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목적은 ‘고귀한 사람’이 되는 것

인문학 바람이 불고 있다. 한때 유행쯤으로 치부하기에는 대중의 관심이 적잖이 뜨겁다. 하지만 인문학을 제대로 공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분명 기쁜 일이나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어떤 강연을 들어야 할지 그만큼 고민도 깊어졌다. 
 

이런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인문고전 안내서가 나왔다. 강유원의 <인문고전강의>는 지난해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12권의 동서양 고전을 강의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강유원 박사의 강의는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는다. 이번 북 세미나에서도 그는 특유의 구수한 입담과 풍부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고전 공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20여년을 인문학에 매달린 그에 의하면, 인문고전 공부의 목적은 ‘고귀한(noble) 사람’이 되기 위한 것이다. 그 반대편에는 천박한 사람, 즉 속물이 있다. 따라서 ‘성공한 속물’이 추앙받는 극단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전을 공부한다는 것은 힘들고 외로운 일이다. 그러나 천박한 삶이 아닌 고귀한 삶, 물화(物化)가 아닌 신화(神化)를 위해 고전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아야 한다.  (‘인부지이불온(人不知而不慍)이면 불역군자호(不亦君子乎) - 논어) 이것이 곧 인문고전을 공부하는 사람의 자세이다.  

 

 

전 공부에는 단계가 있다. 먼저 고전 텍스트로부터 얻은 깨달음을 혼자 기뻐하는 단계이다. 아직은 설익은 지식이지만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단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자의 지적대로 남이 알아주는 것에 구애받아서는 안 된다. 진정한 공부의 자세는 자신이 터득한 깨달음을 섣불리 내어놓기보다는 그것을 자신의 내면에서 충분히 숙성시키고, 벗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먼곳에서 벗이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 논어, 위 인용구 바로 앞에 있다) 마지막 단계는 숙성시킨 지식을 몸으로 체화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정의로운 사람이 되려면 정의로운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식이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공부의 궁극적 단계이다.  


그렇다면 고전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강유원 박사는 어렵더라도 원전부터 읽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고전 그 자체를 스승으로 삼아야 한다. 그것을 풀이해주는 책이나 사람은 안내자일 뿐이다. 고전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고전 텍스트가 놓여있는 역사, 즉 콘텍스트에 대한 지식이다. 시대 상황과 같이 읽을 수 있다면 어려운 고전의 내용도 이해 가능한 텍스트가 된다. 고전은 기본적으로 역사책이다. 그 시대에 대한 감각이 없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문학책도 마찬가지다. 작가의 표현 방식, 소재, 내용 등을 역사적 맥락 없이 이해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강유원 박사에 의하면 ‘개천에서 더 이상 용이 나지 않는 시대’에, 여전히 용이 되고자 몸부림치는 세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간단하다. 곧 인문고전을 공부하는 것이다. 고귀한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두툼한 안내서와 함께 고전을 스승으로 삼아 긴 공부를 시작해보자. 그리고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고전이 가르쳐주는 고귀한 가치들을 조금씩 내면화하고 일상 속에서 실현해보는 것, 그 안에서 기쁨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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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2010-05-12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북 세미나 강연 내용을 저도 이처럼 잘 요약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분홍우산 2010-05-13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고서 ~강유원님의 책을 꼭 사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