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에 기록된 '용'의 등장. 용이란 무엇을 지칭하는 것이었을까. 원명 시대 약 9차례 등장한 용의 모습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 지점에서부터 책의 내용은 시작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상깊은 존재인 용. 

 

 

  용은 바로 특이한 자연 현상을 일컫는 것이었다. 폭풍우, 화산 폭발, 지진 등 다양한 이상 기후가 바로 용으로 기록된 것이다. 평소 겪어보지 못한 자연재해 앞에서 과거 중국인들은 이를 용의 등장이라고 보고 듣고 기록했던 것이다.

 

 역사학계에서 소빙기라 부르는 시기. 대략 14-16세기에 걸쳐 전반적으로 일어났던 그 시기는 갑작스런 기온의 하강과 함께 여러 이상 기후를 동반했다. 티모시 브룩 교수는 바로 이 시기에 일어났던 다양한 현상과 이에 따른 중국인들의 삶과 역사에 대해서 다루고자 했다.

 

   

      

 

  책의 한국어판 출간을 기하여 방한한 티모시 브룩 교수님(사진 중간). 방한에 맞춰 조촐한 강연회가 열렸다. 종로구에 소재한 카페 통인에서 열렸다. 조그마한 카페였지만, 카페가 발디딛을 틈 없이 꽉 찼다. 역자인 고대 조용헌 교수님(사진 우측)은 사회를 맡으셨고, 유광훈 박사님(사진 좌측)은 통역을 맡으셨다. 이 세 분의 호흡은 꽤나 역동적이었다. ^^;;

 

     

  강연은 먼저 '용'의 등장을 다룬 책의 앞 부분을 읽고, 교수님과 참석자들이 질의응답을 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형식에 굳이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주제들이 오고 갔다.

        

 

  초반부에 잠깐 티모시 브룩 교수님이 자신에 대해서 소개하면서 'university teacher'라고 했다. 'professor'이란 단어를 쓰지 않고, teacher라는 표현을 쓰신 모습이 인상깊었다. 아무래도 한 분야의 '전문가'라고만 매조짓기 보다는, 학생들 혹은 연구자들과 호흡하는 '교수자'라는 지점에 대해서도 무척 고민하시는게 아닌가 싶었다.

     

   교수님은 책에서 다양한 이상 기후의 현상에 따른 중국인들의 대응을 다양한 꼭지로 풀어낸다. 가령 회화 경향에서 눈이 집중적으로 등장하는 모습도 이전과 다르게 눈이 오는 현상이 잦고 많이 오는 것에 따른 것으로 본다. 또한 농업에 있어서도 다양한 품종의 연구와 보급 등도 이러한 기온 변화와 이상 기후에 따른 현상으로 파악한다.

 

 

  한국사를 바라보는데 있어서도 이러한 소빙기, 즉 기온 하강과 이상 기후를 역사 안으로 집어넣으려는 움직임은 많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러한 현상에 대한 민중들의 역사는 아직까지 많이 다루어지진 못했다. 주로 이상 현상에 대처한 지배층의 경향, 예를 들면 잦은 이상 기온 현상과 이에 따라 신료들의 잦은 '수신' 요구는 연산군을 정신 이상으로 몰아넣었다 등의 연구가 주류를 이루었다. 

 

 

 

  이러한 한국사 연구의 상황을 떠올리면서, 티모시 브룩 교수의 강연회 1분 1초는 정말 뜻 깊었다. 한국사에서는 그 동안 왜 이러한 다양한 지점에 대한 연구에 대해서 미진했던 것일까 하는 아쉬움들. 나조차도 스쳐지나갔던 여러 꼭지들이 실은 하나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또한, 교수님께서는 세계적인 석학의 모습을 몸소 보여주셨다. 바로 자신의 연구에 대해서 겸손하고, 몰랐던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 자세 말이다. 한 참석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전술했던 회화에서의 눈의 등장은 그러한 이상 기온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회화 경향의 변화, 즉 사계절의 순환이라는 지점에서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교수님은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지점이라고 하면서 다음 연구 및 개정판 작업에 꼭 반영하겠다고 하셨다. 이런 자리에서도 초연하신 모습, 배움을 갈구하는 모습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가슴에 새겨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연회 말미에는 사인회도 진행하였다. 교수님의 손에서도 느낄 수 있는 세월의 흔적. 지난 역사의 세월의 흔적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점에서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연구와 배움에 있어서는 겸손한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것, 무지를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등 많은 것들을 가슴에 안고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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