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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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세상에서 가장 빠른 심장 박동 소리..


두근 두근 내 인생

작가
김애란
출판
창비
발매
201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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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세상에서 가장 어린 부모 대수와 미라.
아이를 낳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던 그들이 아이를 낳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늙은 아이였죠.
 '조로병' 이라는 남들 보다 몇 배 빠른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아름이.
그런 늙은 자식 아름이와 어린 부모의 이야기는 시작 됩니다.



상상만해도 슬픈.. 하지만 그보다 몇 배 유쾌한..


어떤 소설을 볼때, 주제나 소재가 명확한 책 을 고르면 책읽기가 상당히 쉬워진다.

필자 역시 책을 쉽게 읽을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서 읽기 쉬운 책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땐 바로 이 '소재의 명확함' 을 갖고 있는 책을 찾는다.


 그런 의미에서봤을때 이 책 <두근두근 내 인생> 은 상당히 끌리는 책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고르기 전에 누구나 그렇듯 대강의 줄거리를 보게 된다.


 "그런데 줄거리가 뭐?"


"조로병 걸린 아이와 어린 부모의 이야기" 라고?

 정말 생각만해도 눈물 뺼 것 같다.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고? 라고 생각할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일까? 왜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선 '신파' 라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것같다. 물론 보편적인것은 아니겠지만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은 한국작품에 조금이라도 클리셰가 있거나 신파의 기미가 보이면 꺼리기 시작한다.
 그 건 아마도 미드 시리즈가 들어오기전, 천편일률적인 한국 드라마 작품의 신파와 시시한 연애 이야기에 질려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제작비의 엄청난 차이가 나는 미국 드라마나 블록버스터 영화의 새로운 소재에 중독된 이상, 기존의 신파 이야기는 특별히 어필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야기가 빠졌는데 아무튼 <두근두근 내 인생> 은 명확한 소재를 가지고 있어서 선택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지만, 그것이 신파라는 덫 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소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정말 좋은 작품이라는 점이 바로 여기서 나타난다.
 

 <두근두근 내 인생> 에서 신파는 기존의 신파와 다르다. 일단 기존의 신파를 살펴보자. 누군가 갈등 을 겪고 있다. 아버지와 딸이라거나 엄마와 아들, 부부끼리의 갈등.. 이외에도 다양한 갈등을 겪는다. 그러다가 누군가 병에 걸리거나 죽는 등.. 극단의 상황으로 간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후회와 반성, 그리고 사랑과 우정등.. 지금 여기에 쓴것만 봐도 참 질리는 소재다.
 


 "생각해보니까 말이야."

 "응."

 "뭘 잘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말이야

 "응."

 "건강하기만 했으면 좋겠다."

 어머니는 잠시 눈을 굴렸다.

 그러곤 너무 차분해서 어딘가 슬프게 들리기까지 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거면 되겠다."


그렇다면 이런 신파와 <두근두근 내 인생> 은 어떻게 다를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개인적으로 '구성' 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같은 병을 앓는 주인공이 있더라도, 주인공의 삶은 우리의 삶처럼 여러 방향으로 나뉠수 있다. 그런데 제대로된 전통 신파를 전하려면 그 병에 집중하거나, 아픔에 집중하면 된다. 하지만 그런 신파가 되지 않으려면 반대로 아픔에 집중 하지 않는 '구성' 을 하면 된다.
 

 <두근두근 내 인생> 은 바로 이러한 '구성' 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잠시 소설 속을 살펴보자.

 아 름이는 17살 어린 나이이다. 하지만 여든의 노인과 같은 몸을 가지고 있다. 그 아픔을 표현하면 말로 다 못할것이다. 하지만 소설 속에선 그런 아름이의 아픔에 집중하지 않는다. 물론 그러한 면이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소설에서 집중해서 보여주는 것은 아픔보다 '어린 나이에 어른이 된.. 하지만 여전히 사춘기인 아름이' 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리 병에 걸려 남들보다 몇 배 빨리 성숙한다해도 인간은 인간이다. 아름이도 조로병을 앓고 있지만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나이일뿐이다. 아름이의 진짜 아픔은 거기에 있다.
 이 미 늙어버렸지만 마음은 어린.. 그 아이러니한 자신의 상태에서 고뇌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사춘기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해도 몸이 따라가주지 못하고, 몸에 맞춰살기엔 아직 성숙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에 갈등하고 있는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름아."

"네."

"너 언제부터 아팠지?"

"세살요..... 엄마가 그렇다고 했잖아요."

"그럼 얼마 동안 아팠던 거지?"

"음.. 십사년요."

"그래, 십사년."

"..........."

"근데 그동안 씩씩하게 정말 잘 견뎌왔지? 지금도 포기 않고 이렇게 검사받고 있지?

다름 사람들은 편도선 하나만 부어도 얼마나 지랄방광을 하는데.

매일매일, 십사년.

우린 대단한 일을 한 거야. 그러니까......."

"네."


어머니가 목소리르 낮추며 부드럽게 말했다.


"천천히 걸어도 돼."


<두근두근 내 인생> p.101

소설 속에서 아름이의 에피소드는 다양하다.어린 부모와의 관계, 부모의 이야기, 옆집 할아버지와의 이야기, 방송국에 출연한 이야기등이 적절하게 등장한다. 그런데 그 중 가장 핵심이 되는 에피소드는 내 생각엔 아름이의 첫사랑 이야기이다.
 아름이는 방송에 출연하고, 그 모습을 본 다른 아픈 동갑내기 여자아이가 아름이에게 메일을 보낸다. 그렇게 메일을 주고 받는 사이 아름이는 자신의 첫사랑을 느끼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 에피소드가 가장 핵심이라고 말했던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이 에피소드가 '신파' 를 효과적으로 전달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에서 이 책은 신파의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구성의 변화로 신파의 단점을 피해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신파가 가진 장점은 어떻게 할까? 신파도 장점이 분명 있다. 어떤 스토리든 웃음, 분노, 괴로움, 눈물 같은 원초적인 감정을 놓치면 밋밋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신파가 쉽게 취할 수 있는 눈물의 장점을 살릴필요가 있다.
 

 자 그렇다면 이 에피소드가 신파를 어떻게 살리고 있는지 살펴보자. 아름이는 첫사랑을 느낀다. 그리고 그 감정에 순수하게 취하고 만다. 하지만 현실에 돌아오니 자신은 80대 노인의 몸이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 결론 = 이 사랑은 선천적인 나의 병떄문에 성공할 수 없다..
 
 이렇듯 아름이는 자신이 어찌하지 못하는 이유 떄문에 사랑에 실패하고, 이런 작은 에피소드를 통해서 독자들은 아름이 자신이 할 수 없는 수만가지 일들을 깨닫고 만다. 그 깨달음의 순간 아름이에 대한 감정은 극한 슬픔으로 변한다. 그런데 아름이가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모습에 또 한 번 슬픔을 느끼고 만다. 이것은 '병' 이라는 키워들를 바탕으로 한 신파의 장점을 살린것이라 볼 수 있다. (더 심한 에피소드가 연결되지만 그것은 스포일러 이므로 여기선 적지 않겠다.)

 

"니들 눈엔 우리가 다 늙은 사람으로 보이지?"

".........."

"우리 눈엔 너희가 다 늙을 사람으로 보인다! 하고"

"하아, 괜찮다! 진짜 그럴걸!"


<두근두근 내 인생> p.210

자, 그럼 두 번쨰 이유를 살펴보자.

 두 번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에피소드가 '신파' 의 단점을 피해가는 가장 큰 역할 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오늘 리뷰 왜 이리 왔다갔다 하냐!! 라고 화낼수도 있지만 어쩔수가 없다. 이 작품 자체가 아이러니의 묘한 매력이 집약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아 무튼 생각해보자! 이 에피소드의 기본적인 소재는 '첫사랑' 이다. 사춘기떄 누구나 겪을 수 있었던 첫사랑. 그것이다. 다른 병에 관련한 이야기가 아닌 누구나 겪는 첫사랑과 사춘기의 이야기. 이 에피소드가 없었다면 이 소설 역시 유쾌한 문장과 재미난 구성이 있지만 결국 '병' 에 집중한 이야기가 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가 있음으로서 독자들은 아름이가 아직 아이라는 것, 아무리 성숙해도 그냥 평범한 아이일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점이 이 에피소드의 두 번쨰 장점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외에도 참 장점이 많은 작품이다..


 읽는내내 즐거움과 슬픈 감정이 멈춘 기억이 없을정도로 감정 컨트롤을 잘해주었고, 지루해질 순간이 없게 만든 쉬운 문장과 매끄러운 에피소드간의 연결. 뭔가 소박하고 작지만 깔끔하고 따뜻하게 인테리어된 집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리뷰를 쓰기 위해선 단점 한 두가지 정도는 생각해둬야 비교하기 좋은데 그렇게 눈에 불을 켜고 봐도 단점이 특별히 눈에 띄지 않았다. (이 한 마디만 하면 될것을 리뷰를 너무 길게 쓴 기분이다..)


 

나는 그 아이의 한족 손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러곤 어느 순간 모니터 위에 내 손을 가만히 갖다댔다.

그러자 그 아이의 손과 내 손이 어렴풋이 포개졌다.

컴퓨터 열기 때문인지 액정 위로 온기가 전했졌다..


<두근두근 내 인생> p.255



마치며..


 이번 <두근두근 내 인생> 은 정말이지 따뜻하고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이 무슨 진부한 표현이란 말인가... 하지만 이 표현이 가장 정확할것이라고 책을 읽으시면 알게될거란 말을 하고 싶다.
 이번 리뷰에선 <두근두근 내 인생> 의 소재에 집중해서 하나의 에피소드를 통해 작품의 전반적인 장점을 이야기 했다.

 여기서 설명한 에피소드 외에도 유쾌하고, 슬픈 에피소드들이 많이 엮어져 있으니 많은 분들에게 추천을 하고 싶은 바이다.
 

 그럼 <두근두근 내 인생> 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누구보다 빠른 시계 바늘..


하지만 누구와도 다르지 않는 하루하루..


두근거리는 사춘기 아름이의 이야기..


<두근두근 내 인생>




★ 달문‘s 추천 지수 ★


 

★ 독서를 추천 드립니다.



아주 특별한 신파를 즐겨보고 싶으신분들
가볍지만 진한  첫사랑의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분들
기존의 김애란 작가 작품과는 다른 모습을 거부감없이 바라볼 수 있으신 분들


★ 독서을 자제해 주세요.


김애란 작가의 단편에 너무나 빠지신 분들

진지하게 눈물빼는 신파를 좋아하시는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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