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 선생님은 어린 시절 내 책장 한 켠에 놓여진 신화적 인물이다.
저자와 실제로 조우한다는 것은
내 입장에서는 아이돌과 만나는 팬클럽의 마음과 같을 수 밖에 없다.

일단, 설레는 마음을 추스르느라 내내 갈피를 못잡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책의 내용들이 주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는 설레는 마음을 차가운 이성으로 돌려놓는 힘이 있었다.

길치인 나는 무려 4시에 경희대에서 출발해, 창천동까지 가는데 무려 3시간을 허비하는 저력을 보여준다. ㅡ,.ㅡ
와이파이가 안되는 Tmap은 정체된 채 꿈벅이만 할 뿐 내게 길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나는 용자의 심정으로 무작정 길을 따라 걸었고,
이대 사대부고 앞에서 터진 와이파이 덕에,,, 내가 잘못가도 한참 잘못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반대방향으로 직행 ㅜ_ㅜ

비가 오지 않는다던 아버지의 일기예보는,,,
아버지가 왜 예보관이 될 수 없었는지를 절절하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비닐 우산을 편의점에서 힘겹게 사들었으나
비라기 보다 바람에 섞인 물방울들의 행렬인 고로.
결국 중간이후부터 우산을 접는 것으로 합의를 스스로 보고
무려 3시간에 걸친 대장정 끝에
아담하고 분위기 좋은 인문학 아카데미에 구석자리에 안착했다

 

 

인간적이기까지 해서 너무나 좋았던 북 콘서트에는
집안 잔치 같이 그래픽 노블 잡지사와 출판사, 편집인들이 다수 있는 듯했다.

저녁은 언감생심 꿈도 못꾸던 나에게 햇살과 같은 초코바와 카라멜은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 후다닥 헤치우는 센스를 발휘했다.

강의 도중에 저 카라멜 비닐까는 소리가 내내 신경에 거슬렸는데,
난 아무래도 이 방면의 몹쓸 세심함은 ㅡ_ㅡ;; 고칠수가 없나보다.  

 

내가 다니는 공간과 비교될만큼
디자이너블하고 온기있으며 부르조아적 감성(간식의 퀼때문)이 묻어났다

이야기의 서두는 이 책의 원저자 자크 타르티로 부터 시작된다.
해바라기 프로젝트의 이하규 팀장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점차 자신감 붙어가는 발표 목소리에서 얼마나 이 일에 애정이 있는지가 드러나서 듣기 좋았다.

자크 타르티는 프랑스 문화의 아버지?라고 불릴만큼 프랑스 내에서는 아주 유명한 인물이라고 했다.
2013년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거절한 것으로 우리에게 유명해졌는데,

주로 사회적이고 현실 참여적인 모습으로 작가가 진정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상적 현현이라고 했다.

무릇 작가는 일반인들이 보지 못한 것들을 보여주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과 작가들이 모든 것을 내면화하고 소극적인 시선으로 자기화하는 경향성과 상반되는

프랑스의 자크 타르티에게서 민주주의 미래는 저런 방식으로 구현될 것인가에 대한 생각까지 이어졌다.

긍정적으로 보건데, 우리의 민주주의는 역사가 짧지 않던가?
이 단기간 안에 이만큼을 이룩해냈으니, 앞으로의 미래는 얼마나 또 진보하겠는가?

작품과 원저자에 대한 소개가 끝나고
이어 이야기 경영연구소의 소장인 김하영 편집장이 사회를 이어나갔다.
시원하고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사회학과 출신인 편집장님은
홍세화 작가님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덧붙이는 다른 책 소개들로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냈다.

기자 출신이라더니 언변이 훌륭하게 느껴졌다. ㅎㅎㅎ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홍세화 작가님은 많지만 확실한 화두들을 나누어주셨다.

이 시대의 모든 혁명들이 성공하지 못했음에도 우리가 계속 혁명해야만 하는 이유들.
또한 우리가 모르는 기본적인 질서 아래에 있는 사회적 권리에 대한 요구.
덧붙여 우리 시대가 가지지 못한 회의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
사회적 분노가 없고 내면화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안타까움.

질의 응답의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지만, 또한 그 질문의 답에서 한계를 절절히 느끼는 시간이었기도 했다.

사유하지 않는 젊은이들에 대한 비판.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그렇다고 치부해버리기에는
상황이 너무 헝거게임같지 않은가?

정말 사유하지 않아서 이 사회에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건지?
아니면 사유의 끝에서 적절한 회피의 답으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건지?
나는 단순한 비판과 독선적인 시선으로 아이들을 보지 않는다.

이것도 어쩌면 어른의 과업일지도 모른다.

토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주지 않고
비판할 수 있는 장소를 주지 않았고
회의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던가?

물론 주체적 사고는 개인의 몫이겠지만,
적어도 성장의 과정에는 어른들의 교육론이 관여하기에
이 문제는 단순한 편향적 시각으로 치부되기에 힘들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회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서해문집 출판사에게 감사하고
더불어 책을 받으려고 질문한 것이 아닌데도
책 선물을 주신 출판사 직원분께도 너무 감사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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