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에서 열렸던 이날 강연회에는 의외로 적은 수의 청중들만이 모여 있어서 처음엔 적잖이 놀랐습니다. 잠시 후 관계자 분의 얘기를 듣고서, 고려대 학생회에서 자교생들이 많이 올 걸로 예상하고 초청인 수를 적게 잡아달라고 알라딘에 요청했는데, 마침 기말고사가 막 시작된 주라 생각보다 학생들이 덜 왔나 보다 혼자 생각했는데, 앞글에 달린 문화초대석 담당자의 말을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네요. 저도 같이 가기로 한 남편이 일이 생겨 못 가게 되어 당일로 같이 갈 친구를 구하느라 힘들이다가 결국 혼자 가게 되었는데, 빠지고 싶은 유혹이 사실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죠..겨울에는 문화초대석 신청할 때 좀 더 신중해야겠구나..춥고, 어두워지니, 바깥도 아니고 집에서 출발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장정일 씨의 강연을 듣고 나니 제 연락을 받고도 못 갔던 사람들이 '측은하게' 느껴졌습니다. 준비해 오신 많은 얘기들을 들으며-사실 소설 <구월의 이틀> 안에 있는 내용을 정리하신 게 많았지만- "치열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니 적어도 "치열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어떤 체취를 풍기는지 느껴볼 수 있었으니까요. 이건 사십대 중반인 제 주변인들이 잘 갖추어 가지지 못한 덕목입니다. 저만 해도 '어느날 문득' 지난날을 돌아보니 근 15년 이상을 정신 없이 살았었더라구요.    

어눌한 듯한 말투이시지만, 짜임새 있게 준비해 오신 내용을 시간에 꽉 맞추어 다 얘기하셨습니다. 소설에서 다루어진 내용 말고 더 얘기하신 건 -다른 분들도 정리하셨지만- 시와 소설이 마치 피라미드의 정점인 양 문학에서 너무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문학' 하면 이 둘이 다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은 그와 다르다, 오히려 특정 사건에 대한 '넌 픽션'이 보다 활발하게 저술되는 나라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이런 얘기들을 하셨습니다. 사실 저도 예로 드신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 같은 건 뭔가 깊은 속내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나중에 질문 시간에 혹시 장정일 씨가 이 사건에 대해 조사하신 건 없나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끝으로, 감사드리고 싶은 건, 장정일 씨는 모르셨겠지만^^, 저에게 격려를 주셨다는 겁니다. 저 스스로 늘 '생각이 부족하고' '따라서 의견을 조리있게 주장하지 못하고' '남에게 깊은 임팩트를 주지 못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위축되어 있었는데, 장정일 씨는 소설 속의 두 주인공 중 '은'을 더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더러운 세상일지라도 피하지 않으며' '자기 계발적이기-소설에서는 자기 개발이라 쓰셨는데, 전 이런 의미로 들어서-' 때문이라 하셨거든요. 제겐 이 두가지는 있다고 생각이 들어, 그 순간 너무 고마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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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wards 2009-12-14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잘못을 하나 고쳤네요. 제 후기에 "논픽션"을 "픽션"이라고 잘못 적어놨음을 뒤늦게 퍼뜩 알았어요. 이런 치명적인 잘못을. dowsong님 덕분에 중대한 잘못을 바로잡았네요. 감사합니다. [같은 강연]을 두고도 이렇게 다른 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고요. 저는 아무래도 기대치를 지나치게 높게 잡았거나, 그 날 행사의 성격에 대해 착각을 했던 것 같아요. 다음 주소는 다른 인터넷서점에서 신간행사로 있었던 그의 '강연'내용 초록입니다. 참고해보심이. http://www.yes24.com/ChYes/ChyesView.aspx?title=003004&cont=4004 (링크가 안 걸려서, 주소를 복사해서 덧붙여둡니다.)
 




  

본 지는 조금 오래되기는 했는데 후기를 남겨보려 합니다~^-^  

정말 기대되는 작품이었습니다. <늘근도둑이야기> ^^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관람평도 너무 좋고 너무 유쾌하게 연극을 잘 풀어간다는 글들을 보고 보기 전부터 

굉장히 설레였었어요. 특히, 박철민씨가 나온다는 것을 보고는 더 기대가 커졌었지요.  

그런데 당첨이 된 거 까지는 정말 좋았는데! 그 후부터 조금 복잡하더라구요,, 

전화가 와서 시간과 날짜가 바뀌었다구 해서 일단 12월 4일 4시로 정했습니다. 

저는 표가 두 장이구 또 보고 싶던 연극에 당첨이 되어서 너무 기쁜 마음에 친구랑 같이 

일찍 구로로 갔어요~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겁니다 ㅠㅠ 한 3시 정도에 도착을 한 거 같은데 

사람도 없고 휑한게 매표소라구 되있는 데에는 <CLOSED>라구 되있더라구요,ㅜ 

그래서,뭔가 이상하다 싶어 알라딘에 전화하고 기다리고 한 결과 연극이 8시로 연기되었다는 걸  

그 때 듣게 되었어요,ㅠㅠ 그때는 정말,, 구로까지 와서 허탕 치고 간다는게 같이 와준 친구한테도 너무 미안하고 해서 

알라딘에 화가 나드라구요,ㅠ,ㅠ  저희가 학생이라 너무 늦은 시간까지는 밖에 잘 안 있거든요,ㅠ

 그 후로도 계속 전화가 와서 죄송하다며 착오가 있어서 미리 말씀을 못 드렸다면서 8시꺼를 

보시면 안되겠냐구 계속 그러시더라구요,ㅠ 그래서 어찌 어찌 시간을 떼우다가 결국 8시 공연을 보게 되었어요,ㅋ  

솔직히 그 전까지는 차라리 괜히 당첨된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무하고 좀 그랬는데; 

연극을 보고 나니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지더라구요,^0^ 

연극이 어찌나 유쾌하고 재미있던지, 20년 정도 순회공연을 하구 있다는게 충분히 이해가 되더라구요 ㅋㅋ 

특히, 노인 두 분이랑 경찰분(?)한분 이렇게 세 분밖에 안 나오시는데도 무대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겠드라구요, 

세 분이 연기력도 너무 좋으시고 재치도 있으시고 춤도 너무 잘추세요! ㅋㅋㅋ 

중간 중간 비판하는 부분도 정말 웃음 속에서 날카롭게 허점을 집어내는 풍자적인 수법이 ! >_<ㅋㅋ 

풍자가 아주 적절하게 잘 들어간 거 같아요,ㅋㅋ 너~~~~~무 웃기고 즐거웠어요,^^ 

더 좋았던 건 관객들과 함께 하는 연극이라는 생각이 든 점이예요. 지금까지 본 거는 그래도 무대 따로 관객 따로 

이런거였는데 이 연극은 직접 관객 한 분을 무대로 올리기까지 했다니까요 ㅋㅋ  

그 밖에도 막 저희도 마치 무대에서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고 ^^ 정말 좋았어요 ㅋㅋ 

암튼~ 사진은 찍은 게 없구 해서 많이 올리지 못하구 글만 줄줄이 쓰는 후기였지만 ㅠㅠ 

또, 그 날 정말 우여곡절 끝에 보게 된 연극이라서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ㅠㅠ 

연극이 너무 대만족이였기 때문에 깊이 기억에 남을 만한 날이 된 것 같습니다,^-^ 

이런 추억 만들 수 있게 도와준 알라딘에 감사하구요,^^ 앞으로도 이런 기회 많이 만들어주셨음 좋겠습니당~♡ 

 p.s 좌석이 너무 좋았어요~B열 ㅋㅋ 너무 가까워서 정말 다 보이더라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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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라기 보다는 그냥 간단하게 느낌만 적고자 합니다. 

먼저  
대학 1-2학년 때 어마어마한 고전 100권을 골라 읽고 그 이후에는 독서 분야를 다양화하라는 말.  
그런데 그 고전이라는 것이 여기저기서 떠들고 있기는 하지만 이해하기 쉬원 책들이 아니다. 대학 입시에 올인하는 교육 풍토, 그것도 일부 명문을 위해 존재하는 학교 교육, 모든 것을 점수화하여 줄 세우기를 통한 서열 매기기에 몰입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중고등학생들이 과연 졸업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책을 앍을 수 있을까? 어느 학교에서는 소설책을 읽으면 바로 압수하기도 한다고 한다, 왜냐고?  점수 따는데 도움을 안 주니까. 이렇게 한심한 독서 이력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갑자기 대학 들어가자마자 2년 동안 고전만 읽는다고? 그렇게라도 해서 책을 읽어주고 명확한 인식을 갖는다면 좋겠지만 현실을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1달에 4 - 5권을 고전? 무리다. 아 일부 명문이라는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가능할지 모른다.    

두번재, 그 어마어마한 고전 목록을 저자가 직집 뽑아주면 더 좋겠다. 그 책을 읽고나면 다른 책을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그런 책이 과연 무엇인지 알고 싶다. 고전이라는 것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 아닌가? 물론 시간과 역사라는 여과장치를 통과해 현대에도 읽을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책들이 고전일 터,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사람마다 고전 목록을 다를 것이자만 지금까지 고전이라는 말을 듣는 책들은 자심이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책들을 읽어보고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책들 또는 자신이 읽어보았던 책 중에서 좋다고 여겨지는 책들을 뽑은 것 아닌가?  

세번째. 고전을 읽으라는 말이 내 귀에는 대학 1-2학년 이후에는 소설을 떠나라라는 말로도 들렸는데. 그럼 저 고전이라는 것이 전부 소설이었다는 말인가? 

네번째. 독서에도 기한이 있다는 말은 일면 그럴듯해 보인다. - 40대에 소설책 끼고 다니는 사람을 제일 경명한다고 목소리 높혀 외쳤다. 이런 젠장 난 40대인데. - 나는 이렇게 받아들였다. 나이에 맞는 독서라는 의미로. 그렇다면 중고등학생을 위한 읽기에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고대 학생회 주최라면 학생들이 주 대상일터, 그럼 젖내는 나지만 미래 우리 사회를 이끌고 갈(? 개뿔 이끌긴)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책도 뽑아 주었으면 좋겠다.   

다섯번째, 엘리티즘. 엘리트는 국가 통치 기술을 다년간 연마한 사람으로서 조선으로 치면 사대부라고 했다. 국가나 사회에 봉사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정치를 맡긴다. 이것이 분업의 원리에도 맞는다라고 했다. 이건 플라톤의 이상국가의 철인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가? 이것이 독재를 가져왔다고 보는데.  그럼 한 개의 당이 정치를 담당한다는 것이 되는 것 아닌가? 그럼 중국을 따라가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그런 것인가? 
   이렇게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도 생각이 달라서 각자의 당을 만들어서 현재와 같은 민주주의를 이끌 수 있을까? 생각이 다르면 정책이 달라질 것인데. 국민들이 생각할 때 이런 엘리트가 정책이나 어쩐 조약을 맺어도 생각이 다르므로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이 된다면 광화문 광장(지금은 광장이 아닌다)에서 촛불 시위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간접 민주주의도 필요하지만 직접 민주주의도 필요하다. 피곤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상 간단하게 느낀 점을 적어 보았습니다. 잘못 이해하고 이 글을 올렸다면 부드러운 질책 부탁드립니다,
(장정일은 자신의 소설을 쓰레기라고 했다. 그럼 내가 쓴 글은 쓰레기보다 못한 글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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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 2009-12-13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정일 씨는 미래파 시인 100명보다 이문열 1인이 더강하고, 황석영 소설보다 신지호가 더 강한다.'라고 했는데 순간 다른 생각을 하는 바람에 어떤 맥락에서 이 말을 하셨는지 궁금하군요. 아시는 분 있으면 댓글 부탁드려요.

그리고 윗글 읽어보니 부드럽게 쓴 글은 아니라는 느낌이,,,

dowsong 2009-12-14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도에 대해 그렇게 얘기하신 걸로 기억됩니다.

towards 2009-12-14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또한 dowsong님의 지적대로, '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도'에서 '강하다'고 언급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약간 덧붙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 2-30년간 나온 한국의 성장소설은 '좌파와 예술(론)'의 결합이다. 현실은 진흙탕 속인데, 좌파는 진흙탕 속으로 들어가서 현실에 참여하는 대신 뒤돌아서서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예술가가 되려는 것으로 불길한 결말을 맺는다. 이것이 왜 불길한것인가 하면......>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대체로 이런 맥락에서 이루어진 언급이었던 것 같습니다.
'좌파 문인 집단'보다 '뉴라이트 국회의원 1인'이 현실을 '바꾸고 있음'을 눈 앞에서 목도하고 있다는 것. '마스크법'을 접했을 때 대체 이런 발상이 어떻게 가능하고, 대체 어떤 이가 저런 법을 만들려고 하는지 호기심이 절로 발동했었는데, 그 의문을 약간 풀었습니다. '마스크법'은 집회에서 마스크착용을 금지하게 만들려는 법이라고 들었고요.('마스크법'관련해서는 다음 기사를 참고해보심이.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uid=96902&table=seoprise_12&start=880) (링크가 안 걸려서 인터넷주소를 복사해서 덧붙였습니다.)
저자는 <<구월의 이틀>>에서 '좌파와 예술가의 결합'(금)을 보이고, '마스크법' 같은 법을 발상하고 입안하려는 '뉴라이트의 심성구조'(거북선생)를 '풍자'하려고 했다고 소개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익다운 우익'은 배타의식이 아니라 스스로의 '건설적 이념'에 따라야함을, 역시나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아야 한다"는 게 맞다며 화두를 매듭지었고요.

빈방 2009-12-15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괄호에서 박장대소. 장정일씨가 보셔야 하는데. 이런 고백을 받으려고 그런 말을 꺼낸 것일지도 몰라요.
강연회 다녀와서도 논란?이 많은 건 아마 장정일씨가 최초가 아닐까요. ㅎㅎ
저는 뒤쪽에 있어서 참석하신분들도 유심히? 봤는데 다 거기 계셨던 분들이군요 ^^
이문열, 황석영 작가의 예는 장정일씨가 생각하는 '영향력'을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그게 칼보다 강한 펜으로 일궈낸 문학적 성취 때문인지 그 결과가 베스트셀러니 하는 판매부수로 나타나는 것-독자동원능력-을 말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유명세 같은거겠죠?)
제가 느꼈던 장정일씨의 생각중에는 이분법적 사고나,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 오류에 대해 점검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하는 부분이 있었던게 사실입니다.
그의 생각의 흐름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저의 생각들도.
('새는 좌우 날개로 날아야 한다'를 말할때 리영희의 책 겉표지를 떠올리며 책을 읽었을까, 저자의 말의 어느 부분을 동의하는 걸까, 혼자 생각하고 있었어요)

낮달 2009-12-15 0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답글 올라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올라오는군요. 제 한심한 글과 질문을 보고 답변 달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연합뉴스 에쿠우스 사진
 

* 이 사진은 문제시 언제든 삭제 할 수 있습니다. 

 

 

 

 

 

 

   

연극 에쿠우스는 역사가 참 오랜 연극이다. 에쿠우스의 주요 배역인 알런, 다이사트 역을 지낸 배우만 해도 우리가 TV와 영화 그리고 연극에서 눈에 익은 쟁쟁한 배우들이 많다.  

2009년 에쿠우스는 알런 역을 맡았던 조재현, 송승환씨가 다이사트로, 또 알런역에는 류덕환, 정태우씨가 열연했다.  

내용은 생략. 

이 연극은 장점이 많다.  오랫동안 회자되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해리포터 역의 다니엘씨가 전라연기로 뉴스에 오르락 내리락했다. 한마디로 원작이 신뢰할 만한 수준이라는 거다.

한국판 에쿠우스. 우선, 볼 거리가 풍성하다. 2009년 에쿠우스는 잘 하면 그동안 에쿠우스의 지난 역사동안 가장 화려한 무대가 되며, 독자들의 반응만 괜찮다면 예전의 영화를 노려볼 만하겠다 싶다. 사실 알런 역에는 얼굴이 덜 알려지고 막 성인이 된 신인 배우들이 했어도 좋았겠다 싶다. 주역 배우들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 없어 아쉽다.  

연극은 중간 인터미션 까지 합치면 꽉 채운 두 시간. 연극치고는 짧지 않은 시간. 그럼에도 사람들의 관람 호흡이 지루하지 않고 끊어지지 않았다면 괜찮았다는 얘기다. 

말근육의 '에쿠우스'들도 트렌드에 걸맞는다. 공연을 마치고 나가는 입구에 큰 포스터 앞에 서 있는 에쿠우스들과 사진을 찍고 갈 기회가 있다. 여자들끼리 온 관객들은 조금 부끄럽게 가서 맘에 드는 말 앞에서 찍고, 남자친구와 온 여자 관객은 조금 눈치를 본다. 찍기도 하는데, 그때 카메라를 든 남자들의 표정을 가서 꼭 보기 바란다. 

무대와 조명은 세련되어졌다. 그들이 걸어 나오는 무대는 패션쇼의 런웨이와 닮아있다. 정사각형의 재판소 분위기의 무대는 막바지에 비밀이 벗겨진다. 조명은 화려하다.  

나중에 기사를 보니 연출을 맡은 조재현씨가 다른 나라에 가서 그곳 에쿠우스를 보고 많은 걸 배우고 만들었다고 한다. 참고만 했겠지?

오래전 이 연극은 예술인가 외설인가 라는 뻔한 제목으로 기사화 되기도 했고, 실제 반라, 전라의 배우들이 나오기도 한다. 

공교롭게 다녀와서 후기를 남기려고 하는데 모 연극에서 한 남성이 무대 위로 뛰어 올라왔다고 한다.  

다행이다.  이 연극을 올린 공연장 <이다>는 앞에서 5번째 줄까지는 무대를 향해 고개를 45도 올려야 볼 수 있다.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가려면 다리가 엄청 긴 사람이어야 하는데, 한국인의 평균 신장으로는 다리가 찢어질지 모르니 엄두가 안날 것이다. 그러니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시랍. 

초대손님이라 1층 맨 끝 구석으로 앉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2층이 차라리 나았다고 하더라.  

꽉 찬 객석. 아버지 역의 배우의 특이한 충청도식 억양과 말투가 인상깊다. 사람들이 계속 웃어서 몰입은 어려웠지만. 

거의 초기 공연을 봤으니 공연 내릴 때 쯤 표 사서 봐야겠다.  

연극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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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 본 작가와의 만남? (이건 강연회다) 중에 가장 최악이었다. 작가때문일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작가는 성실히, 참 많은 것을 독자들을 위해 준비해 왔다. 장정일의 눌변을 안다면, 정말 열심히 준비해 온 것을 알아야만 한다.  물론, 내용이 너무 많고 자신의 의견 피력이 중심이었지만, 주최측은 분명 '강연회'라고 제시했을 거고 그에 맞게 준비해 왔음이 분명하다. 

앞에 그 자리에 있었던 분이 강연 내용을 잘 정리 해 주셔서 다른 내용을 적지 않고 주변 얘기만 좀 하고 말란다.

1. 고려대 정문에서 왼쪽에 있는 4.18 기념관 지하를 가는 약도가 제시 되어 있지 않아 학교 안에서 헤맸다. 고려대역보다는 안암역이 낫다. 고려대 역에서 내리면 나처럼 헤맨다. (게다가 건물에 들어가서도 입구를 잘 선택해 들어가지 않으면 헤맨다. 중앙 계단으로 가면 쉽게 갈 것을 불을 꺼놔 양쪽 끝 계단을 이용 해야 했고 처음 가는 나는 다시 올라와 다른 방향의 계단으로 내려가야 했다)  

나의 경우, 중앙 도서관에 전화를 걸어 강연회가 혹시 도서관 건물에 있냐고 물으며 슬쩍 4.18기념관의 위치를 물었으나 도서관 아르바이트 학생도, 존대어로 물어보던 누군가도 오늘 <장정일 작가 강연회>가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어디에 전화를 걸더니 건물 이름을 알려 주었다.  

홍보가 안 되어 있었던 것이다.  어디에도 그 흔한 플랫카드, 알려주는 A4종이 한 장을  보지 못했다.

주최측이 어딘가 보니 학생복지뭐라고 적혀 있었던 걸 보니 학과와 도서관쪽과는 무관한 행사였던 듯. 그럼 학생회에서 주관한 건가? 점점 맘이 상한다. 

참석자를 직접 세어 보니... 오십명이 채 안된다. 이건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차라리 작은 장소면 몰라도 덩그라니 족히 300석은 되어 보이는 곳에서......  알라디너 100명은 뽑아도 되었겠다 싶었다. 그리고 사실 이정도라면 뽑고 학생 확인하지 않아도 아무나 참석하게 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는가 싶다. 

 2. 장정일, 작가에 대한 이해 

사실 장정일씨의 몇 가지 시각은 새로운 점이 있었고, 충분히 의미를 던질만한것이었고, 다소 무리가 있었던 부분도 있었으며(이십대 초반에 100권의 고전 읽기로 독서를 마치라는 부분-의미는 알겠으나 모든 사람에게 이십대 초반이 대학생일리 없으며 고전 읽기가 이십대 초반에 시작될리 없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미 십대에, 어떤 사람에게는 삼십대 사십대에 '고전에 흠뻑 빠질만한 청년의 시기'가 열리는 것아닌가.), 아이처럼 순수한 면도 보였다. (엘리트의 출연, 양성이라니! 그들의 온전한 헌신과 희생이라니! 장정일의 낙관주의가 어리둥절할 만큼 착하다.)   

올 해 가장 많이 팔린 책 순위 30위 안에 드는 몇 작가들이 도마에 올랐으며, 작가들의 치열한 준비없음, 소재주의, 패거리?문화, 책에 대한 말도 안되는 허위의식 묻어나는 비평들에 대한 말들은 솔직히 귀담아 들어야 하는 부분아닌가.  문학 지상주의, 시와 소설만이 그 전부인 것처럼 떠받드는 풍조가 과연 독자들만의 책임인가, 그것을 생산하고 양산하는 창작자, 바로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냐, 하는 말로 들렸다. 수준있는 독자들이여, 책을 골라 읽어라. 보는 눈을 높여 좋은 책을 걸러내달라. 작가의 말이 그렇게 들렸다.  

3. 알라딘에 바란다.

참 서운하다.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차서 작가에 대한 질문과 비판이 오갈 것을 기대했다. 

장소 대여가 어렵다면 차라리 알라딘 사무실에 따로 장정일 독자와의 만남을 만들어 달라. 적은 수라도 인상 깊이 남을 것이다. 다른 곳이 주최한 강연회에 알라디너들을 보내 주시는 거라면 미리 주최가 알라딘이 아님을 명시해 달라.  손님으로 느끼는 기분을 현장에서 맛보지 않게 해달라. 연계해서 보내는 것이라도 미리 말씀해 주시라. 알라딘이든 연계한 곳이든 주최한 곳이든, 최소한 친구 몇 명씩 더 데려가서 작가가 허전하지 않게 하겠다. 자리가 남는 것보다 모자라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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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만남 2009-12-12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알라딘 문화초대석 담당자입니다.

참석하신 행사는 랜덤하우스가 주최하고, 알라딘과 고려대학교가 공동으로 후원하는 행사이고, 그 점은 신청 페이지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고려대학교가 주최한 강연회에 알라딘 사람들을 보낸 형태로 진행된 것이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알라딘과 고려대학교 학생복지위원회 학술 분과가 제휴가 되어 있어서 (학생복지위원해는 고려대학교 공식 학생 자치 기구입니다) 우석훈, 노회찬, 조국 교수 등의 강연을 이미 진행한 바 있으며, 도서관 및 학과와는 무관한 행사가 맞습니다. 그리고 알라딘 초대석에서 진행하는 행사의 경우, 대부분의 경우가 출판사 주최로 이루어지는 행사입니다.

참석 인원 관련하여서도, 알라딘 회원들의 경우 이번 행사에는 저희가 선정한 인원의 50% 이상이 사전 통보 없이 불참해주셨습니다. 자리가 모자라도, 남아도, 모두 곤란을 겪는 게 저자행사이기 때문에 인원 조절은 늘 저희에게 굉장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저도 어제 강연이 참 좋았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사전 통보 없이 안오셨다는 사실이 많이 속상했습니다. 인원은 늘 넉넉하게 뽑는데도, 저자행사에는 무책임한 불참 때문에 이런 민망한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이번 강연의 경우 장소가 크다는 것을 고려해, 신청한 인원을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선정해 드렸습니다)

홍보는 알라딘과 학생복지위원회 모두 온라인을 통해 진행했으며, 당첨자 발표 페이지에 약도를 게재해 두었었습니다. 학교 내 장소 약도 게재의 경우 저희가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 확답을 드릴 수는 없지만, 다음 번 진행부터는 학생 복지위원회와 협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2009-12-12 0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2 02: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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