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비영어권 나라에서조차 영어를 잘 말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인종차별을 느꼈던 기억이 떠오른다. 영어는 ‘백인, 지배자‘의 언어였으니까.
지금 안나푸르나의 그 롯지에서 입을 삐죽거리던 그 백인 계집애에게 한국어로 속시원히 욕을 못해주었던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는다.
언어에는 정체성과 문화뿐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도 담겨있다. 같은 언어를 쓴다는 건 ‘우리는 똑같다"는 의미를 전한다. 언어에 장벽이 있다면 ‘우리는 다르다‘는 의미다. 아파르트헤이트의 설계자들은 이 점을 잘 알았다. 흑인들을분리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그들은 우리들을 물리적으로만이 아니라 언어적으로도나눠 놓았다. - P78
나는 카멜레온이 되었다. 피부색은 변하지 않았지만 내 피부색에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바꿀 수 있었다. 사람들이 내게 줄루어로 말하면, 나는 줄루어로 대답했다. 사람들이 내게 츠와나어로 말하면 나는츠와나어로 답했다. 그들처럼 보이지는 않을지라도 그들처럼 말하면, 나는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 - P88
세상은 나를 유색인으로 봤지만, 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살았다. 내 주변 사람들을 통해 나 자신을 보는데, 내 주변 사람들은 흑인들이었다. 내 사촌들도 흑인이고, 내 엄마도 흑인이고, 내 할머니도 흑인이다. 나는 흑인으로 자랐다. 백인 아빠를 두었고, 백인 주일학교에 다녔기에 백인 아이들과 어울렸지만, 그렇다고 내가 백인 아이무리에 속한 건 아니었다. 나는 그들 부족의 일원이 아니었다. 하지만흑인 아이들은 나를 품어 주었다. "이리 와." 그들은 말했다. "우리랑 같이 놀자." 흑인 아이들과 함께일 때 나는 구태여 어떤 사람인 체하려고노력하지 않아도 됐다. 흑인 아이들과 함께할 때 나는 그냥 나이기만하면 됐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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