 전, 죽은 아이의 일기장과 너무나 보존상태가 완벽한 집 한채..

과연 이 집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야카는 그 곳에서 자신의 옛 기억을 마주할 수 있을까..?"







심플한 추리소설과의 조우..


 소 설 <옛날에 내가 죽은 집> 의 가장 큰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자. 일단 누구나 책을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추리소설' 이다. 그렇다면 지금껏 읽은 추리소설을 한 번 떠올려보도록하자. 난 추리소설하면 소설은 아니지만 <소년탐정 김전일> 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셜록홈즈> 시리즈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이 떠오른다. 그럼 이런 추리소설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특징은 '긴장감' 이라고 생각한다.

 그 렇다면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서 추리소설들은 어떤 장치를 쓰고 있을까? 가장 쉬운것은 일단 자극적인 소재 배치와 묘사이다. 예를들면 피가 낭자한 살인사건이라던지, 수수께끼의 인물들을 대거 배치해서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린다든지 하는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긴장감이나 사건의 극적 반전을 꾀할수 있을진 몰라도, 원초적인 추리에서 나오는 긴장감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크게 어필할수가 없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위의 장치들은 너무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추리소설에서 등장인물이 많으면 많을수록, 장소와 시간이 많거나 길수록 독자들은 추리에 혼선을 빚게 된다. 그로인해 약간 어설픈 트릭과 반전을 만들더라도 독자들은 쉽게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독자들은 그런 혼선 덕분에 추리하는 맛은 느낄지언정, 추리소설 자체의 심플한 매력은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르다. 이 책에서 나오는것은 단 두 명의 인물, 단 한 채의 집, 그리고 단 하나의 진실뿐이다.

 사건? 사건따위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그저 주인공 두 사람이 여자 주인공의 과거를 알기 위해 집에 들어가 과거를 되짚어 가는 추리를 할 뿐이다.

 

 "그럼 조금 심심하지 않을까?"

 

 앞 에 이야기만 들으면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판단된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절대 접어두길 바라는 바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1000피스 짜리 퍼즐을 맞추는것같은 추리소설보다는 심플하고 직관적인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이 책의 장점이 크게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추리소설은  머리쓰는 재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겐 이 책은 낙제점을 받을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만큼 이 책은 머리를 쓰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건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리를 쓰지 않는 대신 읽는내내 독자들의 긴장감을 최고조에 묶어두는 역할은 확실히 해낸다. 추리소설이기에 내용은 밝힐수없지만, 주인공인 두 사람은 과거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가 숨어있는 집을 찾아가 이미 죽은 소년의 일기장을 통해 과거를 유추해 나가는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을 일단 떠올려보자.

 

무엇이 상상되는가?

죽 은 소년이 여자주인공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아니면 죽은 소년과 남자 주인공이 무슨 연관이 있지 않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여자주인공이 죽은 소년을 죽인게 아닐까? 하는 수 많은 상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이것이 작가가 유도하고자 했던 방향이고, 독자들이 이 책에서 얻어가야할 재미인 것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이 책은 앞에서 말했듯이 머릿싸움을 통해 재미를 얻는 책이 아니다. 하지만 끊임없는 "혹시...." 라는 의문점이 재미를 준다. 작가는 그러한 재미를 위해 일기장의 교묘한 배치라던가, 적당한 순간에 적당히 던져지는 새로운 단서들을 소설 속에 풀어놓는다. 그리고 영리하게도 독자들이 함께 착각하게 만드는 여러가지 장치까지.. 이 책은 정말 사건 하나 없는 추리소설을 완벽하게 완성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장점이 있어도 머릿싸움을 원하는 독자들에겐 어필할 수 없을 테지만 일단 그 외의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의 근본은 바로 이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책을 접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떻게 해야할까?

 책 이란 것은 영상물과 달리 상당히 수동적인 매체라고 볼 수 있다. 문장으로서만 전하기 때문에 메세지나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 등을 잘잡아야만 최상의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책을 한 권 접하는데 있어서 사전 준비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주류를 벗어난 시도의 책일 경우면 더욱 그렇다.

 아 무튼 짧게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위의 설명에서와 같이 이 소설로 추리의 멀릿싸움을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 주인공의 옆에 서 있는 기분으로 등장하는 단한장소인 저택안을 함께 수색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먼저 앞서 나가는 것보다는 주인공의 흐름에 속도를 맞추길 바라는 바이다. 그렇지 않고 너무 자주 넘겨짚기를 하다보면 맥이 빠지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책 자체는 상당히 쉽게 읽히는 편이니까 되도록이면 속도에 맞춰서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책을 접하길 바란다.






마치며..

 오 랜만에 책 리뷰를 남겨본다. 다른 책에 앞서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한가지다. 바로 조금 쳐져가는 독서싸이클을 다시 활기있깋해준 책이었기 때문이다. 대사가 많아서인지 쉽게 읽히는 전개도 그렇고,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하는 극적 재미, 그리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심플한 ㅊ리소설이라는 신선함까지.. 이 책은 나에게 꽤 흥미롭게 읽힌 책이었다. 단, 히가시노게이고의 작품답지 않게 인물에 대한 디테일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런 아쉬움을 배제하고 원초적인 추리소설을 보고 싶어하시는 분들에게는 강력하게 추천 하는 바이다.





★ 달문‘s 추천 지수 ★


 

★ 독서를 추천 드립니다.


심플한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
머리쓰기 보단 쫄깃한 긴장감을 느끼고 싶으신 분


★ 독서을 자제해 주세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디테일을 기대하시는 분

김전일식 추리게임을 좋아하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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