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을 말하다.

조선 왕을 말하다 - 이덕일 역사평설 ㅣ 조선 왕을 말하다 1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5월

나는 사극을 좋아한다. 그런데 조건이 하나 있다. 야사가 아닌 정사를 위주로 한 정통사극이어야 한다. 물론 방송국 입장에서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니 어느 정도 양념을 가미하는 건 이해하지만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흥미위주로 흐르는 사극은 보지 않는다.

특히 궁중에서 여자들 사이에 권력쟁취만 일삼는 사극은 사양한다. 내가 사극을 보는 이유는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고자함인데 그런 사극에서는 얻을 교훈이 없기 때문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란 말이 있다. 그건 역사는 승자의 시각에서 쓰였다는 말이며, 따라서 역사는 승자 위주로 왜곡된 것이란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역사를 제대로 알려면 이런 왜곡된 것을 걷어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극보기를 즐겨하니 자연히 역사에 관한 책 역시 즐겨 읽는다. 우리가 흔히 듣고 배웠던 시각이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 쓴 책이면 더욱 즐겨 읽는다

이덕일 역사평설 ‘조선왕을 말하다.’ 라는 책은 그런 면에서 나의 관심을 끄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래도 조선실록은 바로 기록되었다는 나의 평소 생각에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

사관들이 기록한 조선 실록은 공정을 기하기 위하여 왕마저 볼 수 없었다고 알고 있는데, 왜곡이 있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란 관점에서 어느 정도는 진실과 다른 기록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심각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정말 유의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구체적 사례를 들어 왜곡을 바로잡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높이 평가한다. 

이 책을 읽으면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반대로 그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에 얼마나 잘못이 있었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또한 역사를 어느 한쪽의 시각에서만 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후대를 이을 왕의 탄탄대로를 위하여(물론 절대왕권국가에서는 왕을 위함이 국가를 위하는 것이니까) 악역을 자처한 태종과 세조가 있었기에 건국초기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고,

조선시대 두 차례 있었던 반정으로 쫓겨난 연산군과 광해군이 결코 폭군만이 아니라 치적이 많았다는 점, 오히려 반정으로 왕이 된 중종이나 인조가 얼마나 무능한 왕이었는지는 승자의 왜곡된 기록을 벗겨내지 않고는 알 수 없다는 것과,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초래한 원인과 이 나라를 극도로 피폐하게 한 두 亂을 겪고 나서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과거로 회귀하게 한 왕들의 행적과,

우리가 聖君이라 알고 있던 성종이나 영조의 허상을 알고 나서 느끼는 허탈감은 이 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역사 바로보기야 말로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혜안을 갖게 하고, 미래를 바르게 대비하게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아울러 누군가 이야기한 말인지 모르나“뛰어난 역사가들은 자기시대의 기준으로 과거를 판단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지금 이 나라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면 나라가 지금처럼 시끄럽지 않을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