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고전 읽기 프로젝트05

 

 《조지오웰의 동물농장》편 강연후기

 

 

 

  가을 문턱에 접어든 9월 7일, 명동 CGV 씨네라이브러리에서는 알라딘 고전 읽기 프로젝트05 《조지오웰의 동물농장》편 강연회가 성황리에 열렸습니다. 그 넓디 넓은 씨네라이브러리 전체를 채운 참석자들의 열기는 대단했답니다.

  작가 조지오웰의 글을 좋아하고 《동물농장》에 영감을 받은 참석자들은 《동물농장》번역자 도정일 선생님의 명강연에 집중하고 또 집중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고인이 된 조지오웰도 아니었고, 동물농장의 스노볼도 아니었고, 번역자 도정일 선생님의 고전을 바라보는 시각, 불평등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었다고 감히 적어봅니다.  

 

  우선 일찍 나섰던 강연회가는 길, 처음 가본 씨네라이브러리를 착각하여 명동역에서 내리고도 을지로입구역 근처 CGV 명동까지 열심히 향했던 게 기억에 아주 씁쓸하게 남네요. 직원 께서 친절하게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로 가셔야합니다.”…”저 방금 명동역에서 왔는데요. 유니클로 건물 말씀하시는건가요?”…”네. 고객님…” 장장 왕복 10분 넘는 거리를 두번이나 왔다갔다 했네요. 앞으로 씨네라이브러리 강연회 들으러 가실 분들은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로 가심됩니다. 명동역 유니클로 건물 10층으로 기억하시면 되겠네요. ^^;

 

  우여곡절 끝에 겨우 도착한 씨네라이브러리 안에는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꽉 차서 강연이 시작된 지 5분여가 지났더군요. 그 조용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저도 바로 집중해서 강연에 빠져들었습니다.

 

 

 

  역시 고전은 클래스가 영원한 거 같네요. 조지 오웰의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지만, 현재에도 영감을 주며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가가 고전이 위대한 이유라는 말씀에 깊은 공감을 했습니다. 역시 원작 《동물농장》과 존 리드의 《자본주의 동물농장 》까지 현대에 꼭 필요한 사회풍자책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도정일 선생님이 독자들에게 던진 질문들이 몇 개 기억에 남는데요.

 

도정일 님 질문1 :

어떤 책이 오래가는 책인가? 생각해보세요.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의 책을 아시나요? 

  이탈리아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의 책이 바로 고전이 아닐까요?

  아직 할 말이 다 끝나지 않은 책이 고전입니다. 생물학적 연대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는 책이 고전이 아닐까요.
  작가가 기준이 아니라 그 독자가 풍요롭게 해석하거나 그렇게 읽어내는 게 고전이 되는 기준입니다.
  그 책을 읽었다는 것이 나에게 하나의 사건이 되는 책이 고전입니다. 이 책을 읽고 좀 바뀌었는가. 이 책이 변화를 일으켰는가. 변모가 일어났는가. 어제의 내가 아니라 놀라운 변모를 일으켰는가를 기분으로 책을 골라 읽으십시오.

 

  머리를 한방 내려치는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시대에 책은 풍족하나 뭐하나 오랫동안 기억에 남지도, 나에게 하나의 사건이 되는 책, 나를 변모시킨 책이 있었나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어제의 내가 아니라 놀라운 변모를 일으켜 나를 변화시켰나가 기준이 된다니 앞으로 나의 책 선정에 큰 기준으로 작용될 듯 합니다. 여러분도 한번 나를 변모시킬 책인가를 생각하며 신중히 골라보시고 다시한번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을 재독하시길 권해봅니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앞으로 다시 읽어봐야 할 멋진 리스트가 아닌가 생각해보며 다시 강연에 집중했습니다.

도정일 님 질문2 :

모든 사회는 평등해질 수 있을까요? 불평등한 사회야 말로 자본주의사회가 아닌가요?
동물농장의 7계명도 나중에 변질되게 되었죠.

 

동물농장의 7계명

1. 두 다리로 걷는 자는 누구든지 적이다.

2. 네 다리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자는 모두 우리의 친구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 권력을 맛본 돼지들이 결국엔 동물농장의 7계명을 깨뜨리고 변질되고 말죠.

  이것이 인간사회의 딜레마입니다. 평등의 이상은 명료하지 않고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동물도 이해 없이 평등이 변질되어선 안됩니다. 많은 소설가들이 그동안 이상향 그린 유토피아 세상을 그려냈습니다.

 

희망이 없는 곳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가.
정의가 없는 곳에 정의를 세우는 것.
의미가 없는 곳에 의미를 세우는 것.

그것이 문학이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 아닐까요?

 

  역시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질문을 하시고 스스로 명쾌한 답변을 해주신 도정일 선생님의 말씀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 합니다. 인간사회의 딜레마…오웰이 말하고자 한 건 다 알다시피 돼지들이 동물농장을 지배하게 되고 평등하자던 7계명을 변질시킨 모습에서 결국 권력을 탐하는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고 《동물농장》을 통해 사회에 알리려고 했던 것인 듯 하네요. 결국 인간의 탐욕 때문에 유토피아는 있을 수 없는 걸까요? 가장 불평등한 사회는 바로 자본주의니까 말입니다. 《동물농장》을 통해 현대사회의 병폐를 바라보게 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는 건 역시 조지오웰의《동물농장》은 고전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의 질문을 받아주셨습니다.


질문1 (사회자 금정연 님 질문)

당나귀 벤저민의 대립항이나 풍자하고 있는 인물이 있는 건가요?

도정일 님 답변 : 《동물농장》에 오웰이 풍자하고자 했던 인물이 다 나오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이 사회엔 벤저민 같은 인물도 있지 않았을까요. 오웰은 그런 인물을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그게 당나귀 벤저민으로 나온 거죠.

질문2 (독자1)

현재 문학이 의미가 없는 곳에 의미를 세우고 있는 건가요?

도정일 님 답변 : 굳이 의미를 줘야 하는가요. 문학은 그냥 거기에 있는 것일 뿐입니다.

 유레카…솔직히 우문현답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질문자는 아마도 요즘 문학에 일어나고 있는 자정문제를 거론한 거겠죠. 표절문제가 심각한 현 사태를 꼬집어 말했으나, 문학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고 그냥 거기에 있었던 거죠.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옛날 시골에 가보면 마을어귀에 떡 하니 몇 백년 버티고 있는 큰 고목들처럼 문학도 그 긴 세월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자 저도 모르게 숙연해졌습니다.

질문3 (독자2)

오웰은 트로츠키파인가요, 막시즘주의자인가요?

도정일 님 답변 : 조지 오웰은 트로츠키파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민주적 사회주의자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메일을 알려주면 따로 그 답변을 더 해주겠습니다.

 

질문4(독자3) 

저희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은 어떤 작품이 있나요?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 존 쿠시를 소개해주고 싶네요.
페테르부르크의 대가 읽어보면 좋겠네요.

 

질문5(독자4)

문학의 현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도정일 님 답변 : 전 소설이 문제가 아니라 비평이 문제인 거 갔습니다.
비평은 그 자체가 인문학의 일부입니다. 앞으로 비평계가 저도 포함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의 질문에 응하는 도정일 선생님의 솔직한 답변이 모두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노벨문학상을 받은 존 쿠시 작품도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알라딘 직원 분이 조용히 아까 질문3을 했던 그 독자 분의 메일을 적어가시는 모습을 보니 저도 질문을 해보고 싶은 기분이 들어 손을 들려고 준비하던 차 아쉬운 질문시간이 끝나버렸습니다. 마지막 아이고 아쉬워라…앞으론 더 빨리 손을 들어야겠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질문은 이거였습니다.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후 나온 존 리드의 『자본주의 동물농장』을 보셨나요? 동물농장에서 쫓겨난 스노볼이 다시 동물농장으로 돌아와 자본주의로 불평등해진 현대를 풍자하고 있는대요. 선생님께서는 『자본주의 동물농장』을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아. 도정일 선생님의 답변이 궁금하네요.

  강연이 끝나고 돌아 나오는 길, 동물농장의 돼지들도 스노볼도 벤저민도 생각났습니다.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 고전인 이유는 여기에 있는 거죠. 아직도 그 이야기에 주목하고 현대에 이슈를 던지는 책이 몇 권이나 될까요. 그래서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 주목 받고 회자되는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다음 알라딘 고전 읽기 프로젝트06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좋은 강연은 계속 되어야합니다. 알라딘 고전읽기 프로젝트 영원하라…브라보!!

 

  마지막으로 최근에 읽은 존 리드의『자본주의 동물농장』도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동물농장》에서 쫓겨난 ‘스노볼’이 전하는 메시지『자본주의 동물농장』에 주목하라! ‘동물농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주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노출하게 되고 만다. 요즘 세상이 다 그런 것처럼 자본주의에선 돈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니었던가! 역시『자본주의 동물농장』에서도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스노볼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결국 이 책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권력싸움에서 밀려나 쫓겨났던 스노볼이 재등장하면서 자본주의의 모순과 문제점을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윗듀 2015-09-22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강연 참석했었는데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잘해주셨네요~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시여행자 2015-09-22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ovelydew님도 그곳에 계셨었군요. 저도 알라딘 고전읽기 조지오웰 편에 참석해서 좋은 공부하고 왔습니다.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