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프로이트를 믿으시겠습니까?˝

 이틀 전, 알라딘에서 마련해주신 김서영 선생과의 만남은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두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광화문 역에서 묻고 또 물으면서 에무를 찾아갔다. 10여분 걷는 골목길엔 신비롭게 느껴지는 오만 대사관도 지났고, 유럽풍 주택의 체코 대사관도 지나 살짝 언덕에 위치한 아담하고 예쁜 에무를 보자 어찌나 반갑던지...

 1층에는 사계절 출판사에서 진열해 놓은 다양한 도서들이 구매욕을 자극했지만 이미 10분이나 지각했기에 서둘러 지하로 내려갔다. 사회보시는 편집장과 교수님과의 무대 교체가 있는 순간에, 하마터면 박수를 교수로 맞는재미있는 실수의 순간을 놓칠뻔 했다. (이 사례는 강연 도중에 두 어 번 언급했다)

 알라딘에서 구매한 책을 단숨에 읽어 내리면서 이 전에 읽었던 다른 책들보다 청소년들이 이해하기에 참 쉽게 개념정리가 되어있었다. 저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터라, 밝고 경쾌하게 진행하시는 김서영 선생의 멘트들은 머리속에 잠시 머물다가 이내 가슴에 공감의 이야기들로 담겨졌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중에서 꿈의 해석은 정신분석과 꿈을 동일한 방식으로 분석하기에 꿈분석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분석해 갈 수 있음을 논증해준다. 저자는 프로이트를 전공했지만 프로이트의 모든 이론을 수용할 수 없음을 밝힌다.

그의 실수와 시행착오, 그리고 비인격적인 부분과 맹목적인 신뢰에 관한 부분을 냉정히 비판하면서 ˝여러분, 이래도 프로이트를 믿으시겠습니까?˝ 하면서 해맑게 웃었다. 나는 그 웃음속에 담긴 저자의 부단한 연구와 고뇌와 갈등과 학문에 대한 자기확신을 보았다. 바로 이러한 것들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저자와의 만남의 시간들은 그 맛과 묘미를 더해준다.

 

 저자는 진로를 선택해야하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이과를 가야할까? 문과를 가야할까?라는 부제를 책에 삽입하길 원했지만, 상업성 있는 문구를 좋은 책에 넣을 수 없다는 사계절출판사측의 강력한 검열로 삭제된 것을 아쉬워하며, 다음 재판 인쇄에는 그 문구삽입을 기대한다고 넌즈시 그 취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것은 독자인 나도 마찬가지였다. 사계절출판사에서 주니어클래식을 기획할때 그 대상이 청소년과 일반인을 함께 아우른다는 계획이 있었기에 본 책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감추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정신분석을 통해 자기를 깊이 이해하는 시작은 그 시기가 빠를수록 좋겠다는 견해에서 독서 대상을 청소년들에게로 본격적인 홍보가 이뤄져야겠다는 생각이다.

 

세 자녀를 양육하는 엄마이기에 앞 서, 삼십 년 전에 이런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었다면 나 역시도 문과 성향의 기질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면서도 학교측의 제도적 강제성과 기성인들의 전형적인 모진 억압에 어쩔 수 없이 이과를 가야했던 과거를 만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진로 선택의 실패로 삼십 년을 돌아서 나는 이제야 나 스스로의 분석과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게 되었고, 때늦은 나의 진로를 선택하여 그 과정을 걷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지금 학업을 하는 청소년일 수도 있다.

나이 오십에 시작하는 대학원 과정이 내가 정말 기쁘고 원하는 것임에는 확신하지만, 그 길이 결코 쉽지않은 길임을 또한 알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깊이 이해하는 과정을 통한 진로 선택은 김서영선생의 말씀대로 정말 좋아하는 것이기에 인내할 수 있고, 10년도 17년도 꾸준한 연구의 길을 걸을 수 있을거라고 확신한다.

 이 번의 저자와의 만남의 시간은 내게는 자기 확신의 응원의 시간이었다.

 저자는 환하게 웃으며 또 묻는다.

˝여러분, 정말 프로이트를 믿으시겠습니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으로 자기분석을 적용하여 자신을 깊이 이해한 독자가 대답한다.

˝녜니오. 하지만, 나는 내 안에 계신 주인을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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