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

가장 흔한 제목 속에 숨긴 엉뚱한 트릭..



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

작가
쓰쓰이 야스타카
출판
검은숲
발매
2011.07.28

리뷰보기




책 속으로..

화가 로트레크의 그림이 잔뜩 모인 저택.

어릴적 불행한 사건으로 하반신이 자라지 않는 난쟁이가된 나는 친구와 함께

로트레크 저택으로 초대 됩니다.


그 곳에 모인 세 명의 처녀와 저택의 주인이자 자본가 기우치 부부.

각자의 속 마음은 달랐지만 그 교묘한 이야기가 저택을 휘감기 시작 합니다.


그리고 새벽녁에 울린 두 발의 총성..

세 명의 처녀 중, 한 명의 처녀가 죽으면서

로트레크 저택의 연쇄살인 이야기는 시작 됩니다.



추리소설치곤 쉽게 넘어가는 페이지..


 개 인적으로 추리소설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좋아하는것에 비해서 트릭에 관해 잘 알거나, 미리 예측을 하는 지능을 가지진 못했다. 그래서 추리소설을 볼때면 항상 앞장을 뒤적여가며 인물을 다시 살펴보고, 어떤 트릭이 있었지? 하고 돌아보는 경우가 많다. 그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할때나 머리를 쓰고 싶지 않을땐 절대 잡지 않는 장르가 바로 추리소설 이다.


 그 렇다면 이 책을 잡았을때는 어땠을까? 사실 점점 쌓여가는 일과, 휴일없는 업무로 인해 지쳐가는 시기에 이 책을 손에 잡았다. 두껍지는 않지만 일단 추리소설.. 지끈거리는 내 머리를 더 아프게 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런데 한 번 책을 훑어 보는데 뒷부분에 퀴즈책처럼 "이 곳 부터는 정답 입니다." 라는 글귀와 함께 종이로 봉해져 있는 부분을 발견했다.

 "엥? 이거 애들 책인가..??"




 틀 에 박힌 사고를 지니고 살아오진 않았지만 이 부분을 봤을때 처음 든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까지 성인이 된 후 봤던 책에 이런 구성을 취하고 있는 책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장난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정말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 구성인데, 스트레스가 심하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놓지 않게 했던 점은 바로 이것이었다.

 뭔가 새로운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어서 책을 읽고 저 봉인지를 뜯어 버리고 싶다.. 는 생각을 가속화 시켰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는데, 본격적인 리뷰는 이제부터 시작해보도록 하자.


 이 책, 상당히 쉽게 읽힌다. 등장 인물은 약 열 명 정도 된다. 대사가 잦은 중심인물만 이 정도니까 추리 소설 답게 인물 구성의 복잡함에선 기본은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 그런데 왜 인물의 수를 '약' 이라고 표현했는지는 소설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등장인물, 게다가 일본 이름이기에 이름과 인물을 매칭하기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스토리 자체가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심플하기 때문에, 인물을 대입시키는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 리고 추리소설 답지 않게 트릭이랄것이 엄청나게 많이 등장하진 않는다. 물론 등장하는 트릭은 추리소설 매니아가 아니라면 풀 수 없을 테지만.. (사실 추리소설 매니아라도 작가의 기묘한(?) 트릭 때문에 진짜 범인을 찾는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트릭이 주가 소설이라고 보기 어렵고, 궂이 트릭을 풀지 않더라도 내용 이해가 쉽게 스토리는 진행된다.

 

이 러한 진행에서 난 조금 의문을 가졌다. 기껏만든 트릭을 왜 이렇게 쉽게 넘어가지? 수사를 펼쳐야 할 수사반장은 왜 계속 당하고만 있지? 그렇다면 범인은 누가 밝혀 내는거지? 라는 생각을 말이다. 이 점에서 첫 번째 함정을 발견할 수 있다. 보통 추리소설을 보면 "누가 범인일까?" 라는 생각을 1순위에 두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작가의 교묘한 허술함 덕분에 누가 범인이지? 라는 생각보다 왜 이 트릭을 안 풀어주는거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 결과, 개인적으로는 범인에게서 시선을 완전히 놓치고 다른 곳에 생각을 뿌리며 책을 읽었다


 하지만 어찌됐든 이러한 작가의 허술한 구성 덕분에 책을 읽는데 있어 페이지는 금방금방 넘어간다. 그렇게 처음 궁금했던 해답편의 봉인지까지 다달았을때, 나는 작가의 함정에 빠진 것을 깨닫고 말았다.




작가는 등장인물이 아닌, 독자를 속이고 있다!


 해 답편의 봉인지를 뜯었다. 과연 무슨 결론이 남겨져 있을가? 속으로 기대하고 또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다. 사실 여기까지도 범인이 누군지는 전혀 깨닫지 못했다. 아니, 작가의 의도대로 누가봐도 범인 같아 보이는 인물을 범인으로 짐짓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 해답편에 나온 글들은 철저히 우리 독자를 농락하고 있었다




 사 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알려드릴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을 알려드리기 위해 설명을 드리자면, 앞서 말한 트릭을 그냥 넘기거나, 등장인물이 수사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 점, 그리고 누가 봐도 범인일만한 사람이 일단 등장한다는 점.. 이런 소설의 구성이 작가의 트릭이었다는걸 미리 밝히는 바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간단히 설명해보려 한다.


 우 선 우리는 추리소설을 볼때 트릭을 파헤치려하고, 진짜 범인을 작품의 엔딩보다 먼저 밝혀내려 애쓴다. 게다가 이 소설은 "IQ178의 천재 작가가 집필한 미스테리 추리 소설" 이라는 카피 덕분에 더욱 그 경쟁심은 몇 배로 불타오르게 된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으면 별다른 트릭은 보이지 않고, 이게 천재 작가 맞아? 할 정도로 구성과 스토리도 단순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진짜 범인은 이미 누굴거야.. 라고 너무 성급히 짐작해버리고 만다. 그것을 뒤엎을 만한 내용도 나오지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런 독자의 성급함을 작가는 이용하고 있다. 정말 끝까지 읽지 않는다면 그 어떤 천재라도 풀 수 없는 교묘한 트릭을 해답편에 숨겨 놓은 것이다.(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내용은 지나친 스포일러라 자제하겠다.)


 아 무튼 그 결과 우리는 해답편에 숨겨놓은 작가의 의도에 그대로 넘어가게 되고, 작가는 독자와의 추리대결에서 승리를 거두고 마는 것이다. 이건 정말 대다수의 독자들이 모두 당할 수 밖에 없는 트릭이었고, 이 트릭 하나에서 난 작가의 천재성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뭐 달리 생각하면, 이렇게 쓰면 누가 속지 않겠어? 라고 말할 수 있을테지만 그 점이 중요하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이 작가는 시도했다는 것. 그리고 더 이상 나올 트릭이 없다는 추리소설 장르에서 새로운 트릭을 개발해냈다는것. 그것이 이 소설이 가진 가장 큰 의미가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책에 대한 장점 설명도 책을 읽지 않으면 이해가 되지않을테니 이 정도에서 칭찬을 마무리 하도록 하겠다.



작가는 등장인물이 아닌, 독자를 속이고 있다!


 아 쉬운 점도 물론 있다. 일단 기존의 추리소설을 너무나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이런 작가의 트릭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기존 추리소설의 팬들은 작품 내에서 승부를 내고 싶어하지, 작품 밖에서 작가와 싸우고 싶진 않을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로트레크' 라는 중요한 키워드가 해답편을 보기 전에는 특별히 와닿지 않는 점, 해답편을 보기 전가진 지나치게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하 지만 이런 아쉬운 점들은 해답편을 위한 준비과정이라는 생각을 하며 너그러히 넘기길 바라는 바이다. 그렇지 않고 해답편에 가기 전에 "뭐야? 시시하네 이 책.." 이라고 생각하며 책장을 덮는다면 추리소설 트릭 중, 가장 신선한 트릭을 놓치는 일이 될 것이다. 이건 확신할 수 있다.




마치며..


 지금까지 쓰쓰이 야스타카 작가의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 을 알아봤다.

 이 작품은 내게 정말 신기한 경험을 하게해준 책이다. 추리소설의 트릭은 이제 나올만큼 나왔기 때문에 더 나은 추리소설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라고 판단하는 것이 문학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쓰쓰이 야스타가 작가는 추리소설이란 장르의 길에서 정면이 아닌 뒤를 보며 작품을 집필했다. 그 결과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멋진 트릭이 등장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작가의 발칙한 상상력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문학이란 매체의 트렌드에서 어떤 정답을 보여주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내용에서의 트릭이 한계에 도달했으면, 구성에서의 트릭을 찾는 것. 이 점을 항상 명심해야할 것 같다.

 추리소설이 아닌 다른 장르도 언젠가는 했던 이야기를 다시 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할테니 말이다. 그럴때면 이 책에서 작가가 보여준 다르게 생각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더불어 독자 여러분들도 쉽게 읽고 큰 충격 받아갈 수 있는 이 작품을 한 번쯤 읽어보시는걸 추천 드린다.


 




누구나 풀 수 있는 트릭..


하지만 중요한건 트릭이 아니다..


왜냐하면 작가는 트릭에 전혀 관심이 없으니까..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

 



★ 달문‘s 추천 지수 ★


 

★ 독서를 추천 드립니다.


IQ178의 인물과 대결을 펼치고 싶으신 분들
기존의 추리에 질리신 분들
'기발한 트릭' 에 목말라하시는 분들


★ 독서을 자제해 주세요.


추리는 수학 공식보다 복잡해야 제맛이신 분들

스토리보단 트릭 푸는 재미 때문에 추리소설을 보시는 분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