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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부쩍 제주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제주도 예전엔 관광지로의 제주만 떠올렸었는데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서 제주도란 곳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제주엔 올레길이라는
멋진 길도 있다고 하여 관심을 갖고 있던 때에
서명숙씨의 <꼬닥 꼬닥 걸어가는 이 길 처럼>을 읽게 되었다.
나는 서명숙씨가 전에 쓴 올레 길에 관한 책이나
그녀의 기자생활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다.
<꼬닥 꼬닥 걸어가는 이 길 처럼>이 내가 읽은 첫 번째 책이었다.
이전엔 막연히 올레길이란 것은 나라에서 새로 관광을 위해 조성한 길
이거나 아니면 예전부터 걸어 다니던 길이 유명해 졌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어떻게 보면 한 개인의 생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올레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거기다가 노 공구리라니(건설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아 멋지다.
행복한 걷기를 할 수 있는 길이라니 얼마나 좋을까
이 책에는 서명숙씨와 함께 제주올레를 만들어나간 사람들의 이야기,
올레를 통해 행복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
서명숙씨가 올레에서, 제주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올레를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도 클린 올레
(올레에 있는 쓰레기를 주우며 올레걷기)라도 하면서
좋은 길을 만들어준 이들에게, 혹은 올레를 걸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올레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행복한 올레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과 우선은 내가 사는
동네를 걸으며 행복을 찾아나서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서명숙씨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지금은 얼마나 행복하실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졌었다.
그러던 중에 <알라딘>에서 하는 이벤트를 알게 되었다.
바로 서명숙씨의 강연회~
당연히 보자마자 흥분하여 신청했다.
직접만나는 서명숙씨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었다.
월요일 저녁 삼청동 정독도서관의 분위기는 조용하고 따뜻했다.
강연회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고
우리는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
주위엔 생각보다 어르신들이 많았다.
올레에 관심이 많으신 어른들이 많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고
나이 많으신 분들이 인터넷 서점을 이용한다 생각하니 신기하기도 했다.
예정된 시간보다 10분정도 지나 출판사 담당자의 소개로 서명숙씨가 등장했다.
우리 어머니보다도 나이가 많으신 여성분.
화려한 무늬의 셔츠와 책에도 언급했던 두건 쓴 모습은
내가 생각했던 인상보다도 더 활기차 보였다.
말하는 것도 동네 아주머니 같이 시원시원하시고 편안했다.
요즘 올레 축제준비로 정신이 없다던 그의 첫 이야기는
강연회를 들으러 친구들이 깜짝 방문을 하여 더 떨리고 걱정된다는 것.
자신의 동료 친구 분들 챙기시는 모습이 정감 있게 다가왔다.
서명숙씨는 책 이야기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신이 읽은 책을 통해 기자란 꿈을 꿈꾸게 되었다는 이야기부터
자신의 기사가 남들과 다른 글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책 덕분인 것 같다는 이야기
걷기를 시작할 때에도 걷기를 좋아하던 칸트나 베토벤의 책을 읽으며
걷기의 중요함을 알았다는 것까지
중간에 갑자기 소란스러워 지면서 몇몇 사람들이 일어나 나가기 시작했다.
서명숙씨는 알라딘을 통해 오신 분들이라 책을 좋아 하실 거라 생각해
이야기를 풀어가셨는데
제주올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러 오신 여러 분들은 화를 내며 밖으로 나가셨다.
그럼에도 서명숙씨는 잘 넘기며 그 상황을 지나갔다.
나도 올레 길에 관한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렇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많은 실례를 범하는 건
아닌듯하다. 잘 듣고 있던 나 역시 기분이 좋지 않았고 말이다.
“소금에 절여진 배추마냥, 꽉 짜진 걸레처럼”
더 이상 일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갈 수 없던 그녀에게
걷기는 그에게 제 2의 삶을 살게 해 주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상을 준다는 생각으로 다녀왔던 산티아고 순례 길에서
만난 이가 한 말
“우리가 느낀 행복 나눠야 하지 않겠어?”
이 말에서 시작해
지금의 올레길이 생기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날 감동시켰다.
올레길이 생긴지 3년 만에 이뤄지는 첫 축제를 준비하며
서명숙씨는 목소리가 쉬고 힘들다며 우리에게 하소연을 했지만
무척 즐거워 보였다.
그는 우리에게 올레길이란 큰 선물을 주었다.
나 또한 언젠가 그 길을 걸으며 깨달음을 얻고
사색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천천히 올레길 같은 인생을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