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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
장영희 지음, 장지원 그림 / 샘터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장영희교수의 글을 접한 것은 조선일보에 연재한 영미시 산책이었다. 시에 대하여는 문외한임도 이를 꾸준히 본 것은 시에 대한 장영희교수의 해설에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그 후 그의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과 암투병중이라는 것을 알고는 왠지 그의 글에서는 다른 사람의 글에서 느낄 수 없는 삶의 깊이를 느껴져서 관심을 두게 되었다.
장영희 교수의 글을 읽으면 내 곁을 그냥 스쳐지나갔던 일들이 새삼 커다란 의미로 다가오곤 한다. 그건 살아오면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삶의 지혜라고 할까?
누구나 겪었을 평범한 일에서 장영희 교수는 보석과 같은 삶의 지혜를 찾아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구나 했는데,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를 읽으면서 세상의 지혜는 역시 평범한 삶에 숨어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삶은 거창한 것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지극히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다는 것,
누구를 행복하게 하는 것 역시 큰일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것,
그럼으로 나도 행복하게 된다는 것.
손뼉 치는 사람으로 뽑힌 것을 기뻐할 수 있는 마음,
얼마 되지는 않지만 뒷사람의 통행료를 대신 내주는 마음,
호스피스 병원으로 가시는 할머니와 밤새 함께 하는 택시 운전사의 마음,
나도 이런 마음으로 살아야지 하면서도 그런 생각도 잠시일 뿐, 삶에 빠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곤 하는 나를 돌아보면서 한숨을 쉰다.
하늘을 날고 싶어했던 용훈이 글을 읽을 때는 누구보다 사랑하고 위해야할 가족들이 마음과 달리 평생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준다는 것에 가슴이 메어졌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시에 대하여는 정말 문외한이라 시보다는 장영희 교수의 해설만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짧은 시에게 그런 생각을 이끌어 낼까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느 것 하나 가슴을 울리지 않는 것이 없으나 특히 “보이지 않는 벽 너머”이란 시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사이에 마음의 벽을 두었는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어린아이의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그리 아름다운데 아이보다 몇십배 더 산 나는 왜 그리 못하는지 세상을 헛살았다는 자괴감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시간에 쫓기듯 읽고 서가에 꼽으면서 머리에 스치는 생각 둘이 있었다.
“이 책은 이렇게 급히 읽을 책이 아니로구나,
어느 날 갑자기 삶이 힘들다 생각될 때,
그래서 살아갈 용기를 읽고 삶이 허무하다 하늘만 바라볼 때,
그때 다시금 꺼내어 두고두고 찬찬히 읽을 책이라.”
“아까운 사람은 왜 우리 곁을 일찍 떠날까?
아니다. 그는 이렇게 글이 되어 우리 곁에 영원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