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도서 출간 기념 작가 강연회에 여러 차례 참석하였는데, 어제는 실로 굉장한 시간을 보내고 온 것 같다.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불행히도 부정적인 측면이 더 큰 뜻에서의 굉장함 말이다.

일단,  사진과 이야기로 밀포드사운드 원정기를 다시 보니 좋았다. 책 속의 정제된 언어에서 한발짝 나아가 말로써 전달되는 여행기는 훨씬 실감나고 풍부했다. 언제가는 꼭 가보고 싶을 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더불어 들려주신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도, 작가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조곤조곤 공감할 수 있게, 재미있게 풀어주셔서 좋았다. 강연회 장소에 준비하신 정성스런 다과에서 작가님의 세심함 또한 느낄 수 있었고. 이런 부분들은 참 감사했다고 전하고 싶다.

하지만 그 외의 상황은 후기를 쓰는 지금 다시 생각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다. 
강연회가 끝나고 그 자리를 나서며 들었던 생각들.
1. 지인이 안티
2. 여긴 어디 난 누구

먼저 1번에 관하여.
함께 원정을 떠났던 멤버들이 공동 발표자로 자리에 섰는데, 그 중 몇몇 분은 작가의 안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작가분과 혈연지간으로 여겨지는 한 분께서는 행사 내내 찌푸린 인상으로 자리하신 덕분에, 그 분께 온 시선을 강탈당하고 말았다. 
나는 지금 엄청난 친절함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지인의 중요한 행사에 지원자로 나섰다면 최소한의 성의라는 것이 보여야 할텐데 오히려 참석한 사람이 걱정이 되도록(실제로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한 표정과 몸짓이라니.. 언뜻 소개된 바처럼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면, 공과 사의 구분과 상황판단 능력은 충분히 갖추었다고 기대되기 때문에 실망이 더 큰 것 같다. 

또한 다른 한 발표자께서는 말씀하시던 중 "저는 원래 준비같은 거 안 해요." 라고 하시던데, 대체 그 자리에 앉아있는 우리는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걸까? 주말의 하루, 오후 어중간한 시간을 빼 일부러 사람 붐비는 홍대까지 찾아 온 사람들이 앞에서 듣고 있다. 이런 우리의 시간과 노력은 그렇게 하찮았던 걸까? 설사 실제로 그런 생각이시더라도 제발 그 말씀은 '마음의 소리'로 끝났어야 했는데.. 쓴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2번에 대하여.
이 행사에는 알라딘을 통해 초대받은 회원 이외에도 작가분이 개인적으로 초대하신 지인분들도 참석하셨다. 많이, 아주 많이. 그리하여 여러가지 성격이 혼재되어 통제되지 않는 분위기 속에 난 불청객이 된 느낌이었다. 작가분께서 말씀하셨던 '자유롭게'가 이런 의미였다면, 행사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불길한 느낌이 들었을 때 장을 떠났어야 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지 모르겠다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사실 아직까지 그 안타까운 마음이 다 가시지 않는다.
작가의 글에 관심을 가지고 찾았던 자리, 게다가 탐탁찮아 했던 지인까지 대동한 자리였는데.. 나의 하루를 이런 식으로 보내버렸다는 아쉬움보다 함께 해준 지인에게 미안함이 너무 커 돌아오는 길 내내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 할 수 밖에 없었다.
재미있는 책을 담아주신 작가님에 대한 기대뿐만 아니라, 평소 무한 신뢰하고 있는 알라딘 이기에 이번 강연회도 기쁜 마음으로 신청하였다. 알라딘에서 당첨자를 발표하며 덧붙였다시피 '소중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며 이 자리에 참석했었고. 하지만 앞으로는 초청 이벤트도 신중히 따져가며 신청해야 할 것 같다. 오늘 이 자리는 작가, 출판사, 알라딘 그 모두에게 '혜'가 아닌 '해'가 된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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