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우우~ 활주로에 안착하는 음악처럼
상수동 이리카페에 어여삐 안착한 김애란 작가님의 소설과 검정치마 음악의 만남! 
 

김애란 작가님의 <두근두근 내 인생> 낭독회! 당첨되어 다녀왔습니다 

소설을 보고 나면 그 자체로만 이해하고자 하는 제 습관 덕에 낭독회는 처음 참가해보았습니다. 성경 모임처럼 책을 펼치는 재미있는 광경도 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신선했어요. 검정치마 조휴일님도 이런 자리가 처음인지.. 본인 낭독파트에서 낭독하려다가 급 말씀 멈추시고 당황스러워하시며 ‘아 죄송해요, 몇 페이지입니다~’하고 말씀주시는 거 보고 뒤에서 어찌나 웃었는지. 안그러셔도 되는데요 ㅠ_ㅠ 제 개인적인 귀요미 리스트에 등극하셨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처음 만나면 눈을 마주치고 조심스레 인사를 하고 이름을 묻고 목소리는 어떤지 말투는 어떤지, 말할 때 표정은 어떤지 취향은 어떤지 하나하나 한 걸음씩 알아갑니다. 그런데 김애란 작가, 검정치마의 낭독회는 이미 김애란 작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을 읽은 독자들이, ‘검정치마 Antifreeze’를 알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가득 모여있는 자리구나 생각하니 옆 자리에 앉은 낯선 사람도 왠지 일전부터 알던 사람인 것 같은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개인적인 일이고 음악 또한 굉장히 개인적인 취향의 일인데 참 묘한 자리더라구요 ^^ 영화 ‘엑스맨 : 퍼스트클래스’ 보면 찰스 자비에, 프로페서 X가 투시력으로 돌연변이를 찾아내잖아요. 그런 기분이었어요. 뭔가 텔레파시나 투시력으로 마음 깊숙한 곳을 꿰뚫어보고 이러한 사람들만 한가득 모여 앉은 느낌. 단순히 어떤 작가를 좋아하고 어떤 가수를 좋아하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하나의 이야기에 눈이 붓도록 펑펑 울어본 사람들이 모여 앉아있는 것 같은 동질감이 느껴졌습니다. 더불어 따뜻한 분위기의 이리카페도 저녁 8시라는 시간도 더욱 그리 만들어주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날씨도 훌쩍 가을 같아져서인지 골목길 상수동 이리카페가 가을밤과 어울리는 캠핑장과도 같았어요. 아무래도 김애란 작가님의 나즈막한 목소리와 성의있게 한 자 한 자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 검정치마 조휴일님의 진솔한 모습과 이야기 덕에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김애란 작가님도 검정치마 조휴일님도 사회자 분이 물으시는 ‘사랑’, 그리고 ‘감상’, ‘의도’ 등등 수많은 질문들에 대해 피하지 않고 솔직담백하게 자신의 느낌, 경험, 이야기를 성심성의껏 답해주신 점이 고마웠어요. 어떤 부분에서는 아 과연 진짜 이야기를 해주실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요. 덤덤하고 성의있게 답변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기뻤습니다. 괜히 말을 옮기면 잘못 보도되는 인터뷰처럼 되어버릴까봐 많은 이야기는 생략합니다 ^^

낭독회에 걸맞게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너무 많기보다는 사람들이 작품을 더욱 느낄 수 있게 남겨주신 채 낭독과 노래에 집중해주신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가장 잊을 수 없던 부분은 역시나 김애란 작가님의 책에서 ‘서하가 아름이에게 처음 보낸 이메일’ 낭독 부분과 이어지는 검정치마 ‘Antifreeze’ 노래였어요. 검정치마는 앨범에서 듣던 느낌보다 좀 더 그들의 편지와 어울리는, 따뜻한 목소리와 느릿한 기타소리로 상수동 이리카페를 채워주셨죠. 노래 끝나고 ‘보컬형의 목소리도 딱 내 스타일’이라는 부분에 다같이 와하하 웃어버린 일. 그리고 쑥스러운 듯한 검정치마의 표정도 참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낭독이 끝나고 그 편지 부분에 대한 감상을 나눌 때에는 김애란 작가님의 <두근두근 내인생> 책이 시간이 지나도 세상에 남을 터인데 별책부록처럼 검정치마의 음악도 같이 남을 것 같은 점이 굉장히 좋다고 말씀 주셨죠. 그리고 검정치마를 좋아하는 분들이 김애란 작가의 책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단 말도 기억에 남네요 ^^  

더불어… 이상형에 대한 독자의 뜬금없는 질문에 김애란 작가님 왈, ‘마음은 맑은데 입이 드러운 남자’ 좋아한다는 반전!!!! 같이 간 친구가 마음은 너무나 가을하늘처럼 맑은데 입이 덜 드러워서 슬프다고 하여서 뒤에서 웃음 참느라 혼났어요 .. 


책을 안고 갔지만 왠지 쑥스러워서 김애란 작가님께 사인도 못받고 검정치마를 입고 갔지만 부끄러워서 검정치마 조휴일님에게도 인사도 못한 채 슝 나와버렸지만 절대 팬이 아니라서 그런 거 아니랍니다.  퇴근길에도 종종 그 순간을 떠올려보는데 마음이 따뜻해지곤 한답니다.

좋은 기회 주신 알라딘 & 창비 분들께 감사해요!   

더불어 김애란 작가님의 팬으로서 김애란 작가님.. 마음은 맑은데 입이 드러운 남자 언능 구하시길 빌어봅니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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