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인 러브 판타 빌리지
로라 위트콤 지음,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어느 잡지의 이벤트로 받았던 책이었는데, 받고 나서도 펼치지 않은 채로 한참을 방치해뒀었다. 호러 느낌 나는 표지에 이 책을 미뤄버리고 다른 책들을 먼저 본다고 그랬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말이다. 정작 읽어보니 호러보다는 판타지, 로맨스의 느낌이 강했다. 귀신이 나온다고 해서 다 공포소설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나 할까.

내용은 제목 그대로다. 사랑에 빠진 유령의 이야기이다. 사실 원제는 고스트 인 러브가 아니라 'A Certain Slant of Light'라고 한다. '한 줄기 빛이 있어'라는 의미라고 한다. 원래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 제목이고, 시 원문과 번역은 그 책의 마감 속지에 적혀있다. 읽기 전에 그냥 보면 이 시의 내용과 소설의 내용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끝까지 읽고 시를 다시 읽어본다면 아마 알 수 있을 것이다. 유령들이 지닌 내적 상처와,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지는 상처. 그 고통들에 대한 이야기며, 그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인 것이다.

호스트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라이트인 헬렌은 제임스를 만난 후로 130년 간 했던 생활을 넘어서는 모험을 감행한다. 육체를 얻는 것이다. 육체를 얻는다는 것은 단순히 감각을 얻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질 수 있다는 것 이상이다. 그들은 육신의 원 주인들이 도망쳐야했던 삶을 살아야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냥 평범한 생활이라도 다른 사람의 생이라면 적응하기 힘들텐데 원주인들조차 도망쳤던 생활이니까. 각종 고난 속에서도 둘은 사랑을 나누고, 과거를 기억해낸다. 그들이 이승에 붙잡혀있던 원인을 서서히 떠올리는 것이다.

결국 용서는 신이 아닌 자신이 해야한다. 주위에는 언제나 사랑할 사람들이 있고, 문학이 있고, 내밀어주는 손길과 부르는 목소리들이 있다. 그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면 이런 소중한 것들을 놓쳐버릴 수가 있다. 그리고 타인의 사랑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은 상처를 마주볼 수 있고 결국 이런 것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헬렌과 제임스는 결국 행복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제니와 캐시가 자유를 되찾고, 빌리가 현실을 극복하기를 바란다. 서로를 지탱해가며 그들을 도망치게 했던 삶에 당당히 맞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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