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태어난다는 것은 죽음을 전제로 한다. 태어남은 죽음을 가정하고만이 가능하다. 생명은 언젠가 소멸하는 것이 우주의 진리이므로.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언제 죽고 언제 사느냐에 인생의 희노애락을 건다. 요즈음은 유난히 명멸에 대해 가슴 아프게 받아 들여야 하는 사건들이 많았다. 하지만 사건이 아니더라도 운명적으로 빠른 죽음과 직면해야 하는 생명들이 세상엔 숱하다. 다만 외면하거나 모른척 하고 살 뿐.

 

<두근두근 내 인생>은 죽음을 향해 남보다 더 빨리 달려가는 소년의 이야기다. 그리고 청춘을 잃어버린 어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어른들은 청춘을 불살라 소년, 소녀를 키워낸다.

 

<두근두근 내인생> 작가는 부모의 입장에서 글을 썼노라고 했다. 부모에게 미래는 없다. 돌아 볼 과거만이 있을 뿐. 자식의 입장으로 돌아보는 부모의 과거. 당신들의 청춘은 이렇게 아름다웠고, 다만 그 시절이 너무 짧았고,  나는 이런 희생 속에서 컸노라고 자식의 입을 빌어 말한다. 내가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감동이 없다. 자칫하면 푼수에 지루한 인간이 되기 쉽다. 하지만 누군가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금 쑥스럽더라도 인정 받는 기분이 든다. 내가 나를 인정하지 못하고 방황할 때 스스로를 못난이라고 느낄 때,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식이 자신을 인정해 준다면 그보다 더한 충만이 있을까.

 

김애란 작가의 아버지는 영화를 보고 많이 울었다고 한다. 내 비록 아비의 몸은 아니지만 나또한 많이 울었다. 나만이 아니고 영화관 곳곳에서 울음을 참는 꺽꺽 대는 소리 훌쩍이는 소리..눈물이 나는 코드는 각자의 몫이었겠지만. 도입 전개 절정 뭔가 순서를 가늠할 수 없는 죽 연결 된 고리의 서사 속에서 발단이 어딘지 주제가 뭔지 따져지지 않고 봐지는 영화의 힘. 주연배우들의 비주얼로도 조로증을 연기하는 아역 배우의 힘으로만도 단정 지을 수 없는 삶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작가와 감독은 영화는, 각색을 통해 원작과는 다르게 태어난 또 하나의 생명체라고 이야기했다. 감독이 이야기하는 좋은 문체는 어떤 것일까. 영화와 또다르게 소설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증이 생겼음은 물론이다. 영화를 본 후 쓴 소주가 달게 느껴짐은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실컷 울었고 마음은 뭉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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