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으로 격렬한 그리스 신화 속에서도 타오르는 극단을 보여주는 인물 메데아. 신화에서는 조연이자 악역이었던 메데아를 중심에 놓고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그것도 작은 무대에 배우 일곱 명만으로 연출한다면?
그게 궁금해서 이벤트에 응모했지만, 그래놓고 막상 찾아보니 메데아를 중심에 놓고 보는 시각 자체는 에우리피데스의 고전극에서 먼저 해놓은 작업이었다. 현대 한국에서 새로 무대에 올리기 위해 방점을 찍은 대목은 그게 아니라 메데아가 광기에 빠진 이유를 개인이 아니라 사회에서 찾는 데 있다. 7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앞뒤에 붙은 수군거림과 소문 "그 여자가 그랬다며?" "저랬다며?"... 모든 것을 버리고 정착한 땅에서도 영원히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메데아의 신분, 그런 것들.
이렇게 메데아는 그냥 '미친 여자'에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발버둥친 여자'로, 다시 '남성 중심일 뿐 아니라 완고하게 닫혀 있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발버둥친 여자'로 변하는구나. 사실은 메데아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뿐이겠지만.
새로운 해석, 일곱 배우와 의자들로 구성한 연출도 흥미로웠고, 배우들의 휘몰아치는 감정 연기가 카타르시스를 준다.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기에, 이 극단에서 다음에 올린다는 '십이야'에도 관심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