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학이란 무엇인가 - 일상 생활과 문학 속에서 사용되는 수사법 67가지
김욱동 지음 / 민음사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글을 쓰려면 사전이 항상 옆에 있어야 한다.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편리하다. 근거 없는 인용이나 틀린 의미를 쓰는 일을 줄이려면 사전과 벗해야 한다. 김욱동의 본 저서도 수사학의 기초 지식에 대한 사전적인 역할을 해 준다. 수사학 관련 책 중에서 가장 쉽게 씌어졌으며 풍부한 예시문과 친절한 설명으로 잘 정리돼 있다.

동양에선 전통적으로 말을 기교라고 폄하하며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노자도 공자도 달마도 수사를 비판할 때 수사를 썼다. 플라톤도 소피스트들의 기교가 사회에 혼란을 준다해서 시인추방론을 펼쳤다. 그러나 플라톤은 비유적인 수사술의 대가였다. 수사학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수사학에 기대지 아니할 수가 없다. 오죽하면 비트겐슈타인이 말놀이판에 뛰어들었겠는가.

   "주자학의 체계를 세운 주희는 <물건을 싣지 않는 수레나 도(道)를 싣지 않는 문(文)은 비록 아름답게 꾸며졌다 할지라도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라고 수사적 물음을 던진다. 두말할 나위 없이 그러한 글은 아무 데에도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주희의 말을 한 발 더 밀고 나가 도가 없는 문을 두고 빈 수레가 요란한 소리만 내는 것에 빗댄 적이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주희나 정약용도 수사법에 기대지 않고서는 수사학을 비판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언어에서 수사학이 얼마나 중요한 몫을 맡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반증이다."(30)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 22장에서 시를 쓸 때 은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비유를 기교로 보았다. 그러나 언어 자체가 삶과 세계의 비유다. 생각, 감각, 행동, 사물, 시간, 공간의 비유이며 상징이다. 단순히 기교만으로 인식될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수사학의 정의와 역사와 기능 그리고 정의된 수사법들에 대해서, 의미 전이와 문장 구조와 실생활적인 수사법의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시적 비유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차지하는 직유, 은유, 환유, 제유는 물론이고 그외 기상천외(?)한 이름의 수사법들에 대해서 개론적이면서도 풍부한 예문과 함께 쉽게 익힐 수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이 수사학에 많이 의존하면 형식주의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되, 우리는, 언어로 사고하며 언어의 외부에 존재하기 보다는 언어의 내부에 존재한다. 하이데거의 말마따나 언어는 <존재의 집>인 것이다.  

"수사학은 예로부터 가르치고(로고스) 감동시키고(에토스) 즐겁게(파토스)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아왔고, 그것은 수사학의 3대 요소다."(42) 가르침, 감동, 즐거움은 삶에도 중요한 요소다. 수사를 삶과 동일선상에 두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수사를 단순 기교만으로 폄하하는 삐딱한 관념은 고쳐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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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여행자 2004-05-14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수업시간에 썼던 교재네요.^^ 도서관 검색해보니, 수사법들을 분류하고 풍부하게 예시를 든 것은 이 책 이외에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되는군요.

2004-05-17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4-05-19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몽상자님,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