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지음, 최인자 옮김, 제인 오스틴 / 해냄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오만과 편견. 모르는 사람 없다. 다아시는 로맨스 코미디 남자 주인공의 바람직하고 모범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고, 리지 또한 마찬가지로 모범적인 여자 주인공 아니겠는가. 오만과 편견에는 고전적인 예법, 아름다운 의상, 오해, 편견, 역경을 딛고 이루어낸 사랑이 있다. 너무 아름다워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성역. 아름다운 러브스토리. 


그런데 역병이 그 성역을 침범했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이야기다.

 


 


 




리지는 좀비와 싸워요. 


제인 오스틴 시대의 영국에 55년 간 이상한 역병이 돌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그 역병은 감염자를 서서히 죽여가며 살아있는 시체로 만든다. 시체가 된 이들은 이성을 잃고 사람들을 죽여서 먹게 된다. 그렇다. 이 역병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좀비와 비슷하다. 그렇다. 좀비.  오만과 편견은 좀비물이었다.


베넷 씨는 딸들의 안전에 상당히 신경 쓴다. 그는 좀비들 사이에서 딸들이 살아남게 하기 위해 전사로서 훈련을 시킨다. 중국 소림사의 리우 사부 밑에서 혹독한 훈련을 거치기도 하고, 끝없이 수련을 멈추지 않는 베넷가의 숙녀들은 이미 노련한 전사이자 죽음의 신부이다. 그 중에서도 둘째 딸 리지는 최고의 전사. 전사의 법도에 따라 살고 죽는는 잔혹한 전사다.

 

손님들이 사방으로 허둥지둥 도망치고 있을 때, 베넷 씨의 목소리가 이 소란을 뚫고 들려왔다.

"딸들아! 죽음의 팬터그램을!"

엘리자베스는 즉시 제인, 메리, 캐서린, 리디아와 함께 무도회장 가운데로 모였다. 아가씨들은 제각기 발목에서 단검을 꺼냈고, 보이지 않는 별의 다섯 꼭짓점 위에 우뚝 섰다. 그들은 방의 한가운데에서부터 바깥쪽으로 전진했다. 아가씨들은 한 손에는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검을 들고 다른 한 손은 잘록한 허리 위에 얌전하게 올려놓았다. 

-p.16



좀비와의 전쟁이 계속되는 와중에 네버필드 저택에 빙리 씨와 다아시 씨가 오게 된다. 다아시는 처음에 리지를 경멸하지만 그녀의 전사다운 몸놀림과 형형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눈에 반해버린다. 그리고 역병과의 싸움에서 피어나는 사랑. 그 이름 사랑. 죽음의 신부가 다아시의 신부가 되어간다.




 




원작의 철저한 변용.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는 원작을 철저하게 가져오고 있다. 문장 하나하나가 원작의 것을 변형시킨 것이다. 그렇기에 원작을 잘 알고 있다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다만 원작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내가 원작을 읽고 있는 건지, 아니면 좀비물이 된 오만과 편견을 읽고 있는 건지 잘 구분이 안 될 정도라는 것. 단어 수준의 변형이기 때문에 세심하게 보지 않으면 어디가 바뀌었는지 잘 모르게 된다. 바뀐 단어들은 물론 현대적인 이야기처럼 때론 노골적이고 때론 패러디 같기도 하지만 오만과 편견의 분위기 자체를 바꾸지는 못했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오만과 편견이라는 유명한 이야기를 완전히 좀비물로 바꾸는 데는 성공한 듯 싶다. 좀비가 나오는 장면들은 어쩔 수 없이 원작에서 엇나가기도 하며(하지만 잠시 뿐) 때로는 지나치게 잔인하기도 하다. 원서에는 삽화가 있는데, 참 어울리면서도 그로테스크해서 안 실은 게 다행이다 싶다. 이 이야기에서는 특히 그 무엇보다 엘리자베스 베넷이라는 캐릭터가 큰 변화를 맞이하지 않았나 싶은데, '나의 리지는 이렇지 않아!'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다. 이걸 읽는 동안 키이라 나이틀리가 카타나를 휘두르고 닌자를 죽인 후에 심장을 씹어먹는 걸 상상하려고 노력했는데... 안 된다. 안 돼. 




 

 


 



오리엔탈리즘?


소설을 읽는 동안 불편한 점이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베넷가 숙녀들은 중국에서 수련했고, 캐서린 드 버그 영부인은 닌자들을 호위로 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중국과 일본은 흔히 말하는 오리엔탈리즘, 즉 서양보다 더 야만적이고 미개하고 그러면서도 신비로운 그런 분위기로 묘사된다. 야만성도 무술도 잔혹함도. 좀비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결과 만들어진 태도가 아니라 동양에서 수련받았기 때문이라고 여기게 만들고 있다. 기분 나빠. 그리고 듣기로는 살상용으로는 일본도나 검술보다 서구 검술이 더 유용하다던데. 

 

엘리자베스는 무시무시한 일격을 가해 닌자의 늑골에 구멍을 냈다. 그녀가 손을 꺼냈을 때에는 여전히 펄떡거리는 심장이 쥐어져 있었다. 캐서린 영부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몸서리를 치며 뒤로 돌아섰다. 엘리자베스가 심장을 한 입 깨물자, 시뻘건 피가 그녀의 턱을 따라 대련복 위로 주르르 흘러내렸다. 

엘리자베스가 심장을 씹으며 말했다.

"거참, 흥미롭군요. 수많은 사람의 심장을 먹어보았지만, 일본인의 심장이 좀 더 부드러워요."

-p.169


 


잘 바꿨지만 거기까지.


설정이 참 흥미롭기는 했다. 원작을 저 어딘가 멀리 두고 와서 직접 비교하며 볼 수 없었던 게 아쉽다. 첫 문장부터 폭소하며 봤다는 분도 계셨지만 웃음 코드란 참 어려운 것이라... 나도 초반에는 키득거리며 봤지만 약간의 변형만이 끝까지 지속되다 보니 초반의 흥미로움은 중반부부터 그냥 끝나버렸다. 설정의 흥미로움을 그것만으로 끝내버렸달까. 좀비로 패러디를 하든 말든 원작과 그리 다를 건 없으니 초중반부터는 앞으로의 이야기가 전혀 궁금해지지 않았다. 


어쨌든 기대치에 못 미쳤던 소설이었다. 원작을 읽지 않았다면 즐기기 힘들 것 같고, 또 유머 코드가 맞지 않는다면 역시 별다른 재미도 없겠고, 초반의 흥미가 끝까지 지속되기도 어렵다. 일반적인 액션 스릴러같은 속도감 있는 이야기도 되지 않고, 완전히 고전적이고 로맨틱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섭지도 않고, 동양의 무술만이 불편한 그저 그런 이야기였다. 



오만과 편견을 좀비물로 완벽하게 바꾸어 놓았지만 거기까지. 정말 거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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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1 : 세계편 퇴마록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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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세계편』은 읽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1권을 다 읽고나서 2권을 중반 쯤을 읽다가 시험기간 때문에 덮었고, 그 상태로 방치했던 것같다. 방학을 했으니까 일단 읽던 거 뒤처리부터 하자 싶어서 집어들었다. 오래전에 읽었던 것을 다시 읽다보니 감회도 새롭고,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 






괴담에서 판타지로


세계편은 국내편과 다르다. 국내편은 '한국'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진 이야기였기에 소재도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흔히 말하는 괴담과도 같았고, 귀신이야기로도 볼 수 있었다. 한국적 소재와 그것을 통한 공포심 자극. 물론 국내편도 퇴마사들의 스펙이나 여러 경우에서 판타지(중에서도 영웅판타지)같은 면모가 약간 있기는 했다. 그러나 강하지는 않았다. 괴담이 더 중요했다. 


그런데 세계편에 와서 괴담은 판타지가 되었다. 소재 자체가 전세계적인 것들로 바뀌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처녀귀신은 호러인데, 늑대인간은 판타지 같은 그런 문제랄까. 좀비, 흡혈귀, 늑대인간도 인상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 퇴마록 세계편의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판타지 같은 것이 아더왕 전설을 이용한 것 아닌가 싶다. 퇴마사들은 세계편에서 전세계를 쏘다니며 일을 해결했다. 블랙서클이라는 전세계적 음모 조직의 뒤를 좇는 과정에서 정말 신기한 일들도 많이 겪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인물도 몇 명 더 등장한다. 연희와 백호 검사 되겠다. 





 

수정된 부분과, 아쉬운 부분


전체적으로 수정된 부분은 별로 없다.(물론 나는 초판은 기억도 잘 안 난다.) 작가 본인이 서문에 밝혔듯이 뒷부분에 조금 바뀐 부분이 있다. 더글러스탐정이 개입하는 부분인데, 이 인물부터가 이번에 새로 만든 캐릭터라고 한다. 사실 퇴마록의 문장력, 문체는 투박하다. 오래된 소설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보다는 이 소설이 처녀작인 탓으로 보인다. 그 탓에 퇴마록의 이야기도 스케일은 대단하지만 세련된 맛이 없다. 그런데 역시 더글라스가 나오는 부분만큼은 새로 쓰인 것이 확 티가 날 정도로 문장력이 향상되어 있다. 하지만 그 부분은 극히 일부일 뿐이고, 더글라스는 이야기 개연성을 위해 추가되어서 딱 그 정도의 역할만을 하고 끝날 뿐이라는 데 아쉬움을 준다. 



퇴마록을 다시 읽으면서 주인공들의 행동에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사실 사람은 절대 죽이지 않는다는 그들의 정의감과 고민, 갈등은 상당히 고전적이다. 결코 좋은 의미는 아니다. 아까 말했듯이 세련된 이야기가 아니니까. 퇴마사들의 정의감이 이야기가 다른 방향, 더 현대적이고 매력적으로 바뀌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는 느낌에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캐릭터들이 너무 평면적이라고 해야할까. 여전히 준후는 귀엽지만, 이 인물들 대화하는 걸 보고 있으면 손발이... 오글오글.


검은 어느 때 써야하는가?

"벨 때 써야 합니다."

힘을 기르는 것은 누구를 위함인가?

"약한 자를 위함입니다."

명예와 영광과 생명 중 무엇이 중요한가?

"생명입니다."

-2권 194쪽




국내편에서도 말했지만 추억으로 커버하고 읽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여러 나라의 전설 등은 흥미롭기도 하니까. 

그래도 개정에 대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난 전면 개정 찬성하는 편인데. 역시 힘들구나. 

혼세편은 많이 바뀌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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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닉 -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마음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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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한다. 처음이라는 말은 설렌다고. 그런데 나에게 처음이란 언제나 불안을 동반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설렘보다는 불안이 더 큰 것이, 겁쟁이이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본 배명훈의 장편 소설


『은닉』은 내가 처음 접하는 배명훈 작가의 장편 소설이다. 『타워』도 출판사는 배명훈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광고했지만, 연작소설집이라 장편이라 볼 수는 없었다. 배명훈의 첫 장편소설은 『신의 궤도』이지만 그건 내가 읽을 수 없을 때 출간되었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아직 접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은닉은 내가 처음으로 접하는 배명훈의 장편소설이 되었다. 이제까지 단편은 정말 많이 읽었는데 말이다. 


배명훈. 이 작가를 처음 알았던 건 내가 고등학교 때다. 이렇게 말하니까 엄청 오래된 거 같은데 2007년이니까.... 어라. 5년이나 지났네? 지금은 출간되지 않는 <판타스틱>이라는 장르문학 잡지에 실렸던 배명훈 작가의 단편을 보고, 굉장히 재미있고 독특한 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생각했더라지. 평범한 세계 같다가도 정말 사소하지만 짐작할 수 없었던 반전이 오고, 그의 독특한 상상력에 감탄하고, 어딘지 붕 뜬 듯 하면서도 현실에 발을 단단히 발붙이고 있는 내용에 즐거워하고. 배명훈은 내게 단편의 맛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작가였다. 이후로도 많은 단편집과 웹진 거울을 통해 그의 소설을 읽었다. 그런데 장편은 이게 처음이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절대 불안해할 필요가 없었다는 거. 배명훈 아니겠나. 배명훈이잖아. 단편이 늘어서 장편이 되었다고 해도 그 재미가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여전히 통통 튀는 상상력에, 눈을 뗄 수 없는 흡입력. 실감나는 인물 대사. 거기다 은경이까지 나오니!(웹진 거울에 실렸던 배명훈 단골 여주인공 은경이 가상 인터뷰 [클릭])



도입부만 설명해보자. 


나는 킬러다. 11년만에 맞이하는 휴가를 맞아 체코에서 지내고 있다. 그런데 지령이 내려졌고 지령에 따라 관람한 연극에서 은경이를 보게 된다. 


시체였다.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반라의 여자였다. 시간이 멎어 버린 죽은 여자의 몸. 아마도 연출자나 미술감독이 세심하게 배치해 둔 상태 그대로, 생명을 완전히 포기했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모습으로. 팔다리를 늘어뜨린 채,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하고 정지해 있는 몸. 시체를 흉내 내는 육체. 죽음을 연기하는 삶.

-p.22


은경이를 본 순간, 주인공은 그녀를 보호하기로 한다. 그리고 옛 동료 조은수에게 신호를 보낸다. 





(아래는 스포일러를 거를 생각이 전혀 없으므로 주의 바랍니다)



빛과 그림자


은닉의 주요 인물은 세 명으로 축약된다. 주인공 '나', 조은수, 김은경. 이 셋은 이야기의 중심 축이며 진행자이다. 재미있게도 '나'는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기보다 사건에 이끌려 나간다고 생각되는 인물로, 전혀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김은경은 사건의 발단이자 핵심이지만 회상 장면을 제외하고는 대사도, 행동도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조은수는 초반에는 얼굴이 없고 생사도 알 수 없다. 이렇게 보니 세 인물 다 존재가 애매하다. 한 개체를 상징하는 '이름'이 부재한 주인공, 살아서 죽어있고 죽어서 살아가는 은경이, 그 존재가 경계에 걸쳐있는 조은수. 이들은 인물이면서 소품이고 개념이다. 주체가 의심당하는 자들. 


은경과 은수는 나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서있다. 은경이는 완벽히 '소품'의 위치에 얹어져 있다. 그녀가 연극에서 맡고 있는 그 역할이 연극 밖의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은경이는 '나'나 조은수 보다 강력한 메시지이며 상징이다. 그녀는 인물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개념이다.  빛. '나'로 대변되는 인간이 갈망하는 빛이며 생명이다. 아무 대사가 없어도 그 존재 자체로만 '나 여기 있소'하는 아우라를 내뿜고 있다.(은경 씨로서는 은닉에서의 연기가 배명훈 소설 중에서 가장 힘들지 않았을까) 언제나 추구하고 있는. 그럼 은경이와 반대점에 있는 조은수는 뭘까. '나'는 은경이를 경외(경애?)한다. 그리고 조은수는 '나'를 바라본다. 조은수는 그림자이다. 은경이의 반대 쪽에서 나를 항상 따라다녀야하는 그림자. 실질적인 능력을 가진 것은 은수이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그림자로 머물러야 하는 인물. 하지만 그는 은경이와 달리 이야기 속에서 생동한다. 은경이가 인간을 넘어서 인간을 이끄는 어떤 존재라면 은수 역시 인간을 넘어섰지만 인간을 반대로 동경하는 그런 존재. 그렇기에 은경이보다 더 인간적이고 멋있었고...


"결국은 그렇게 될 겁니다. 조은수는 완성형이고 김은경은 최종형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p.188



나라는 인물은 참 미묘하다. 그는 사람이다. 그래. 평범한 사람이다. 은경이와도 어울리지 않고, 초천재 은수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도 모르겠는 평범한 인물. 평범하게 감정을 가지고 움직이지만 그는 꼭두각시이다. 배명훈의 꼭두각시? 아니. 은경의 꼭두각시. 은경이를 노리는 두 세력의 꼭두각시. 미끼. 움직이는 듯 하지만 그 스스로 움직이는 때는 거의 없다. 체스판의 말처럼 남들이 움직이는 대로 움직인다. 애 쓰지만 체스판은 기울어있고, 한 쪽으로 미끌어질 수밖에 없다. 남들이 대신 선택해주기를 바라고, 빛과 그림자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그의 모습이 바로 우리 일반인의 모습 아닐까. 



"안 이래도 되는데."

은수가 속삭였다. 안 그래도 될 것 같은 목소리가 절대 아니었다. 

"너랑 이렇게 나란히 걷고 싶었어."

"나도."

누가 먼저 한 말인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p.158


악마는 우리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소설 속에도 명시되어 있다. 자연. 원형. 절대자. 그것이 생명을 앗는 것으로 깨어나는 건 생사의 경계에 있어야 하기 때문일까? 악마 이름 의미는 잘 모르겠음. 친절히 설명해준 마지막 악마만 알겠고. 사실 빛으로 알고 있었던 무언가가 악마라는 건 그리 충격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림자였던 은수가 오히려 너무 애정과 우정으로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빛과 어둠은 충분히 역전될 수 있고. 진짜 악마는 그 관계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 뭐라고 횡설수설하는 거지. 책이 너무 좋아서 그래요. 뭐라 설명할 수 없음. 지금 정줄 놓은 거 같아. 




예약특전 '배명훈 매뉴얼'. 단편 <안녕, 인공존재!>의 인공존재 설명서가 떠오릅니다. 



인섹트 플라이트


"IF 코드. 딱 걸린 거지. '곤충,' 'IF,' 이렇게 추적해 들어가니까 한 가지가 툭 튀어나왔어. 그 곤충연구소에 있는 풍동실험실 이름에 IF라는 말이 딱 들어가 있더라고."

"그게 뭔데?"

"인섹트 플라이트 Insect Flight. 그 IF 코드의 비밀은, 곤충비행 연구였던 거야."

p.188


몰입해서 읽고 있던 내 주의를 확 끌었던 단어, IF. '인섹트 플라이트'. 배명훈 작가의 단편 중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당연히 <인섹트 플라이트>를 꼽을 것이다. 다른 어디서도 볼 수 없고, 지금은 폐간된 판타스틱에만 실렸던 그 단편. 처음 본 배명훈의 소설은 역시 판타스틱에 실렸던 <우주로 날아간 마도로스>였지만 그를 인식하게 했던 소설이라면 단연 <인섹트 플라이트>였다. 그렇기에 인섹트 플라이트는 사실 두번째이지만 처음이었다. 두 번째 장편이지만 내게는 처음인 은닉과 같달까. 인섹트 플라이트는 섬세함과 반전, 그리고 10대 소녀였던 나를 꿈꾸게 한 로맨스(!)까지 갖추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었다. 곤충 형태의 초소형 비행체. 


그 아이디어가 은닉에서 되살아났다. 읽은 지 너무 오래 되어 기억도 가물가물한 그 단편이. 여기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어찌 안 좋아할 수 있겠는가. 배명훈 작가를 좋아하게 된 그 작품이 여기서 나와버렸는데. 아이디어만 겹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거대한 악마를 물리칠 수 있는 수단. 그것이 그 작은 곤충이었다는 아이러니. 악마를 불러낸 수단으로 악마를 없애는 진실. 디코이라는 수많은 허위 정보들, 가상의 분신들을 없애는 것이 단 하나로 수렴된 점으로 가능했다는 거. 그 장면은 정말 명장면일 거야. 



 

 

, 이렇게 배명훈 작가님 사인본이 셋! 작년에 신의 궤도를 질러두지 않은 걸 후회 중이다. 



정치를 둘러싼 전략은 어렵네요


배명훈 특유의 사회 비꼬기도 여전하다. 『타워』에서 볼 수 있었던 대놓고 신랄한 풍자는 덜하지만, 예술을 대하는 연방 공무원들의 태도에는 작가의 삐딱한 시선이 배여있다. 아무래도 그 자신이 예술가이기 때문에 더 잘 느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최창수에게 중요한 건 그 글 자체가 아니라 그 글이 일으킬 반향일 것 같앗다. 예술에 관한 한 연방행정기관의 감수성은 그런 식으로만 작동할 수 있으니까. 연방에는 감수성을 담당하는 기관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아서, 스스로 느낀 것에 직접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다른 사람들이 뭔가를 느끼고 난 후에 일어나는 동요에 대해서만 한 발 늦게 반응할 수 있을 뿐이다. 

-p.116


은경이를 둘러싼 단체의 태도와 전략은 어렵다. 대충 읽어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얘네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에 대해서 몇 번을 생각해야했다. 내가 이런 집단의 행동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일지도. 작가는 자신의 역량을 이용해 상황을 만들어냈는데 내가 그 상황을 판단하는 인물들 수준이 되지 못해서 따라가는 게 힘들었다. 난 별로 정치적인 인간이 되지 못하나봐.





그냥 한 번 읽어보세요.


이 외에도 소설 안에 수 많은 코드가 있다. 흑백, 체스, 미끼, 버린 자, 프라하, 겨울, 기수...  나는 다 못 파악하겠다. 설명할 자신도 없고, 지금도 말 안 되는 말만 잔뜩 뭐라고 지껄여 놨는데. 생각나는 대로 적었더니 두서도 없고. 어차피 이 글은 내 기록을 위한 거니까. 끝까지 두서 없이 가야겠다.


그냥 다들 한 번 읽어보세요. 강추. 배명훈입니다. 두 말이 필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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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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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캄보디아로 갔던 가족여행. 그곳에서 진짜 해골을 봤다. 어렸기에 무슨 역사가 있었는지도 몰라 가짜처럼만 보이던 그 해골들. 그럼에도 인상적으로, 강렬하게 남아있다. 쌓여있는 두개골에는 총살로 난 구멍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킬링 필드라는 끔찍한 제노사이드로 죽어간 사람들의 해골이 캄보디아 전역 곳곳에 탑으로 보존되어 있다던 가이드의 설명이 생생하다. 킬링 필드만이 아니다. 인간이란 종의 동족 대학살은 수없이 자행되어 왔고 지금 어딘가에서도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제노사이드. 대량학살


제노사이드. 인간의 광기. 생존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그저 어찌할 수 없는 원죄인가. 제노사이드를 하는 생물은 인간 뿐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지만, 사실 진짜 그런 것은 아니란다. 『제노사이드』에서도 잠시 나왔지만 침팬지도 동족 살해를 자행하고, 그 수법은 꽤나 잔인하기도 하다. 나는 침팬지의 제노사이드를 『다니』라는 소설을 통해 먼저 접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소설에서도 침팬지들의 전쟁이 인간의 학살과 겹쳐 보였던 점을 생각해보면 동족 대학살의 대표주자가 호모 사피엔스라는 건 어찌할 수 없는 일인가보다. 


예거는 울컥했지만 화를 참았다. 다른 인종을 때리는 것에 저항감이 있었다. 게다가 믹이 왜 유인원을 쏘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어린 원숭이의 고통을 없애주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대장 원숭이에 대한 증오 때문인지. 실제로는 그 어느 것도 아니라 하등동물에 무력을 과시하며 비열한 허영심을 만족시키려 한 것일지도 몰랐다.  -p.205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는 새로운 종의 탄생과 그 종을 말살하려는 인간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지구에서 가장 번성한 호모 사피엔스. 이 인류가 이렇게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다름이 아니라 그 안에 내재한 폭력성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뭣보다 그 최정점에 선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라니 뭐랄까 사실 같으면서 통쾌했다. 낄낄.






잘 짜인 구성, 전문적인 깊이까지.


꽤 긴 이야기였음에도 이야기 전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느슨해지지 않으며, 조금 느슨해진다 싶을 때는 곧바로 고삐를 조인다. 이야기는 진행될 수록 전체적이고 구체적인 상을 그려낸다. 단 두 사람의 시선에서 시작해 민족과 국가로 발전한 후 종국에는 인류라는 종에 대한 고찰을 하게 한다. 또한 제노사이드는 이야기의 규모가 갈 수록 커지던 것과는 반대로 하나의 개체에 얽혀있으며, 유전자라는 굉장히 작은 영역까지 세세하게 신경쓰고 있다. 


작가는 진화라는 영역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굉장히 전문적인 과학지식들을 끌어온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언급되는 리간드와 수용체, 거울 구성체 등의 전문 용어들은 생소하다. 난해하다. 그러나 작가는 나름대로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실제 과학 서적에서는 얼마나 더 어려울지 생각해본다면 이 정도는 양호하지 않나 생각된다. 그리고 과학적 설명은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것에 불과하다. 독자가 이 전문지식에 굳이 얽매일 필요도 없다. 물론 이런 과학 지식을 통해 글에 깊이가 더해진 건 사실이지만 애써 이해하지 않아도 이야기 전체 흐름을 따라가는 데는 무리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그저 번역이 힘들었겠다 싶었을 뿐이다.


  겐토는 자기 어머니가 문득 떠올랐다. 분명코 이 강인한 면은 말이나 종교나 인종을 넘어선 모든 인류에게 공통되는 선(善)이리라. 겐토는 먼 나라에 있는 용감한 어머니에게 말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예거 씨."

  겐토는 하늘에 대고 전화 상대에게 들키지 않게 작게 신음했다. 그 후의 각오를 정하고 인생 최대의 도박이 될 말을 꺼냈다. 

  "제가 약속합니다. 반드시 당신의 아이를 구하겠습니다"

-p.349




한국? 일본? 중요한가?


한국학생 정훈이 나오고, 일본 작가가 쓴 소설에서 일본의 제노사이드 행태가 나온다는 점에서 일본 우익들의 비난을 받았다고 들었다. 근데 그냥 언급되는 수준인 왜 과민반응일까 싶었다. 인종, 국가 등의 이유로 타자를 배제하기 때문인가? 일본인인 믹이 좀 비열하게 나오기는 했으나 그 반대선상에서 겐토라는 존재도 있는데 말이다. 국적이 한국이고 일본이라는 그게 그렇게 중요했던 건지. 소설에서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걸 넘어선 화합인데 말이다.


한신 대지진 때는 재일 한국인과 재일 조선인, 일본인이 서로 도왔다고 겐토는 아파트 계단을 올라가면서 생각했다. 시대는 변하고 있었다. 앞으로 올 손님이 부디 일본인을 원망하지는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선조가 어리석으면 후손이 고생하기 마련이었다. -p.171







종의 진화. (아래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신인류에 대한 이야기는 SF에서 많이 다루어진 영역이기도 한데, 그것을 이런 식으로 풀어나간 데에는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신인류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그 신인류의 탄생으로 인한 인간이라는 종의 반응이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신인류는 이제 막 태어난 시점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이들인지도 자세하게 나오지 않는다. 다만 이럴 것이라고 하는 추측형 시나리오만 소설 내에 무수할 뿐. 물론 그들이 실제로 보이는 능력은 있지만 호모사피엔스인 나로서는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기도 하고 말이다. 


신인류에 대한 SF 소설을 많이 접해보지는 못했는데 개인적으로 떠오른 작품은 올라프 스태플든의 『이상한 존』. 어느 신인류나 마찬가지겠지만 극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존과 아카리가 계속 겹쳐보였다. 말을 배우는 게 느리고, 얼굴이 크고, 고양이 눈같다는 점 또한. 하이즈먼 리포트에 기록된 대로 만약 제노사이드의 신인류가 제6감을 가지고 있다면 아키리와 존은 더 가까워지겠지. 이상한 존에서도 신인류는 척결되었는데, 이런 제노사이드, 신인류에 대한 배제와 척결은 아무래도 DNA에 각인된 어쩔 수 없는 본능 아닐까 싶기도 하다. 





대단한 소설


대단한 소설이었다. 재미라는 점도 좋았고, 치밀한 구성도 멋있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이 대단한 것은, 인간의 존재와 그 폭력성을 드러내보이며, 우리 존재를 고찰하게 한다는 점일 것이다. 진화라는 게 반드시 진보, 진일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그 앞으로의 한발, 또 다른 변화를 기대하게 하는 것은, 그럼에도 내가 호모 사피엔스에게 호의적일 수밖에 없는 호모 사피엔스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면 아무 담보물도 없이 자기 목숨을 위험에 처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구하려하는 사람이 있다면? 역의 플랫폼에서 떨어지는 외국인을 구조하거나 아니면 목숨 걸고 신약 개발에 뛰어든다던가, 그런 사람도 있습니다."

  "극히 소수 아닌가. 그것도 일종의 진화한 인간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구태여 누스를 만나러 가지 않아도 그런 사람과 길에서 지나쳤을 수도 있겠군." 

-p. 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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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탑 5
전민희 지음 / 제우미디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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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판타지 작가를 꼽으라 하면, 반드시 들어가는 이름에는 전민희가 있을 것이다. 이영도와 함께 거론되는 작가. 한국의 조앤 롤링이라고도 가끔 불린다. 『룬의 아이들』시리즈는 일본과 중국에 번역되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고도. 뭐 그렇단다.  


나도 좋아하는 작가다. 물론 완벽한 작가는 아닐 것이다. 상업적이라는 비판도 있고, 벌이기만 하고 수습을 못 한다는 평가도 있고, 이야기는 좋지만 깊이는 없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깊이가 있고 없고를 떠나 이야기 자체를 만들어 내는 데는 꽤 능숙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가 좋은 스토리텔러라는 데 이견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까? 화려한 문장과 묘사도 적절한 편이라 좋아하고. 그 문체는, 뭐라고 할까. 개인적으로는 흩날리는 벚꽃같은 이미지로 기억을 하고 있다.




10년만에 나온 태양의 탑


어쨌거나. 장편 시리즈 중 <아룬드 연대기> 그 1부 『태양의 탑』으로 말하자면 비운의 작품이다. 왜? 10년 간 다음 권이 나오질 않았으니까! 왜 작가님 절단신공 펼쳐놓고 10년 동안 다음 이야기가 안 나오나요. 응? 왜? 표지 표절 때문이기는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야... 제우미디어에서 다시 나오기 시작했으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 한동안 나오질 않으니 속이 터집니까 안 터집니까. 


게다가 아키에이지 프로젝트 하시면서 새 책이 거의 나오지 않았지. 태양의 탑을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던 지인님은 기다림을 견디다 못해 탈덕하셨다. 휴덕인지 탈덕인지는 좀 더 두고봐야겠지만. 나도 신간이 안 나오니 내가 진짜 이 작가를 좋아했던가 긴가민가 할 정도가 되었다. 『전나무와 매』는 제쳐두고. 그건 장편도 아니고, 본편의 외전밖에 안 되는 이야기니까.


그런데 드디어 나왔다. 『태양의 탑 5권』. 10년 전 끊어졌던 부분의 이후 이야기. 신간님을 만나니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이 작가를 좋아했었구나. 이래서 좋아했었구나. 이런 매력이었구나. 고등학생 시절 신간이 나올 때마다 기다렸다가 제일 먼저 달려갔던 그 두근거림이 얼핏 느껴졌다. 그러니까 전민희 작가님, 신작을 내달라니까요. 이제까지 몇 번이나 봤던 책만 계속 봤다 보니 잊고 있었다고요. 간만에 신작을 만나서 읽고 있자니, 책장 넘어가는 게 아까워서 넘길 수가 없다.





중간 권이라는 게 참, 리뷰 쓰기 애매한 책이다. 뭘 말해도 미리니름이 될 수도 있으니까. 내용 설명도 좀 힘들고. 그러니까... 대충 얼버무리고 가는 게 좋겠지?


복습은 필수인 듯 한데.

몇 가지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고, 이제 끝이 보이는 듯 하다. 몇 가지는 정말 충격이었을지도. 근데 본편이 의외로 짧다고 생각된다. 그냥 받아들었을 때도 책이 생각보다 얇네 싶었는데 외전도 들어있으니. 에휴. 뉴 페이스는 뭔가 마음에 들었고. 근데 말투랑 언어가 또 골 썩였다. 단어를 다른 걸 쓰는데 말이 안 통하는 키릴 일행의 그 난감함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달까. 

전민희는 작품 속에 이리저리 떡밥도 잘 던져 놓고, 장치도 잘 해놓는 편이다. 이래서 전민희 작가의 글은 두 번째 읽을 때가 더 재미있기는 한데... 이번에는 뭔가 갑갑했다. 세계관 정교하게 짜는 건 익히 잘 알고 있지만 연구(or 복습)을 안 하면 이해가 안 갈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번 권은 유독 심해진 거 같다. 작은 장치들을 비교해보고 정확히 맞물리는 걸 알아채는 즐거움을 예전에는 알았던 것도 같은데, 이제는 그게 성격에 안 맞아졌다.

외전 <시간은 긴 것이다>는 아룬드 연대기의 세계관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절대, 이해가 불가능. 예전에 웹에 한 번 올라왔다 사라진 외전이라고 하는데 책에 실렸다. 고대 이스나미르에 대한 외전인데. 근데 상당히 난해하다. 본문 여기저기서 인용되던 전설적 존재들이 나오는데. 제대로 해독하려면 『세월의 돌』 뿐만이 아니라 태양의 탑 구판까지 뒤적여야 하더라. 시간 순도 뒤죽박죽이라 그야말로 불친절한 글이다. 난 그냥 정리해둔 모님의 글을 통해 이해했다. 덕들에게 감사를. 외전 내용 정리글 [클릭]

"아까 그 빵 좀 마저 주면 안 되겠나?"
135쪽. 이번 권에서 가장 웃겼던 대사.



어쨌거나 세월의 돌도, 태양의 탑 전 내용도 머릿속에서 많이 휘발되어 버려서 다시 읽어야할 듯 하다. 복습은 완결 나면 해야지. 
그러니까, 언제 다음 권 나와? 한 2년 쯤 기다리면 되나? 6권이 완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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