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21세기 문학상 수상집에서 수록작인 메리고라운드서커스 여인을 우연히 읽고 난 후부터 난 내 멋대로 이 소설을 내 인생소설이라 부르기로 결정했다. 예전에 어떤 평론가가 전경린에게 마녀라는 수식을 붙였었다. 그 `마녀` 전경린다운, 전경린의 글이며 전경린 외엔 누구도 쓰지 못할 글들의 집결. 이졸데의 모순으로 가득하다. 난 여전히 젖은 가방들이 떠다니는 바다를 종종 상상하고, 여전히 삶의 사소한 순간들이 비스킷처럼 부서지던 때가 그립다.
말랑말랑 따뜻한 일러스트처럼 가벼운 도쿄여행기. 훌쩍 책장을 넘겨 읽다보면 가까운 친구의 그림일기를 엿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에 대해 너무 열광적이거나, 혹은 동양이라 너무 뭉뚱그려 폄하하는 시선이 없었던 점이 좋았다. 그냥 보고 느낀, 그 도쿄의 모습 그 자체에 대한 한 일러스트 작가의 그림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