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이리도 강연을 꽉- 알차게 채워주실 수 있는지.!@.@ 

우연한 기회로 신청하게 된 이번 북콘서트는, 유홍준과 박경철이라는 명망높으신 두 분의 대화를 프레시안에서 주최하고 알라딘에서도 이벤트로 같이 참여하였다. 사실 전체적인 컨셉이 흥미롭기는 했으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어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꼭 가야지- 하는 설렘이 있는 끌림은 없었다. 분명 포커스는 이 책의 저자이신 유홍준 교수님께 맞춰질 게 뻔했으니 더욱 그러했다. 어찌됐든 이번 이벤트에 참여하게 되었고, 강연 내내 유쾌함과 진지함이 묻어나는 두 분의 대화는 2시간여에 가까운 긴 시간을 무색하게 짧은 일장춘몽을 꾼 듯, 금새 끝이 나버렸다. 

 

-먼저 내가 큰 인상을 받았던 대화의 주제는, 우리는 왜 우리 주변의 문화유산을 둘러봐야하는가, 그리고 둘러보게 되는가 였다. 마이카시대로 접어들면서, 그리고 해외에 한번쯤은 다녀왔던 사람들이 느꼈던 자신들의 것의 부재에 대한 감정을 채우기 원했던 시기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가 나와서 그들의 가이드 북이 되었다는 가벼운 설명은 서론에 불과했다. 그것이 허망한 것이든 진짜이든, 외국의 멋에 들려 우리 것을 돌아보지 않는 것도 오래가지 못하는 것은, 우리는 장소성, 시간성에 얽매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이 시간과 장소의 것들, 즉 우리를 나타내는 것, 우리의 정체성(아이덴티티, 근원)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찾아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의 그의 설명이었다. 

이 설명을 들으니 내가 왜 그토록 한번 보고 빠져버렸던 사찰과 그 주변을 감싸는 자연풍경을 좋아하고, 또 찾아가보고 싶어하고, 알면 알수록 더 깊이 알고 싶어지는 우리의 것에 대한 내 욕망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설명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도. 

 

-두 번째이 인상은 변하는 전통만이 살아남는다는 그의 말이었다. 어디선가 들었었던 말이다. 전혀 새로운 문제제기가 아니었음에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적응하는 전통만이 살아남는데에 필요한 전제조건이 바로 그 자신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산(山)이나 강(江)이 고대 시대때 중국에서 넘어온 것이고 우리가 지금 소리내어 읽는 것이 바로 그 때 그들이 사용하던 소리를 아직까지 우리는 쓰고 있는 것이라고. 그들의 음성은 시대에 맞게 변화하여 지금의 음성이 되었는데, 우리는 그 한자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는 사용자들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즉, 계속 이어져 오는 전통이 되기 위해서는 본질을 꿰뚫으며 그럴만한 실력이 되는 사람만이(자격이 있는 사람만이) 전통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그 전통의 형태는 변할지라도 본질은 유지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우리 문화의 본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유홍준이기에 그가 이 말을 던졌을 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또 하는 우리 문화에서 부재중인 것. 바로 바이오그래피(전기). 사람마다 놓인 상황이 다르고 또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다른 것처럼 인생 하나하나가 다 다르다. 또 그런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의 엮인 인생을 보면서 거기에서 올 수 있느 감동이라든가 교훈이라는 게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생략하고 무색무취의 형태로만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생(人生)과 이야기라... 요즘의 트렌드와 일치하는 것이라 신기하기도 했고 이런 문화역사에까지 뻗친 그의 통찰이 놀랍기도 했다. 

 

**날카롭고 다양한 질문을 던졌던 인터뷰이인 박경철 쌤과 시종일관 유쾌한 톤으로 깊이있는 답변을 해주셨던 유홍준 교수님. 정말 알찬 강의 내용과는 별도로 그의 자신있고 신념있는 말투와 태도가 존경스러웠다. 나도 몇십년이 지난 후에는 그들이 풍기는 분위기를 반만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좋은 강연을 들으면 좋은 책을 읽은 것과는 또 다른 에너지를 만들어 준다. 잉여로웠던 이틀간의 휴가를 이렇게 풍성하고 재미있는 강연으로 끝맺게 되어 너무 기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