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한홍구 교수의 새 책 출판기념 대담이었다.

역사를 전공했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가지고 있는 나름의 신념이라고 한다면

전근대사를 통해서는 전통과 자부심을 일깨우고

근대사를 통해서 정의, 공감, 연민과 같은 인성의 작은 부분을 자극하고

 

현대사를 통해서는 역사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내고 싶다는 정도였다.

 

현대사는 양파같아서, 까도까도 새로운 게 나오고 봐도 봐도 또 코끝이 알싸해지곤 한다.

 

그런 현대사 중에서도 특히 한홍구 교수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복잡하고 미스테리한 이야기들의 단면을 싹둑! 깨끗하게 반 갈라 보여주시기 때문이다.

쉽게 읽히고, 기억에 잘 남는다.

 

당첨되면 좋겠지만...하는 마음으로 신청한 것이 되어서 너무 기뻤다.

남자친구와 함께 연남동에서 저녁을 먹고 좀 일찍 도착하자, 우리가 1등이었다.

가톨릭청년회관 1층에는 까페도 있었고, 봄이 되며 옥상텃밭도 만들 예정이라고 하니,

홍대앞의 또다른 쉼터로 자리매김하기 좋은 장소였다.

 

 

 

대강당(홀)은 널찍했고,

저녁을 못 먹고 오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을 위해서 간식과 음료가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일찍 도착해서 연남동 돼지구이백반을 먹고 갔기 때문에 저건 배고픈 분들에게 양보.

 

 

한쪽에서는 신간을 판매하고 있었다. 10% 할인 얏호.

끝나고 싸인회가 있었기 때문에, 바로 샀다. 인터넷으로 주문하기엔 조금 늦은 감이 있어 그냥 갔더니

잘했다 싶었다.

 

 

 

일찍 갔기 때문에 자리는 맨 앞자리 왼쪽 끝. R석이었다. 하하하하하하.

이털남 김종배씨, 너무 잘생기고 멋있으셔서 깜짝 놀랐다. 조지클루니 같았어!!!!

 

한홍구 교수님도 여전하시고, 사진으로 되게 작게 나오셨는데, 실제로도 왜소하시다...ㅎㅎ

하지만 그 안에 깃든 온화한 열정은 강의와 대담 내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오른쪽의 한윤형씨는 미디어스 기자이다. 원래는 청년유니온의 한지혜 대표가 나오기로 했었지만

여러 이유로 참석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하여, 한윤형씨가 나오게 되었다고.

 

대담은 한교수님의 강의, 그리고 청년세대와 장년세대의 질문과 대답으로 진행되었고, 중간에 유신시대 방직공장 노동자의 삶을 살았던 심순애 여사가 나오셨다. 정치적 문제를 떠나 한 인간의 생에, 유신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분위기가 어떤 직접적 영향을 미쳤는지 잠깐의 이야기로도 느낄 수 있었다.

담담하고 진실하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그 아픔을 가치롭게 승화시킨 그 분에게 감동의 박수가 저절로 나왔다.

 

 

 

 

 

잠깐 인상깊은 이야기를 옮겨보자면-

 

유신시대, 극장에서는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꼭 애국가가 나왔어요. 애인이랑 영화보러 갔는데 애국가 나오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그사람들도 알아요, 그런다고 애국심이 끓어오르지 않는다는 걸.

근데 왜 그럴까요? 몸이 기억하기 때문이죠. 유신의 세대는 몸으로 유신을 기억합니다.

 

 

 진보세대는 늘 광주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새로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역사적 경험을 갖지 못하고 말이죠.

맞아요. 광주정신을 늘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들에게 광주는 경험해본 적 없는 너무 먼 이야기인 거예요.

젊은 세대는 월드컵이나, 여러 번의 촛불을 거치는 동안 승리의 경험을 했는데도, 그것이 역사적 동력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민주정권 10년은 신자유주의에 잠식당하면서 좋은 기억으로 남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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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대 민주화의 프레임이 얼마나 유효할 수 있을까?

 

-그래도 박정희 덕분에 우리가 쌀막걸리도 먹게 된거야

-엄마 그럼 내가 애들 막 때리고 욕하면서도 좋은 대학만 보내면 되는거야?

-너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그런데 심지어 다른 학생들이랑 학부모들은 대학 잘보낸다고 나를 좋아해. 그럼 엄만 내가 자랑스러울거야?

 

 

 

역사는 두 번 되풀이된다는 말은 바로잡을 기회가 온다는 뜻일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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