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정벌레 기사 돈 두리토
마르코스 지음, 조수정 옮김 / 현실문화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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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멕시코의 사파티스타 반군의 실질적 지도자인 부사령관 마르코스의 글을 모은 것이다. 그가 반군으로서 성명서를 내면서 같이 발표했던 글들이다. 마르코스는 짧은 글들에서 딱정벌레 돈 두리토를 통해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이야기한다. 일종의 우화라고 할 수 있다. 

사파티스타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읽었던 책이라서 읽기 시작했을 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뒤쪽의 역자의 말부터 보기를 추천한다. 나는 그걸 보고서야 돈두리토와 마르코스의 대화가 약간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이후에 마르코스에 대한 전기문을 읽고서는 좀 더 알 수도 있을 거 같고 말이다. 멕시코의 상황이나 사파티스타, 마르코스에 대해 알지 못하는 채로 읽는다면 상당히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책이다. 마르코스가 지휘하는 사파티스타 반군은 멕시코 원주민들의 권익을 위해 봉기했다. 이후 멕시코 정부와 계속 대립하고 합의하며 그들의 권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 글은 성명서들과 함께 발표되었기 때문인지 마르코스가 글을 썼을 때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 글에 나오는 돈두리토는 딱정벌레로 위대한 돈키호테를 흉내낸다. 때로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을 하고, 마르코스를 다그치기도 하며, 풍류를 안다는 듯이 여자의 마음을 논하기도 한다. 멕시코 정부와 사파티스타군에 비평을 하는 돈두리토는 멕시코 민중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이야기 자체는 별로 재미가 없다. 짤막한 우화 형식으로 쓰인 글들이라, 전후 상황을 모르면 잘 이해도 안 간다. 흥미로운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주로 마르코스와 돈두리토의 대화만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유려한 글솜씨로 유명한 게릴라인 마르코스의 글답게 멋스러움이 담겨있다. 문체나 문장이 잘 꾸며져 있다. 마르코스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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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티 - 예쁜이들의 반란 어글리 시리즈 2
스콧 웨스터펠드 지음, 송경아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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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 시리즈의 2부 프리티이다.
 
탤리는 자신이 옛날에 원하던 예쁜이 생활을 하게 된다. 자신이 도시로 돌아와 예쁜이가 된 이유도 잊어버린다. 스모크에 대해서는 기억하고 있지만, 조작당한 기억은 불완전하다. 게다가, 데이비드까지 잊어버렸다. 그러면서도 탤리는 예쁜이 생활에 적응해간다. 좋은 친구들, 훌륭한 그룹, 멋진 남자친구. 

새내기 예쁜이들이 하는 생활은 입시 지옥에 시달리는 중고생이라면 동경할 법하다. . 그들은 공부를 할 필요가 없고, 놀기만 하면 되니까. 원하는 것은 모두 얻을 수 있고, 쉽게 예뻐질 수 있다. 얼마나 부러운가. 나라면 아마 저 세상에 안주하고 살아갈 것이다. 페리스처럼. 그리고 평소의 내 상태는 아마 끝내주는 상태보다는 예쁜이 정산상태에 더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아서의 의견에 어느정도 동의 한다.

그렇지만 그 세상에서 벗어나려는 탤리, 죄자, 제인, 스모크 사람들을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언제나 끝내주고 싶은 상태인 그들을 가로막고, 그들의 선택을 거부하는 세상은 비인간적이다. 선택지를 없애버리는 도시의 방식은 폭력적이다. 도시는 폭력을 없애기 위해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그 어떤 동의도 받지 않은 채로. 폭력을 막기 위한 폭력이라는 아이러니는 예쁜이들의 사회에서도 계속되는 것이다. 다만 사람들이 그것을 확실히 인식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다를 뿐이다. 

비록 내가 페리스같이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탤리가 부럽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내적으로도 싸우고, 외적으로도 싸우는 탤리의 모습은 아름답다. 그녀가 예쁜이든 못난이든 상관없이 그 아름다움은 변화가 없을 것이다. 3권에서 또 다른 고난을 맞이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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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인 러브 판타 빌리지
로라 위트콤 지음,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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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 잡지의 이벤트로 받았던 책이었는데, 받고 나서도 펼치지 않은 채로 한참을 방치해뒀었다. 호러 느낌 나는 표지에 이 책을 미뤄버리고 다른 책들을 먼저 본다고 그랬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말이다. 정작 읽어보니 호러보다는 판타지, 로맨스의 느낌이 강했다. 귀신이 나온다고 해서 다 공포소설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나 할까.

내용은 제목 그대로다. 사랑에 빠진 유령의 이야기이다. 사실 원제는 고스트 인 러브가 아니라 'A Certain Slant of Light'라고 한다. '한 줄기 빛이 있어'라는 의미라고 한다. 원래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 제목이고, 시 원문과 번역은 그 책의 마감 속지에 적혀있다. 읽기 전에 그냥 보면 이 시의 내용과 소설의 내용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끝까지 읽고 시를 다시 읽어본다면 아마 알 수 있을 것이다. 유령들이 지닌 내적 상처와,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지는 상처. 그 고통들에 대한 이야기며, 그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인 것이다.

호스트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라이트인 헬렌은 제임스를 만난 후로 130년 간 했던 생활을 넘어서는 모험을 감행한다. 육체를 얻는 것이다. 육체를 얻는다는 것은 단순히 감각을 얻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질 수 있다는 것 이상이다. 그들은 육신의 원 주인들이 도망쳐야했던 삶을 살아야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냥 평범한 생활이라도 다른 사람의 생이라면 적응하기 힘들텐데 원주인들조차 도망쳤던 생활이니까. 각종 고난 속에서도 둘은 사랑을 나누고, 과거를 기억해낸다. 그들이 이승에 붙잡혀있던 원인을 서서히 떠올리는 것이다.

결국 용서는 신이 아닌 자신이 해야한다. 주위에는 언제나 사랑할 사람들이 있고, 문학이 있고, 내밀어주는 손길과 부르는 목소리들이 있다. 그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면 이런 소중한 것들을 놓쳐버릴 수가 있다. 그리고 타인의 사랑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은 상처를 마주볼 수 있고 결국 이런 것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헬렌과 제임스는 결국 행복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제니와 캐시가 자유를 되찾고, 빌리가 현실을 극복하기를 바란다. 서로를 지탱해가며 그들을 도망치게 했던 삶에 당당히 맞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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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의 바다 Nobless Club 16
민소영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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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바닷가에서 읽었다. 하지만 내가 뒹굴거리던 자갈 해안이 책을 읽는데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내가 앉아있던 해변가는 지극히 현실적이었는데 이야기는 무척이나 몽환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환상의 바다에 빠져서 현실의 바다를 뒤로 미뤄버렸다.

누가 학원물에 현대물이라기에 가벼운 분위기를 기대했었는데 이게 웬 걸, 좀 어두운 분위기였다. 흑백 꿈 속을 헤메는 듯했다. 때로는 악몽이기도 하고 말이다.

첫 챕터인 꽃의 바다는 영 진도가 안 나갔다. 현대물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류제와 우영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도 혼란스러웠다. 류제의 과거사나 주인공들의 인간관계, 인간 아닌 존재들에 대한 정보 부족도 문제였다. 게다가 옆에서 떠들어대는 친척들이라는 외부적 요인까지 겹쳐서 책 속의 세계와 나는 격리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류제의 과거사가 정리되고, 우영과 류제가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몰입이 시작되었다. 정확히는 연림이 에피소드부터말이다.(뱀의 바다 챕터 들어서면서부터같다.) 사실 이 에피소드는 큰 줄거리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다. 왜 들어있지 싶을 정도기도 한데, 그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류제와 우영이 만나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니, 어찌보면 큰 줄기에 필요한 사건이다.

나는 과거 회상 장면을 좋아하지 않는다. 애초부터 과거 이야기가 주인 액자식 소설이라면 모르되 갑자기 튀어나오는 플랩백은 이야기의 흐름을 끊어먹어서 별로다.  류제의 과거에 있었던 그 사건도 아예 통채로 보여주는 것보다 이야기를 전개해가면서 조금씩 드러났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아니면 사건 하나 하나씩 잘라서 중간중간에 집어넣는다든지. 그 사건은 전체적인 이야기에도 중요하다. 한번에 다 보여준 것 덕분에 이야기를 이해하는 게 편해지기는 했지만 한참을 과거 이야기만 나오니 역시 지루해진다.

끓는 점까지 가는 것이 좀 고생스러웠지만, 일단 끓고나서부터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영과 류제가 좀 더 일찍 만나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면 몰입이 좀 더 빠르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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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왕 - 안데르센 동화집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5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김양미 옮김, 규하 그림 / 인디고(글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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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께 선물로 받았던 책이다. 서점에 들를 때마다 인디고의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는 정말 삽화라든가 판형이 작고 아름다워서 탐났었다. 이렇게 받고 나니 역시 선물하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뭐니뭐니해도 보기 좋은 떡, 아니 선물이 받기도 좋은 법이니까. 게다가 안에 든 이야기들도 친숙하면서도 오랫동안 잊고 있었기에 그리운 이야기들이라 반갑게 맞아들일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얇고 그림이 크고 글은 적었던 그런 유아용 동화책(아마 안데르센 전집이었던 것 같다)으로 접했던 이야기들을 다시 읽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장면들, 이야기들을 되새길 수 있었다. 분명 한 번씩은 들어본 이야기인데도, 새로운 옷을 입고 나타나니 이상하다. 귀엽기만 하던 소녀가 어여쁘게 꾸민 숙녀가 된 것 같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이야기'를 제대로 읽어보면 이런 느낌인가 보다.

눈의 여왕, 인어공주, 나이팅게일, 백조 왕자, 장난감 병정, 성냥팔이 소녀.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이다. 표제작인 <눈의 여왕>이 제일 길고, 뒤로 갈 수록 이야기들이 점점 더 짧아진다. 뒤쪽 이야기들은 정말 짧아서 조금 아쉽다. 삽화들은 환상적이다. 이야기의 분위기를 잘 반영하는 듯, 동화 같으면서도 화려하다. 무척 예쁘다. 

이 책을 선물로 받아서 기뻤다. 누군가에게 책 선물을 줘야한다면 나도 이걸로 주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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