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과 하얀색으로 맞춰진 단복을 입고,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무대에 입장한 드라켄스버그 소년 합창단은, 듬직하고 퉁퉁한 소년도 몇 몇 있긴 했지만, 대부분 대략 12살 남짓 정도로 보이는 어린 소년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고,  중간 중간에는 아주 키도 작고 어려보이는 꼬마들도 더러 있었다. 귀엽긴 했지만 사실 첫 인상에서는 별다른 노래실력을 기대하지는 않았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 첫 번째 곡과 두 번째 곡 까지는 조금 엉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첫 곡은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게 끝나서 아무도 박수를 쳐주지 않았고, 두 번째 곡은 MR과 합창단의 노래와 피아노 반주와 전통악기의 리듬이 조금 따로따로 어긋나는 듯이 들렸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곡이 끝나고 박수를 치긴 했지만, 속으로 '역시.. 공연 포스터도 조금 촌스러웠었는데, 아프리카 합창단이라서 좀 엉성하긴 하네..' 라는..  30초도 못가서 확 날아가버릴 어리석은 생각이 머릿속에 들었다.

하지만, 세 번째 곡에서 두 명의 소년이 앞으로 나왔고, "Pie Jesu"를 부르는 합창단의 모습에서는.. 앞선 나의 부끄러운 생각이 정말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웠던 두 소년의 미성과 그리고 합창단의 부드러운 화음은.. 아직도 소름끼치듯이 아름다웠다. 곧 이은 "Prayer of St. Francis"라는 곡에서 그들이 들려준 노래와 보여준 수화의 환상적인 만남은.. 나도 모르게 가슴 한 켠에 감동의 눈물을 흐르게 만들었다. 어쩜 노래를 하면서 또 저렇게 아름다운 동작을 하면서 한치의 흐트러짐도 흔들림도 없이 편안하고 아름답게 노래를 할 수 있을까... '평화' 그 자체를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그것은 온 몸으로 표현한 '자유'이기도 했다.

드라켄스버그 합창단은 여느 소년소녀 합창단의 노래실력에 "결코" 뒤지지 않는 뛰어난 미성과 아름다운 목소리로 청중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미션에서 팜플렛을 참고해보니.. 세계 소년소녀 합창대회에서 빈 합창단을 꺾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숨은 실력파 합창단이었던 것!!! 1년에 한 두번 밖에 해외 공연을 나오지 않는데, 그 한번의 만남의 기회가 우리 한국, 이 날 나에게 주어졌던 것이었다!

지금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한 것은.. 이들이 불렀던 노래의 가사나 제목에 특별히 '희망'이라던지 '평화'나 '자유'와 같은 단어들이 계속해서 많이 등장했던 것도 아니었고, 일부러 그런 노래들을 골라 부르지도 않았을 뿐더러, 퀸이나 마이클잭슨과 같은 대중가요도 부르기도 했고 (마이클잭슨 노래의 중간중간에 리듬을 타며 멋진 춤을 보여준 꼬마 소년들의 모습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 문워크를 선보였던 녀석은 더욱!), 게다가 2부의 대부분의 곡들은 아프리카어로 된 전통 노래여서, 거의 내용을 알아듣지 못하는 노래였는데도 불구하고,  

2시간 가량 콘서트홀에 울려퍼졌던 소년들의 노래에는 고스란히 '평화'와 '자유'와 '희망'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 분명 가슴으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온 몸으로 그들이 평화를 희망을 노래하였다는 것

온 몸으로 아프리카의 소리를 노래하였듯이. 

그들의 목소리는, 바로 아프리카의 목소리였다. 

그러므로 '노래하는 대사'라는 표현은 무엇보다도 드라켄스버그 소년 합창단에게 꼭 필요한 호칭이 아닐 수 없다. 

꼭 한번 TV에서 이번 내한공연이 방영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 자유와 평화와 희망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DVD에서는 만날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그 무엇이 분명 있기 마련이고, 그리고 그것은 물론 직접 참석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살아있는 감동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이 아름답고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을 혼자만 간직하기에는 드라켄스버그의 단 한번의 내한이 너무나 짧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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