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미 도미히코 |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8년 8월

독특하다
기발하다
재미있다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에 대한 감상 평을 간단히 말하자면 그렇다

흔히 만나게 되는 문체도 구성도 아니다
다다미 넉 장 반이라는 두 평 남짓한 공간에서 혼자 자취를 하는 대학 3학년의 주인공
그를 둘러싼 학교, 동아리, 친구 관계 등등
아주 흔한 소재를 독특하게 이야기하는 저자는 정말 기발하다

책 내용은 네 편의 이야기로 엮여 있다
그 네 편의 이야기가 모두 같으면서 또 조금씩 다르다
처음에 하나의 에피소드를 읽고 두 번째로 넘어가면서 엇~! 이상하다 했는데
한 문장 두 문장을 읽으면서 아항~~ 하게 된 것이다
하나의 에피소드마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같은데 그 안에서 조금씩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주인공인 대학 1학년 때 가입하고 싶었던 동아리는 4개 정도 였다
영화 동아리 '계', 소프트볼 모임 '포그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제자를 구한다는 모임, 그리고 비밀 조직까지
네 편의 이야기를 통해 주인공은 결국에 네 개의 동아리에서 모두 활동하게 된다
매번 이 동아리가 아닌 다른 동아리를 선택했더라면 대학생활이 평탄하고 더 건설적이었을 거라는 후회와 함께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그야말로 주인공의 대학생활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주인공의 말로는 인생을 망쳐놓았다는 인물 바로 '오즈' 이다
오즈는 학점은 물론 공부 자체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다만 온갖 괴상한 짓거리를 해대며 남을 골탕먹이고 주인공을 괴롭히고 간간히 도움도 주는 정말 묘~한 인물이다
하지만 오즈가 있어 '다다미 넉 장 반 세계 일주'가 유쾌 발랄한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 에서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은
독특한 구성도 구성이지만 예의 그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고풍스러운 문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학생들이 쓰는 말투 치고는 심하게 어른스럽다 못해 세상을 몇 십년쯤 살아온 어르신 같은 말투들이
읽는 내내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이건 심각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키득키득 웃음이 터져 나오니 말이다ㅎㅎ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은 마침내 다다미 넉 장 반에 갇힌 채 세상으로부터 80일간 고립되게 된다
그 좁은 공간에서 세상에 섞이지 못한 채 문을 열면 자신의 다다미 넉 장 반과 똑같은 또 다른 다다미 넉 장 반을 만나고
창문을 열고 또 열고 넘어가도 매번 같은 공간에 갇히게 되는 모습이
마치 자신이 설 자리를 잃은 채 방황하는 젊음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내심 씁쓸했다
열심히 벗어나려고 하고 그러기 위해 이 방법 저 방법 온갖 방법을 따 시도하지만 결국엔 같은 자리에서만 맴돌고 있는 모습이
요즘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