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전인권 북콘서트 그 역사적인 조우의 현장에 가다.


지난 11월 18일 수요일 저녁 7시 30분, 흰물결아트센터 공연장에는 황석영과 전인권의 만남으로 이미 꽉 차 있었습니다. 제가 올해 간 북콘서트중에서 이렇게 꽉찬 풍경은 빨간책방 북콘서트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오늘은 성격이 시원시원한 김민정 시인 님의 사회로 진행되었고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사회자 질문: 해질무렵 3년만에 나온 신작인데요. 어제가 선생님 생일이셨죠. 11월 17일생 맞으시죠.
황석영님 답변: 나이가 그리 중요한건 아닌데.. (당황하신 모습이 보여 웃음꽃 터짐) 센스쟁이 독자들 박수친다. ㅎㅎ
              

나이는 이제 책에서 뺀다고 하시네요. 사회자님께서 공개해서 죄송하다고 말해서 또 웃음 터졌네요. 이렇게 웃긴 북콘서트는 처음입니다. ㅎㅎ

사회자 질문: 만주출생 특이한 이력이라 생각됩니다.
황석영님 답변: 그냥 난 토박이가 아니라 그냥 떠돌이작가일 뿐이다. 소설을 쓰면서 예전 그시절 전태일 생각이 많이 났다. 그리고 전인권의 '사랑한 후에'란 노래가 나오는데 연상되서 내 소설에 나오게 되었다. 공장의 일하는 소녀들도 생각이 많이 났다.


사회자 질문: 해질무렵이라 함은  60대 주인공이라 낮도아니고 밤도 아닌 교체하는 그 순간 바로 *로 나오기 직전의 상태가 아닌가요? ㅎㅎ독자들 웃음...
황석영님 답변: 그 무렵이 한국의 정점을 찍은 90년대후반 이후였다.IMF같은 경제적 문제가 생기면서 하락이 되어가는데 어려운시절이니, 성찰의 의미에서 써보자. 해질무렵과 딱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박민우라는 60대의 경제적 어려움 겪은 세대를 통해 현재 젊은이들에게 들이닥친 경제적 상황을 연결시켜 바라보는 게 주제다.

사회자 질문: 소설을 많이 짧게 쓰실려고 노력하신 듯합니다. 경장편소설 정도로 쓰셨는데요.
황석영님 답변: 해질무렵은 본문 700매에서 560매로 줄였고 거기에서 또 200매로 압축시킨 소설이다.주말 패턴의 독자들에게 3-4일 안에 읽을수있는 소설로 만들고 싶었다. 알랭드보통의 비평처럼 길게 쓸 필요 없지않나. 나는 씬을 60여개 미리 써놓고 쓰다보니 미장센으로 연결되어 한눈에 싹 읽혀진다.

사회자 질문: 연세에 비해 젊으신 편이신데요. 편의점 취재 많이 하셨는지, 상세하게 쓰여져서 놀랐습니다.
황석영님 답변: 편의점의 젊은 직원분들과 친해져서 본인 일상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지갑을 분실했는데 찾아준 인연으로 만난 사이다.

사회자 질문: 소설에 현실적인 무거운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황석영님 답변: 요즘 고독사, 동반자살 너무 많이 일어난다. 사회에 일어나는 일들을 소설 안에 담아냈다.

사회자 질문: 첫사랑 안 물어볼 수 없습니다. 사모님 앞에 계셔서 곤란한가요? ㅎㅎ 독자들 웃음...
황석영님 답변: 어묵집 딸은 실제로 아내가 어묵집 딸이었다.


사회자 질문: 선생님 사모님 이야기 말고 첫사랑이요~
황석영님 답변: 사실 도입부에 나오듯이 해운대 서점에서 사인회하는데 아는사람이니 전화해달라는 쪽지를 건네 받은적 있다. 그래서 쪽지를 준 사람이랑 잠깐 통화한적 있다. 그 사람은 내가 예전에 알았던 사람인데, 지금 장사도하고있고 살이 쪄서 못간다고 했다. 어렴풋이 그 시절 모습만 어렴풋이 기억나더라.

사회자 질문: 이 책을 보면서 기억을 적어놓으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황: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도 기억을 소설로 써놓은거하지 않았나. 그건 좋은 작업의 예이다.

 

드디어 전인권 님이 등장하셔서 자리가 더 빛이 나는 무대가 되었습니다. 비틀즈의 노래 예스터데이로 노래를 시작하셨는데요. 역시 전인권 님의 노래는 그 분 만의 아우라가 넘치는 무대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곡 전인권의 '사랑한 후에' 역시 대단했습니다.

 

여기서 전인권의 '사랑한 후에' 가사를 잠깐 음미해보고 지나가려합니다. 이 노래야말로 해질무렵에 어울리는 노래였습니다. 가슴을 울리는 전인권 님의 목소리는 한동안 내 뇌리에서, 내 귓가에서, 내 입으로 흥얼거리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ㅠ.ㅠ

긴 하루 지나고 언덕 저 편에
빨간 석양이 물들어 가면
놀던 아이들은 아무 걱정없이
집으로 하나 둘씩 돌아가는데

나는 왜 여기 서 있나
저 석양은 나를 깨우고
밤이 내 앞에 다시 다가오는데

이젠 잊어야만 하는 내 아픈 기억이
별이 되어 반짝이며 나를 흔드네
저기 철길 위를 달리는 기차의
커다란 울음으로도 달랠수 없어

나는 왜 여기 서 있나
오늘밤엔 수많은 별이 기억들이
내앞에 다시 춤을 추는데

어디서 왔는지 내 머리위로
작은새 한마리 날아가네
어느새 밝아온 새벽 하늘이
다른 하루를 재촉하는데

종소리는 맑게 퍼지고
저 불빛은 누굴 위한걸까
새벽이 내앞에 다시 설레이는데


사회자 질문: 전인권 님과는 어떻게 아십니까? 두분의 인연은?
황석영님 답변: 개인적 친분으로 북콘서트장에서 몇 번 노래를 해 줬는데, 노래가 너무 좋았다. 출판사에 소제목을 전인권씨 가사로 넣어 해보자. 했는데 너무 노골적이라고 해서 뺐다. 이 소설을 영화화하면 전인권의 '사랑한 후에'를 영화음악에 넣으면 딱일거같다.는 소릴듣고 같은 생각을 해서 놀랐었다.

사회자 질문: 소설에 전인권쌤 노래가 참 잘 어울립니다.
전인권님 답변: 음반 11월에 내야해서 해질무렵 소설을 읽지못해 죄송하네요. 영화음악을 하는 건 저도 좋아요.
황석영님 답변: 책 안 읽어도 된다. 바쁠텐데...박민규소설가에게 이야기로 짧게 해달라하고 하면된다. 예전에 50주년기념일때 불러준 예스터데이랑 사노라면 참 좋았다.

사회자 질문: 페이스북 같은 건 하시나요?
전인권님 답변: 페이스북 한달됐는데 차단할수있어 좋다
황석영님 답변: 페이스북 해야겠네.

전인권님 콘서트 준비에 작곡하시느라 바쁘시다는데, 노래도 참 많이 불러주셨는데요. 먼저 응답하라 1988에 삽입되어 요즘 다시 주목받는 "걱정말아요 그대"를 불러주셨고 앵콜무대로 비교적 최신에 나온 "걷고 걷고"도 너무 좋았습니다. 이렇게 전인권 님의 공연이 주욱 이어지고 유유히 퇴장하셨는데요. 두 거장이 만난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는 게 믿겨지지않았습니다.


사회자 질문: 정지용선생 건축가 이야기가 담겨있던데요.
황석영님 답변: 민노총 사무총장 김용태, 화가 여운 다 갔다. 정지용선생 무주면사무소말고 목욕탕이 딸린 면사무소가 있다. 최근에 정지용 건축가 건물에서 김민기가 리사이틀하겠다는 소식들었다.

사회자 질문: 건축가 정지용이 한 이야기 한국을 비판하는 이야기였습니다.
황석영님 답변: 진짜 했던 이야기였다.

사회자 질문: 우리 민희 좀 사랑해주지그랬어 기억에 남는다.
황석영님 답변: 젊은이들 좀 사랑해주지그랬어 라고 사회지도층이 명심하고 들어야할대사라 생각한다.

사회자 질문: 선생님 육성으로 듣고싶은 대목있으신가요. 제가 좋았던 부분으로 가져왔는데요.
황석영님 답변: 112쪽 읽어주심.

드디어 독자들의 질문이 시작되었는데요. 너무 인기가 많으셔서 치열한 질문공세에도 불구하고 황석영 작가님 열심히 답변해주셨습니다.

독자 질문: 성장소설 개밥바라기쓰셨는데 자전소설 쓰실 때가 되지않았나요.
황석영님 답변: 몇 년전 중앙북스에서 계약할 때엔 신문에 낸 글이랑 대담형식으로 간단히 생각했는데 지금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고맙게도 중앙북스이후 권리가 랜덤코리아로 넘어간 걸 문학동네 대표가 자전에세이집 쓰는권리를 사왔다. 김영하소설가가 나한테 했던 말이 있다. 나처럼 모든 전쟁을 겪은 사람은 없다. 그래서 더욱 써야 하는게 아닌가하더라. 그래서 잘써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예전에 유럽에서 9년 넘게 살았는데 자전을 정리하기위해 6개월정도 스페인에 다녀올예정이다. 내년 이맘때 자전소설이 나올 예정이다. 경향신문기자가 인터뷰하면서 이제 앞으로

3-4권 쓰시겠네요.하더라. 앞으로 몇 권 못 쓰겠구나 소설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독자 질문: (전인권 팬클럽 소속 교수님이라 기억에 남음) 국어교육과 교수입니다. 국정교과서 문제 심각한데 황석영 선생님 소설이 고등학교 교과서에 삼포가는길 한편만 실려있고 마지막 장면만 나와 안타깝습니다. 후학을 위해 고등학생을 위한 책을 쓰실 생각은 없는 건가요. 박완서 선생님 책은 많은데 개인적으로 참 안타깝습니다.
황석영님 답변: 예전에 교보문고 독자가 어리석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철학과를 나와서 소설을 쓰실 생각을 했나요? 그런 질문이었는데, 사실 소설과 철학이 상관없는게 아니지 않나. 그런 부분이 교육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국어교육도 잘못됐다했더니 조선일보기자가 이상하게 써서 황석영 한국 문창과가 한국 문학계를 망쳐라고 기사가 나와 놀란 적이 있다. 예전에 캠프 같은 걸 참여했는데, 국어선생님들이 재미로 문제를 냈다.
황석영의 <삼포가는 길> 신현림의 <농무>가 나왔는데, 신현림 30점, 황석영 40점 나왔다. 문학교육을 제대로 받아야지 정답을 강요하는 교육은 잘못된 게 아닐까. 교과서에 실린 건 오히려 빼야 돼지않을까 고민이 되었다.

독자 질문: 오랫동안 살아오셨는데  인생에 회한은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황석영님 답변: 가족에 대한 회한이 크다. 어머니가 동경에서 대학교육을 받았는데 독서교육을 어머니께 받았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들어가니 소설을 태우고 의사가 되라 그러셨는데 왜 못하게 했는가 여쭤 봤더니 작가란 자기 팔자를 남에게 내주는거기 때문에 시키기 싫으셨단다. 공적인 삶이란거다. 지금 지나보니 자기 삶이 없다는 것이 회한으로 남는다.


독자 질문: 아버지가 환갑이신데, 스스로 지옥에 살고 있는거같다고 하시는데 요즘 사회가 힘들어서 그러는건지...천국은 없는건지 궁금합니다.
황석영님 답변: 인간이 사는 곳엔 천국은 없다. 현실은 제국자본주의 체제이후로 후기 자본주의로 가고 있다. 프랑스테러를 봐라. 아버지세대가 훨씬 어렵다. 왜냐하면 아버지세대엔 이웃같은 공동체의식과 대리석같이 찣어진 내면화된 고독이 깊숙히 들어와 있기때문에 먹고사는 문제가아니라 사는거 자체가 힘든 것이다.

독자 질문도 날카로왔고, 황석영 작가님의 답변도 연배가 많이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저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생각이 많이 드는 답변들이라 앞으로 살아가면서 많이 생각해봐야할 문제구나 싶네요. 그리고 마무리 멘트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사회자 마무리: "화가 나면 지는 것이다." 이 구절을 가슴에 새겼고 힘이 나는 구절이었습니다. 선생님 마지막으로 한말씀만 해주신다면요.
황석영님 마무리말씀: 독자들이 날씨도 안좋은데, 이렇게 와줘서 고맙고 팔순때 이런 자리 또 가지고싶다.

아. 저도 10년 후 선생님의 북콘서트 장에 전인권 님의 노래를 듣고 김민정 님의 사회로 참석할 수 있을까요? 그 자리에 참석해보고싶다는 생각에 내년 선생님의 자선에세이집을 먼저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스페인에서 어떤 이야기를 가져오실지 두근두근 기대됩니다.

지금까지 황석영 전인권 님 북콘서트 장에 다녀온 도시여행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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