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5월의 눈부신 날에 박상진교수님과 함께 <궁궐의 우리나무-경복궁의 봄나무>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처음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날씨를 검색하고 차편을 알아보면서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행사당일이 되어 경복궁역 5번 출구를 나왔을 때 눈부신 햇살과 들떠 있는 행락객들의 표정을 보면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행사장소로 향했습니다. 조금 빠듯하게 도착한 탓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바로 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눌와출판사 직원의 간단한 소개와 교수님의 인사로 행사는 시작되었다.
고궁박물관 뜰을 지나 근정전의 금천 주변의 나무들을 시작으로 교수님의 설명이 계속되었다.
그동안은 궁궐에 오면 건축물이나 역사적인 장소에서 느껴지는 현장성에 중점을 두어 궐을 바라보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교수님의 한마디 '전각 앞에는 나무가 별로 없습니다.' 이 말을 듣고 보니 근정전의 주변에는 온통 석재와 목재로 만들어진 건물이 전부이며 흔한 소나무 하나 없었다. 이유인 즉은 세 가지. 첫째 자객으로부터의 왕의 안전, 둘째 한자로 쓰면 궁에 나무가 있으면 빈곤자가 형상되므로, 셋째는 왕옆에 나무가 있으면 한가하기 때문이란다.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이런 사실과 교수님의 설명이 신선하면서도 그동안 건성으로 궁을 관람했구나를 반성하게 했다.
행사의 제목은 궁궐의 우리나무지만 막상 궁궐에 오니 색색의 꽃들이 저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눈치 채셨는지 교수님께서는 “꽃이 우리는 사로잡죠.”라고 말하며 꽃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경회루 주변을 지키고 있는 능수버들은 여인을 상징하며 과거 많은 연인들이 헤어짐의 장소로 버드나무 아래를 이용했다고 한다. 세조가 대원군 시절에 능수나무 속에 숨어있던 일화를 소개해주시기도 했다.
교태전 뒤의 아미산 계단식 정원의 만개한 꽃들, 철쭉, 황매화 등을 감상하고 우물가 주위에 핀 앵두나무를 설명하시며 유행가 노래 한 자락을 뽑으셨다. 유행가의 말처럼 앵두나무는 우물가 주위에 많이 피며 세종이 앵두를 너무 좋아하여 이를 바친 신하에게 활을 하사하신 일화를 설명했다. 또한 과일을 제철에만 구할 수 있던 과거에는 겨우내 기다린 후 처음 맛보는 앵두는 아마도 귀하고 달콤했던 우리 내 과일이었던 만큼 제사상에도 올라간다고 한다.
향원정 주변의 능수버들, 오리마누, 시무나무 등의 설명과 뽕나무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과거 농상 국가였던 만큼 상을 뜻하는 뽕나무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 특히 누에를 기르는 뽕잎은 왕비가 친잠례를 할만큼 귀하여 궐에 많은 수의 뽕나무가 심어지고 자랐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비극적인 장소인 건청궁앞에는 고종이 좋아했다는 감나무인 고종시가 있다. 이 감나무는 건청궁 재건 시 산청에서 올라왔다고 하는데 아직은 어린 나무라서 줄기가 가늘고 지지대에 의존해서 서있는 모습이 당시 고종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동문 앞의 은행나무에 대한 설명으로 우리는 행사의 끝을 맞이했다.
궁궐
껍질이 등껍데기처럼 불규칙적이긴 하지만 하트모양의 잎사귀가 사랑을 뜻하는 말개나무, 줄기가 화살처럼 생겼다는 화살나무, 배고픔을 달래주던 껍질에서 유래된 느릅나무, 태조 이성계가 활솜씨를 자랑하던 돌배나무, 라일락의 우리내 이름 수수꽃다리등의 많은 경복궁의 나무와 역사속의 일화들을 들으면서 우리는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그동안 내가 보아왔던 조선의 건축물이 가득한 궁궐이 아닌 재미있는 일화들이 새겨져 있는 나무들이 살고 있는 궁궐의 새로운 모습이었다.
따듯한 봄날 즐거운 이야기가 숨 쉬는 궁궐여행은 나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었다. 행사 후 집으로 가는 길에 눌와출판사에서 나누어주었던 책자에는 궁궐의 새에 대한 이야기, 매화에 대한 모든 것, 혹은 염전에 대해 쓰인 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새삼 놀랍게 되었다.
평소에 문학위주로 읽던 나의 독서패턴에 대해 얼마나 편협한 것이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화창한 봄날 즐거운 궁궐 여행을 만들어주신 박상진 교수님과 눌와출판사 식구들에게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하게 될 궁궐의 우리나무 답사는 또 얼마나 즐거울지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즐거운 시간을 갖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