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에서 '김영하 작가와 <위대한 개츠비> 같이 읽기 이벤트'를 주최하였는데,
방청을 원하는 사람을 각 인터넷서점에서 댓글 형식으로 모집하였다. 그리고 나는 어제 당첨 문자와 이메일을 받았다. 무려 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꺄오! 역시 나의 정성 어린 댓글이 먹힌게야. 오늘 (5.9) 저녁 7시에, 심지어 장소는 우리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마포아트센터.
알바 끝나고 6시 10분쯤 미리 도착해서 마포아트센트 1층에 있는 카페에서 라떼를 시켜놓고 쉬고 있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음성이 들려 홀린 듯 고개를 들어보니 김영하 작가가 내 앞에 계셨다. 옆 테이블에 앉으셔서 일행인 듯한 여성분과 신나게 수다를 떨고 계셨음. 전에도 엄마 손에 이끌려 토지문학관에서 하는 김영하 작가 강연에 다녀온 적이 있었지만 오늘은 왠지 사적인 모습을 잠시 훔쳐본 듯한 느낌이어서 혼자 떨렸다. 하지만 난 눈이 멀까봐 차마 똑바로 보지도 못하고 계속 모른 척. 마침 아빠와 카톡하는 중이었는데, '김영하를 그정도로 좋아하는구나...' 하는 아빠에게 '숨이 막힐 정도에요><' 라고 보냈더니 '아빤 니가 보구싶어서 숨이 막힐 정도다~~'라고. 이틀 밤만 자면 우리 만날 수 있어요♥
입구에서 저걸 나눠줬다. (립스틱 말고 오른쪽에 있는 거)
가로 길이가 립스틱과 비슷한 크기로, 문학동네의 위대한 개츠비를 그대로 재현한 미니 북.
뭔가 해서 열어봤더니 포스트잇이다. 깜찍해라.
양장본 책 표지처럼 단단한 커버라서 가방에 넣고 다녀도 안 망가질 듯.
마포아트센터 3층 플레이맥에서 진행되었다.
시작하기 직전!
번역 작업을 하는 동안 방해물이 있었는데 바로 저 고양이라고.
작업하는 동안 자꾸 놀아달라고 책상에 올라와 교정지를 깔고 앉았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항상 고양이를 기르시는 것 같다.
강연히 끝나고 싸인받는 분들. 오신 분들 중 70% 이상이 2~40대 여성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출판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독자가 2~30대 여성이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나의 책은 라블리가 빌려간 관계로 싸인은 아쉽지만 빠이...ㅠㅠ
9시가 다 되어 끝났다. 나오니 이렇게 어두워져 있었고 마포아트센터는 번쩍번쩍.
시원한 바람과 가벼운 비를 마시며 집으로 돌아왔다.
김영하 작가는 위대한 개츠비의 번역가이자 독자이지만, 오늘은 소설가의 입장에서 읽어낸 지점들을 (역자 후기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을 중심으로) 강의로 풀어주었다. 역시나 유창한 언변과 유머, 센스있게 준비해오신 프레젠테이션으로! (쓸 데 없거나 일리 없거나 재미 없는 얘기는 그의 입에서 전혀 나오지 않는다. 헤헤.)
혼자 소설을 읽을 때도 맘에 드는 부분은 필사해가면서 감탄하며 읽었지만, 피츠제럴드가 얼마나 치밀하고 완벽하게 이 소설을 축조했는지 다시 한 번 느꼈다. 서술이 이렇게 세련되었을 수가 없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하는 것, 이 얘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저 얘기를 하는 것! 제목 에서 'the Great'의 의미에 대한 고찰도 좋았다. 결국 개츠비가 '손에 잡히지 않는 비어있는 중심같은 존재'이기에 이 소설이 더욱 매력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나의 책 읽기는 200프로 이상으로 풍부해졌다. 공교육에서든 대학에서든 이런 식의 강의나 수업을 (크지 않은 비중으로라도) 꾸준히 접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책을 안 읽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텍스트를 분석적으로 이해하는 강의를 듣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주 도움이 된다. 내가 직접 레포트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고 뭘 외우거나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 가만히 앉아서 그저 듣기만 해도 텍스트를 섬세하게 이해하는 법을 어느 정도 간접 체험을 통해 습득할 수 있고, 다음 번에 내가 새로운 텍스트를 이해할 때에도 자연스럽게 적용하게 된다. 풍부하게 읽고 보고 들으면 결국 내게 가장 좋다. 그 맛을 알게 되면 세상을 굳이 재미없게 사는 게 더 어렵다. 모든 것을 납작하게 만들어버리는 사람, 한 가지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 눈 앞에 보이는 '실용'과 '정답'만을 추구하는 사람, 새지 못하게 구멍이란 구멍은 모조리 막아버리는 사람들도 분명 세상에서 어떠한 가치를 담당하고 있지만, 분명한 건 그들은 소설을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