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도, 유라시아횡단로드도 아닌, <인상파로드>.

누구라도 마네-모네-세잔-고흐로 이어지는 인상파 화가의 계보와 그림은 줄줄 읊겠지만, 그들이 치열하게 그려냈던 삶의 궤적은 쉽게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예외가 아닌 나였기에, 책에 담겼을 내용을 상상하며 심플하고 산뜻한 제목에 끌려 내친김에 구입했다.

 

저자는 지난 여행의 초보적 단계를 심각하게 깨닫고 시대와 사조들이 뒤엉킨 머릿속을 정리 정돈할 즈음, 섬광처럼 내비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19세기 후반의 미술혁명가들, 바로 인상파 화가를 찾아 떠났다고 한다.

 

인상파 미술이란 게 1860년대 화가 10여명 정도가 20여년간 죽어라 그려가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고, 오늘날까지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사조가 아니냐는 것.

 

따라서 어느 골목 한 귀퉁이에서, 혹은 들판과 언덕, 바다와 숲길 끝에서 한 시대를 달궜던 화가들의 꿈과 열정이 우리 인생에 들어온다면 이보다 더 멋진 경험이 어디 있겠냐고....

 

<인상파로드>는 첫 여행지로 고흐의 고향 네덜란드 준데르트, 누에넨 마을을 훑은 후, 본격 인상파의 도시 파리로 넘어간다. 마네의 생가인 지베르니, 그 한 블록 건너에 있는 프레데릭 바지유의 스튜디오, 마네의 산책길 튈르리정원, 라파예트 백화점의 옥상에서 느껴본 카유보트의 시선, 고흐 형제가 살았던 아파트.....등을 찾아 다니며 당대의 예술가들이 서로 교차했었을 그 지점과 동선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19세기말의 근대화의 역동 속에 등장한 철도를 타고 빛의 색깔과 변화를 찾아 부지런히 떠났던 마네를 따라 노르망디를 여행하는 것으로 맺고 있다.

    

 

비가 내리는 7월 23일의 저녁시간, 합정동 B+카페에 다과와 함께 마련된 작가와의 대화에 20여명의 독자에 끼어 참석했다.

미술 여행의 컨셉을 기획한 동기에 대해 저자는, “여행은 다녀온 뒤 더 나빠지지 않는 것!”이라는 하루키, 그리고 “왜 여행을 좋기 위해서만 가는가?”라는 카뮈의 말로 대신한다.

 

“25년간의 회사 일을 그만둔 뒤, 흰 백지에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있는 대로 다 메모해 보니 남는 것은 여행이더라고. 우리에게 여행의 방식은 다양하다. 서촌마을을 그냥 돌아볼 때와 시인 이상의 집이 거기 있다는 걸 느끼면서 산책할 때와는 그 느낌이 판이할 것이다. 자신만의 여행 스타일을 추구하기 위해 사람이던, 사건이던 찾아가면 같은 장소, 다른 느낌이 든다. 난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살았던 그 시대로 여행을 했다.“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은 내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보고 싶은가를 생각하고 계획을 짜라고 권한다. 굳이 쇼핑만을 위해 이탈리아를 갈 필요는 없는 것이며, 문화예술이 싫음에도 굳이 프랑스를 갈 필요는 없지 않냐고.

 

여행과 관련해서 자신에게 동기 부여를 해 준 책들로는 존스타인벡의 <찰리와 함께한 여행>, 생떽쥐베리의 <우연한 여행자>, 빌브라이슨의 <발칙한 여행기 시리즈>를 꼽은 저자는 지금 우리 앞에 놓여진 수많은 첨단기술 장비를 이용해서 치밀하게 여행의 계획과 준비를 할 것!. 다만 어떤 장소를 가더라도 항상 자기 감정표현의 수식어를 다양하게 개발하라! 그 감정의 표현 하나하나가 바로 그 여행의 감동을 반복시켜 줄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들에게 인상파 미술화가들의 일상을 접하게 해준 건 바로 그들이 주고 받았던 수많은 편지들, 즉 마네, 모네, 고흐의 디테일은 바로 손편지였다는 점. 따라서 우리도 그들처럼 여행에서 느낀 감상, 사색, 공감을 자신만의 언어로 기록하는 것 자체도 의미 있는 것이라고.

 

대담에 이어, 이번 여행에서 느낀 체험들을 전달해주고자 열심히 준비하신 인상파로드 동영상은 아쉽게도 볼 수 없었지만, 저자의 성의만으로도 충분히 감동했고, 모두에게 ‘길 위의 여행’에 대한 알찬 모티브를 챙길 수 있게 해 준 귀한 행사였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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