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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동선생 최경숙의 우리집 요리
최경숙 지음 / 동아일보사 / 1999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 눈에 들어온 ‘방배동 선생’이라는 글귀는 재력가의 딸이나 며느리들이 배운다는 요리의 대가의 뉘앙스를 풍겼기에(아니나다를까, 그 위에 작은 글씨로 가정요리의 일인자, 명문가 딸, 며느리의 필수코스등등 비슷한 글귀가 적혀있었다) 호기심으로 책을 펼쳐봤다. 뭐 이를테면 이런거다. ‘재벌들은 어떤 요리를 해먹고 사나’ 정도의 궁금증 말이다.
일단 눈에 들어온 것은 페이지마다 꽉 채운 먹음직스런 요리 사진과 요리 이름들. 좀더 넘겨보니 집에서 해먹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특별한 요리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빛 좋은 개살구라 했던가, 사진만 그럴 듯하게 찍어넣고 만드는 법은 간단명료하게 만든 건 아닌가 싶어 레시피를 살펴보니 이 책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아니 만들기도 좋다고 비교적 상세한 설명이 책에 대한 신뢰감을 갖게 했다.
요리를 만들기도 좋아하지만 요리책을 보며 그 맛을 상상하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아서 맘에 드는 요리책이면 그 실용성에 관계없이 덥석 집어들곤 했는데, 이번엔 조금 참아서 엄마에게 구입하시도록 권유했다.
그런 후 틈이 날 때마다 한 가지씩 만들어먹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않게 훌륭한 요리가 탄생했다. ‘뭐 맛있는 거 없나’ 하고 입이 궁금할 때마다 이 책을 들춰보고 만들게 되는데, 흔히 불평하는, 요리책대로 만들어도 맛이 없다는 볼멘소리는 나올 여지가 없을 정도로 만든 요리마다 맛이 있었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앞쪽에 이 책에서 많이 쓰이는 기본 소스와 양념(시판용) 몇 가지와 기본 조리용 집간장 6가지를 만드는 법이 있고(이 중 맛간장은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다), 그 다음 장부터 요리들의 사진과 설명이 나와있는데 푸짐한 손님맞이 요리뿐 아니라 밑반찬이며 전채요리, 수프, 케잌, 쿠키류까지 국적을 가리지않고 수록되어있어 만들기 전에 눈부터 즐겁게 한다.
언뜻보면 고급스러워 보이는 요리들인데 찬찬히 살펴보면 그닥 부담스러운 재료로만 만든 것은 아니다. 이 책에 수록된 요리들이 대부분 특별한 날이나 손님상차림에 어울릴법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재료대비 적어도 2배 이상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과 다른 요리책을 참고해서 어버이 날에 부모님께 중식 코스요리를 해드렸더니 무척 좋아하셨다.(자식이 무엇을 만들어드려도 좋아하시지 않겠느냐만, 우리 부모님은 맛에 있어서만큼은 냉정하신 분들이니 난 이 책의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유명 음식점의 주방장들이 내놓은 요리책을 보고 따라 만들면 대개는 맛이 없다. 그건 그들이 마케팅만 잘하는 실력없는 요리사라서 일수도 있고 비겁하게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주지 않은 것 일수도 있다. 그런데 실은 그 맛 차이의 원인 중 중요한 것은 화력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그 차이의 극명함을 드러내는 것이 중국요리 아니겠는가) 최경숙 선생은 바로 그런 기본적인 점부터 파악해 음식점 요리와는 다른 최경숙 식 가정요리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알려준다.
이 책과 최경숙 선생이 출연하는 EBS의 요리 프로그램을 함께 본다면 지인들 앞에서 어느정도 어깨를 으쓱할만한 요리사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