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로수 밑에 꽃다지가 피었어요 - 도심 속 생명이야기 01
이태수 그림 글 / 우리교육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방의 작은 소도시로 이사오기 전 자연과 담을 쌓고 살았던 나는 살구나무를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처음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아... 이래서 서울보다 지방이 좋은가보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서울나들이에서 이사오기 전 살던 그 동네에도 여기저기 떨어져있는 살구를 보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살구나무는 그렇게 그곳에 계속 있었나봅니다.
아는 만큼만 보이는 게 맞나봅니다.
3월의 어느 날부터 12월의 어느 날까지, 일산 신도시에서 자유로까지 어느 곳에서 그린 그림인지 책 말미에 적어 둔 이 책은 세밀화 작가로 유명한 이태수님의 작품답게 칠성무당벌레, 범씀바귀, 갓, 뚝새풀, 며느리배꼽등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언제봐도 아무리 봐도 제겐 너무 친근한 그림입니다.
찬바람 부는 봄날, 네발나비 만난 날 등 여러 날들의 일기처럼 그날에 대해 써놓은 이야기속에서 묻어난 작가의 생각에 연신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새 한톨, 벌레 한 톨, 사람 한 톨 콩 심을때 세 알 심어 나누는 마음 함께 사는 마음입니다./딱딱하고 시끄러운 도시 구석구석에도 작은 생명들은 제 모습으로 살아갑니다./사람이 끼어들지 않아도 자연은 함께 어울려 스스로 숨을 쉽니다."
군사지역 접근금지구역이 없어지는 그날이 오기를, 새들처럼 이땅 저땅 마음껏 갈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도시에 사는 친구들과 함께 읽으며 이곳 저곳을 찾아다니기에 좋을 것 같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