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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은둔의 땅, 무스탕을 가다
백경훈 지음, 이겸 사진 / 호미 / 2006년 1월
평점 :
인터넷 서점에 주문해놓고 목이 빠져라 기다렸던 책이었다.
서너시간이면 읽을 셈으로 덤벼 들었는데..
사진만 우선 먼저 보고, 다시 글과 사진을 맞춰가며 읽다보니.. 꼬박 하루가 걸렸다.
나의 책 읽는 속도가 좀 느리기도 하고.
이겸님의 사진은 예상대로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그는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무스탕에서 바닷속을 걸었다'고 했다.
책의 중간쯤에 있는 무스탕 천공사진을 보면서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무스탕은 바닷속이었구나.. 수심 4,300미터 그 아래 바다 속!
그 바닷속엔 파이프오르간 협곡이 있고, 바위 동굴이 있고, 포플러 나무 마을이 있고,
야크떼가 달리며, 붉은 절벽 닥마르-아, 거기 꿈처럼 넘실대는 메밀밭까지...
그리고 현지인들의 착한 미소.
문명의 이기에서 벗어난 은둔의 바닷속에는 그렇게
신(神)과 가까운, 신(神)의 모습을 간직한 것들이 있었다.
사진과 글은 그런 모습들을 친철하게, 가끔은 격정적이게 보여 주었다.
몇번의 네팔여행을 통한 필자의 해박한 지식은 이 글을 빛나게 해주었다.
필자와 이겸님의 캠프팀들에 대한 측은지심도 종종 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마음은 서로 주고 받는 것이라 했던가!
삼툭을 비롯한 캠프팀들의 따듯한 마음과 배려도 또한 그러했다.
그러한 감동들이 여행에서 없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이며...
여행기에 담겨 있지 않다면 얼마나 헛헛 하겠는가...
다만 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감정을 과정되게 은유하는 진부함이 간혹 글 속에 담겨 있어서
여행기의 담백한 맛과 독자의 상상력을 조금 방해 했다는 것.
자신의 존재를 만나기 위해 고강도의 트래킹을 강행했던 두사람.
신의 축복이 없었다면,
어찌 그들의 아름다운 영상과 이야기를 이렇게 편히 앉아 만날 수 있었겠는가...
아, 참으로 독자의 권리란 행복한 일임을. 이 또한 신의 축복임을!
은둔의 바닷속에서 일렁거리는 붉은 메밀밭- 무스탕..
언젠가는 가야지... 그런 염원과 함께.. 가슴 한켠, 지도 하나를 넣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