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내용의 일부 왜곡이나 누락이 있을 수 있음)  

12월9일 김상봉,김용철,홍세화 공개 토론회  

고려대학교 학생복지회 주최로 열린 '굿바이 삼성' 책을 비롯하여 한국사회에서 특히 20대가 어찌해야하는가에 대한 답을 삼성불매운동이라는 슬로건 아래에서 2시간 반 동안 한편으로는 엄숙하고 또 한편으로는 재밌있었던 토론회였다.  

홍세화 선생님이 사회자로서 토론회를 시작했다. 단골 메뉴로서 프랑스에서 돌아온 자신의 정신적 충격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홍선생님이 보신 한국은 돈독이 오른 사회였으며, 인간성의 손상과 가치관의 문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물욕에 찌든 사회였다. 그러면서 회색인을 비유하셨다. 부정한 일을 보면서 흰색과 검은색 사이에서 상대적인 안도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운동의 분명한 방향성을 갖고 회색인적이지 않은 입장을 취해야 사회에 기여를 할 수 잇다고 삼성불매운동을 예로 드시면서 문을 열었다.  

다음은 김용철 변호사. '삼성을 생각한다'에 대한 김용철 변호사의 평가는? 하루면 다 읽을 책, 전부다 사실인 책, 실명을 의도적으로 적어도 법적으로 고소당하지 않는 책. 최철원씨의 방망이 폭력 사건에 대해 언급을 하면서, 재벌 그들 자체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왜냐면, 그게 그들의 의식 수준이기 때문이다. 마치 중세 봉건 영주 수준이란다. 재벌이라는 카스트caste이다. 본인은 재벌이 비자금을 만들든 잘먹고 잘살든 상관이 없다고 한다. 그건 재벌이 아니더라도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들의 행위가 공동체에 막대한 영향과 피해를 주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한다. 이번 사장단 인사 발표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했다. '황제'는 '~실'자로 끝나는 팀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만든 조직 이름도 미래전략실?이라고 한다. 옛날 구조본 같은 거다. 이번 발표와 관련해서 주목할 점은 사장단이 새로 임명이 되면 그 전에 있던 사람은 어디로가는가 하는 사실이다. 추측건데 그냥 집으로 가는 거다. 그만큼 삼성이 삭막하다고 한다. 그게 회사를 위해 일한 마지막이다. 공무원들은 적어도 송별식을 해주는데... 회사를 나가면 바로 다른 자리를 잡는가? 그것도 실력이 있는 사람 순이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는 탐욕의 문제이다. 삼성의 연 매출액은 대한민국 정부의 예산을 뛰어넘는다. 그래서일까, 삼성이 갖고 있는 여러 인맥이나 돈을 끊임없이 국가기관 즉, 정부에서 부탁, 요청한다고 한다. '황제'의 입에서 대통령 쯧쯧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그렇게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역시 돈에 있다. 그리고 돈에 탐욕에 취약한 인간의 속성이다. 이 토론회에 나온 청중들은 아직 부패의 단 맛을 못 본 것 뿐이라고 김 변호사는 말한다. 자신도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돈 수십 억을 꽤 오랫 동안 마음껏 썼다고 한다. 본인 처음 맡은 일이 재판 상대쪽 변호사를 매수하는 일이라나 모레나... 상속편법증여와 관련해서 자기가 사실을 다 얘기하면 엄청난 일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삼성 임직원 중에 적어도 한 두명은 말하겠지... 그러나 아무도 말하지 입을 열지 않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러저러한 비리가 있고 김용철 변호사를 지지한다고 통화는 온다고 했다. 이 말이 별말은 아니지만, 와닿았는데,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잘' 먹고 사는 문제가 핵심이 아니었냐고 말할 때 나도 저 축에 언제든지 끼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김상봉 교수의 말씀이 있었다. 김상봉 교수의 말씀은 삼성으로 대표되는 한국재벌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었다. 특히, 한국사적, 세계사적 배경으로서 현재 한국의 재벌과 관련된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 즉, 한국사적인 입장에서 각 세대마다 위치한 자리가 다 다르다. 60년대 생은 민주화 투쟁과 같은 추억이 있고, 그 전 세대는 전쟁과 배고픔의 기억, 지금의 20대, 80년대 생들은 취업과 경쟁의 추억들... 그러나 단군이래 가장 행복한 세대가 현 20대라고 말한다. 단, 학벌경쟁에 최정점 피해자이지만. 한국사적인 측면을 고려해 봤을 때, 동학농민이후 30년 마다 한번씩 민란이 일어났다고 김상봉 교수는 분석했다. 봉기와 학살도 포함이 되는 것인데, 민중이 참다참다 못해 들고 일어나는 게 이런 주기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4.19가 큰 기점이었다. 민중이 왜 이렇게 일어나야만 할까. 그것은 삶이 불편해서 일어났던 것이다. 개인들이 들고일어날 때 쯤 의식화가 되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개인에 대한 과도한 간섭에 들어가고 상식이 안 통하는 세상에서, 민중들은 단지 상식만으로도 세상을 엎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에 대한 변화는 일상에서 시작되는 셈이다. 현재 한국은 소위 국가자본주의 시대를 맞고 있다. 돈이 사회를 지배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말이 성립되는 것일까. 아니, 그런 말은 지양하는 게 좋다. 왜냐하면, 자본이라는 말이 불분명한 개념인데다가 자본은 우리 일상에 깊숙히 침투한 말이라서 적을 상정해 놓고 싸워야 할 전선이 분명하게 안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판단해야 한다. 국가 위에 기업이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상황은 탈정치적인 모습이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시하면 안된다. 그런데 일상에서 살다보니 무역수지는 맨날 최고 흑자인데 정작 자신은 제대로 살지 못하는 난국의 상황이다. 개인이 문제를 느끼게 된다. 한국에서 80년대에는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진정한 공화국이 된 것은 아니다. 즉, 정상국가가 되지 못했다. 잠시 다른 얘기를 하자면, 국가수반에 대한 논의에서 임시정부나 4.19 후 시대에는 내각제였다. 그러나 스스로를 왕이라 생각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이나 군사독재가 시작되면서 중앙집권적 대통령제가 채택되었다. 임기 5년 동안 아무런 태클이 안 걸리는 건 실제적으로 독재와 같은 것이다. 여기서 김상봉 교수는 키케로에 의거한 공화국의 조건에 대해 언급했다. 1. 법치가 있어야 한다. 약한 사람은 국가가 보호해줘야 한다. 시민권자라면 보호가 마땅이 되어야 한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페리클레스는 전사한 아테네 시민들의 유족에게 자식이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기 전까지 모든 양육을 국가에서 담당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2. 공공성, 공익이 있어야 한다 것이다. 국가의 부가 모든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제공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조건들이 만족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권리를 얻을 수 없는 것이고, 투표는 단지 요식행위일 뿐이다. 아직 한국은 이런 면에서 근대국가가 되지 못 했고, 탈근대를 위해서는 근대과정을 거쳐야만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근대국가에서 경제주체는 누구일까. 바로 기업이다. 소위 기업국가이다. 서양의 그리스로마 전통에서는 정치가 경제를 통제한다. 지금의 사민주의 국가들이 예이다. 워낙 경제가 힘이 세어서 정치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데 그나마 서양에서는 전통적으로 정치가 경제를 통제하기 때문에 우리네와 같은 문제가 적게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 자체가 아니다. 특히, 한국의 재벌은 너무 이상한 양태를 보인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일본에 있었다. 물론 전쟁 이후에 재벌은 모두 해체되었다. 일본은 사무라이 전통을 기업에 이식해서 내부 승진이 되고 종업원이 사장이 되기도 한다. 한편 한국은 예전에 일본에 있었던 재벌보다 훨씬 악질이라고 김상봉 교수는 말한다. 한자리수의 적은 지분으로 전 그룹을 움직인다. 또, 총수가 책임을 질 일을 하지 않는다. '황제'는 싸인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모두 비서실을 통해 전달할 뿐. 이게 과연 법적으로도 타당한 일일지 반문한다. 이 책임과 관련해서 주식회사의 역사에 대해 잠깐 설명이 이어졌다. 기업 로고에 써있는 limit. 유한책임이라는 뜻이란다. 아주 조그만 책임진다는 뜻. 김상봉 교수가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결론은 아주 재미있는 내용이었다. 기업에서 사장을 선거로 뽑아야 한다는 게 결론이다. 기업에 민주화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노동자의 투표로 사장을 뽑고, 주주, 소비자, 계약자, 노동자가 모두 참여하는 것이다.  

이어서 질문 시간이 이어졌다.  

여러 가지 질문과 답변이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것 하나를 기록하면,  

20대의 입장에서 좋은 사회를 만드는 방법은 공부하는 것이라는 김상봉 교수의 답변이었다. 그가 말하는 공부는 철학 공부이다. 사상이나 사상가에 대한 교과서적인 지식이 아니라 칸트가 말하는 소위 철학함에 대한 공부이다. 세상을 꿰뚫어 볼 힘. 그 힘을 미리미리 키워야 30년 마다 돌아오는 큰 변혁에 당당히 주체자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말씀이었다. 그리고 현 20대가 가장 고민하는 취업에 대한 문제. 현 20대의 아버지나 삼촌 뻘 세대는 취업이 용이했다? 이 말은 거짓말이다. 어느 시대나 먹고사는 문제는 어려웠다. 전태일을 보라.  

그렇다면... 점쟁이가 되어서 한 번 예측을 해볼까? 87년도에 큰 일이 있었는데, 아직 그에 상응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니... 30년 주기라면...2017년이다!! 7년 뒤에 일이 벌어질지... nobody kn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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