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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 - 조현병을 이겨낸 심리학자가 전하는 삶의 찬가
아른힐 레우벵 지음, 손희주 옮김 / 생각정원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거울을 보는 듯 했다.
마음의 병에는 여러 갈래로 나뉜다. 외로움, 고독,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등.
이것들은 각기 다른 형태로 우리를 통제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뜷고 나오지만 내면의 근원은 다같은 하나라고 생각한다.
먼저 자신의 병을 이해하고 발병의 원인부터 치유까지 세세하게 써내려간 작가의 용기에 존경을 표한다.
사람들은 마음의 병을 앓으면 그 상태에서 안주하며 그 몹쓸 병이 자신을 집어 삼키는 대로 그저 내버려둔다.
세상을 한탄하고, 가정을 한탄하고, 주변인을 원망하고, 그 끝엔 자기 자신의 자존감과 정체성까지 잃어가면서 말이다.
"나는 내가 실제로 살아 있는지를 묻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밑도 끝도 없이 텅 비어 있는 것 같았고 회색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1인칭인 '나' 대신에 3인칭인 '그녀'를 주어로 일기를 썼고,
나중에는 생각할 때조차 그랬다."
나는 심하게 우울감을 느낄 때면 세상이 온통 검은색으로 보였다.
회색으로 느껴진다는 걸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작가가 처음 자신의 병을 알아차렸을 때는 10대였다고 한다.
그 시기는 흔히들 생각하는 사춘기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여겨 그녀의 병은 사춘기라는 틀에 묻혔을지도 모른다.
사람들 속에서 웃고 있지만 그럴수록 고독이라는 무게가 그녀의 가슴팍을 파고들었고, 소리에 대한 감각을 잃어 급기야는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늘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삶이란 행복한 무지갯빛이 아닌 회색 그 자체였다.

작가는 자신의 증상이 어땠는지, 정신병원에서의 삶, 그녀 스스로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상세히 기술했다. 그리고 우리가 조현병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가감없이 적어내려갔다. 관찰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했지 병을 겪고 있는 당사자의 입장은 헤아려본 적이 없었음을 깨달았다.
"모두가 '환자'라고 할 때 엄마는 '내 딸'이라고 했다."
병을 극복하기 위해 약물치료와 심리치료가 병행하는 가운데 작가에게 가장 힘이 되었던 것은 아마도 내 편이라고 여겨지는 이의 믿음과 사랑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점점 다른 이로 변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질 때마다 엄마의 진심어린 위로는 그녀를 수면위로 떠오르게 했다.

이후 자신의 병을 극복하고 심리학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부분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내용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의심을 걷어내고, 정체성의 혼란과 잃어버린 자존감의 회복, 주변인들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진심어린 조언은 그 어떤 이의 말보다도 의미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럼에도, 정말 행복해지고 싶었다는 작가.
그녀의 용기있는 고백을 같은 병을 가진 이들이 꼭 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병과 오늘도 힘겹게 사투를 벌이는 이와 함께 있는 주변인들도 반드시 읽어보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