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에서 열렸던 이날 강연회에는 의외로 적은 수의 청중들만이 모여 있어서 처음엔 적잖이 놀랐습니다. 잠시 후 관계자 분의 얘기를 듣고서, 고려대 학생회에서 자교생들이 많이 올 걸로 예상하고 초청인 수를 적게 잡아달라고 알라딘에 요청했는데, 마침 기말고사가 막 시작된 주라 생각보다 학생들이 덜 왔나 보다 혼자 생각했는데, 앞글에 달린 문화초대석 담당자의 말을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네요. 저도 같이 가기로 한 남편이 일이 생겨 못 가게 되어 당일로 같이 갈 친구를 구하느라 힘들이다가 결국 혼자 가게 되었는데, 빠지고 싶은 유혹이 사실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죠..겨울에는 문화초대석 신청할 때 좀 더 신중해야겠구나..춥고, 어두워지니, 바깥도 아니고 집에서 출발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장정일 씨의 강연을 듣고 나니 제 연락을 받고도 못 갔던 사람들이 '측은하게' 느껴졌습니다. 준비해 오신 많은 얘기들을 들으며-사실 소설 <구월의 이틀> 안에 있는 내용을 정리하신 게 많았지만- "치열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니 적어도 "치열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어떤 체취를 풍기는지 느껴볼 수 있었으니까요. 이건 사십대 중반인 제 주변인들이 잘 갖추어 가지지 못한 덕목입니다. 저만 해도 '어느날 문득' 지난날을 돌아보니 근 15년 이상을 정신 없이 살았었더라구요.    

어눌한 듯한 말투이시지만, 짜임새 있게 준비해 오신 내용을 시간에 꽉 맞추어 다 얘기하셨습니다. 소설에서 다루어진 내용 말고 더 얘기하신 건 -다른 분들도 정리하셨지만- 시와 소설이 마치 피라미드의 정점인 양 문학에서 너무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문학' 하면 이 둘이 다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은 그와 다르다, 오히려 특정 사건에 대한 '넌 픽션'이 보다 활발하게 저술되는 나라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이런 얘기들을 하셨습니다. 사실 저도 예로 드신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 같은 건 뭔가 깊은 속내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나중에 질문 시간에 혹시 장정일 씨가 이 사건에 대해 조사하신 건 없나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끝으로, 감사드리고 싶은 건, 장정일 씨는 모르셨겠지만^^, 저에게 격려를 주셨다는 겁니다. 저 스스로 늘 '생각이 부족하고' '따라서 의견을 조리있게 주장하지 못하고' '남에게 깊은 임팩트를 주지 못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위축되어 있었는데, 장정일 씨는 소설 속의 두 주인공 중 '은'을 더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더러운 세상일지라도 피하지 않으며' '자기 계발적이기-소설에서는 자기 개발이라 쓰셨는데, 전 이런 의미로 들어서-' 때문이라 하셨거든요. 제겐 이 두가지는 있다고 생각이 들어, 그 순간 너무 고마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owards 2009-12-14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잘못을 하나 고쳤네요. 제 후기에 "논픽션"을 "픽션"이라고 잘못 적어놨음을 뒤늦게 퍼뜩 알았어요. 이런 치명적인 잘못을. dowsong님 덕분에 중대한 잘못을 바로잡았네요. 감사합니다. [같은 강연]을 두고도 이렇게 다른 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고요. 저는 아무래도 기대치를 지나치게 높게 잡았거나, 그 날 행사의 성격에 대해 착각을 했던 것 같아요. 다음 주소는 다른 인터넷서점에서 신간행사로 있었던 그의 '강연'내용 초록입니다. 참고해보심이. http://www.yes24.com/ChYes/ChyesView.aspx?title=003004&cont=4004 (링크가 안 걸려서, 주소를 복사해서 덧붙여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