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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에게 솔직히
로버트 펑크 지음, 김준우 옮김 / 한국기독교연구소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예수를 일단 믿어보라. 그러면 차차 믿어지게 될 것이다.
교회에 가기를 권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또 교회에 가서도 무언가 의문이 있어 물으면 제대로 답변하기 보다는 이런 식으로 답변을 한다. 그러면 다시는 그런 질문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말에 늘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교회를 다니면서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원천적인 질문, 예수는 누구인가? 성경은 누가 어떻게 만든 것인가? 기독교는 어떻게 형성되었나? 이러한 것들을 알아야 예수를 믿든 말든 할 것 아닌가?
이런 질문에 대하여 답을 얻고자 교회에서 권하는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늘 원점으로 돌아갔었다. 그러던 차에 읽은 이 책은 완전히 명쾌하지는 않으나 그래도 상당한 수준까지 답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기독교 교리라는 이름으로 예수에게 덧씌운 것을 벗겨낸 후의 실제 역사적인 예수의 모습을 재구성하기 위하여 2000년 전 당시로 돌아가라고 한다. 즉, 예수는 누구였으며 무슨 말을 했는지, 그리고 기독교인들이 덧칠함으로서 모호하게 된 예수의 모습에서 갈릴리 현자를 해방시켜 ‘예수의 종교’와‘예수에 관한 종교’를 구분하려고 한다. 이유는 예수는 최초의 기독교인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수의 죽음 후 325년 콘스탄틴 황제는 교회 내 분파들 사이의 논쟁에 대해 판결을 내리고자 교회지도자들을 니케아에 소집하여 회의를 주재한다. 이로서 기독교 정통(正統)이 생겨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은 이단(異端)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니케아의 예수에서 나사렛의 예수로 돌아가자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며 이런 시도를 가로 막는 장애물들이 무엇인지 나열한다. 그건 예수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와 성경무오론, 그리고 획일적인 문자주의라고 한다.
진정한 역사적 예수를 탐구하려면 성경 정경만이 아니라 니케아공의회에서 제외된 외경과 최근에 발견한 사해 두루마리와 나그 함마디 문서를 포함한 단편으로 전해지는 다른 복음서, 마지막으로 당시의 역사문헌도 함께 비교 분석하여야 한다고 한다.
특히 설화복음서라고도 불리는 이야기복음서(마가,마태,누가,요한복음)들의 기본 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분석하고 최근 발견한 어록복음서(도마,Q복음)와 비교한 것은 성경을 새롭게 이해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예수에게 있어서 하느님의 통치는 다윗이나 솔로몬 치하와 같은 정치적 왕국이 아니고, 더구나 하느님의 지배가 묵시종말적으로 확립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즉,하느님의 통치는 일반적인 역사가 끝난 다음에 올 것으로 기다려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의 나라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또 '보아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 하고 말할 수도 없다. 보아라,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누가17장 20-21절)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기에 서 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죽기 전에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으로 오는 것을 볼 사람들도 있다."(마가 9장 1절)라고 했다는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예수가 한 말과 예수의 죽음과 부활 재림 등 예수가 겪은 수난사건 중에서 여러 정황으로 보아 저자들이 끼어 넣은 말과 사건을 구분하여 그 말과 사건의 진정한 의미를 탐구하여 역사적 예수를 찾고자 하는 과정은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라도 읽고 고민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독교 교리에 의해 일방적으로 덧씌워진 현대의 예수에서 이를 벗겨내어 진정한 역사적 예수를 찾아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예수상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궁극적 주장이며 그런 새로운 예수상이 무엇이냐는 읽는 사람들의 몫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