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을 30년처럼 사는 사람, 김학원 대표   

<미래의 편집자와 함께하는 출판 - 편집자란 무엇인가> 강연회 후기를 중심으로  

출판 기획 공부를 열심히 하던 시절, 김학원 대표가 출판사를 차리기 위해 5년의 준비 기간을 갖고 전국의 서점을 돌아다니며 시장조사를 했다는 기사를 읽고, 철저한 준비성과 발로 뛰는 기획력에 반한 바 있었다. 언제든 꼭 한번 뵙고 싶었는데, 출국 이후 출간한 책<편집자란 무엇인가>를 통해 강연회에 참석하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강연회장 들어가는 입구에 김학원 대표가 수년간 써왔던 편집일기와 편집인의 자질을 키우기 위해 공부해왔던 자료인 책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가 ‘날 때부터 편집인’이 아님을, 공부로 다져진 탄탄한 내공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강연회 당일 출판사 편집인으로 살아온 그가 만난 사람들은 어쨌거나 출판에, 책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었다. 출판사 취직을 희망하는 예비 편집인, 현직 편집인, 출판사 창업을 준비중인 편집인 등 다양했으며, 그 자리는 김학원 대표에게도, 참석자들에게도 무척 특별한 시간이었음이 분명하다.

김학원 대표는 책을 출간한 이후, 할 말이 없어졌다는 우스개소리로 강연을 시작했는데, 그것은 책에 모든 말을 아낌없이 쏟아냈다는 표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사수 쫓아 무조건 달려라!
그는 나름 전략적으로 출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나와 방향을 같이하는 출판사인가’와 ‘내가 뜻을 같이하고 싶어할만한 사람이 있는가’를 확인한 후 출판사 취업을 결정했다. 출판사가 쫓는 방향과 사람이 중요하다는 원칙 아래 행동했고, 그것은 좋은 시작이 되었다. 그는 그곳에서 좋은 사수를 만나 그를 쫓아다녔고, 1:1 과외 못지 않은 실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편집, 제작, 영업, 마케팅 그것이 무엇이든 출판에 관련된 것은 그것에 관계된 전문가를 쫓아 탐색해고, 그것은 결국 책에 대한 모든 것을 잘 아는 편집인이 되도록 만들었다.

편집자를 전문가로 만들어라!
편집자는 대중이 주목하는 저자나 서점(판매 조직)으로부터 상처를 받아 왔다. 주역이 아닌 주변인으로 여겨지는 편집자로서의 역할 때문이다. 그래서 김학원 대표는 ‘편집’이라는 역할을 전문화하기 위해 꾸준히 고민했다. 국내에서 출판된 ‘출판/편집/기획’에 관련된 책들을 섭렵하는 것이 모자라, 일본과 미국에서 책에 대한 연구를 했고, 필드에서의 영역을 구축하여 편집자로서의 상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봤을 때, 전문가적인 것을 전문적 용어로 설명하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병원에 갔을 때 전문적 용어로 병명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갸우뚱할 것이다. 이것을 일상적인 단어로 치환하여 설명할 때야 비로소 이해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맥락이다. 편집인의 역할을 전문가적 용어로 설명하여 영역을 구축하면 이 일은 전문가의 일이 된다는 것이고, 그는 그렇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편집자라면 염두에 두어라!
첫째, 책을 잘 만들려고 하지 말아라. 그것에서 ‘잘’을 빼고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텍스트를 대할 때 ‘잘’이 아니라 ‘왜’ 그래야 하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일정한 서사, 메시지, 감흥을 가진 책으로 탄생될 수 있는 것이다. 편집인이 주변을 살펴 조미료를 잔뜩 치면 모두 비슷한 책이 되기 마련이다. 하여 편집인은 텍스트에 집중해야 한다. ‘왜, 어떻게’를 추적하여 적확한 편집을 할 때 텍스트에 맞는 편집을 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네트워크를 구성하라. 출판에서는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이 핵심이다. 내가 배워야 할 점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면 아끼지 말고 투자해야 한다. 돈, 시간 상관없이 발견하면 투자하라. 교감할 수 있는 저자를 발견했다면? 그와 깊은 관계를 맺어라. 통하는 저자를 만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므로 시간을 두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
셋째, 연구의 시공간을 확보해라. 일상에서 기획할 수 있는 시공간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김학원 대표의 경우 새벽 시간을 활용했다. 이른 시간 출근해 청소하고 낙서하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했고, 그 가운데서 기획하고 구상하고 설계하는 많은 부분을 얻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3년 정도 일하면 반드시 휴식을 취한다. 3년을 30년처럼 일하고 나면 모든 것이 소진되어 더 이상 추출할 것이 없어진다고 한다. 그렇게 한계를 느끼면 외국으로 나가 출판 현실을 지켜보고, 분석하고, 공부하여 방전된 자신의 능력을 충전하곤 한다고 한다.
넷째, 주변으로부터 익히고 배워라. 어떤 것이든 내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편집자로부터, 디자이너로부터, 제작자로부터 배우는 것을 재편집하여 자기화하는 과정을 꾸준히 하라고 강조한다. 그가 편집일기를 썼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행위, 사고를 기록하고, 기록한 것들로부터 확장하고 싶어서 시작했고, 그것은 그에게 충분한 보상을 안겨주었다.

주류가 되기 위해 노력해라
영화, 동영상 등 비쥬얼 미디어는 주류로 인식되는 반면, 활자 매체인 책은 비주류로 치부되곤 한다. 이러한 편견은 쉽게 바꿀 수 없으므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편집인들은 주류적 활동을 눈여겨보고, 비주류 미디어에 적용하여 확장하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 책이란, 권력과 자본에서 분리된 살아있는 미디어다. 그렇게 때문에 비주류 캐릭터가 책에 등장하여 주류로서의 캐릭터를 갖는 것이 가능하다. 안철수, 한비야의 경우를 살펴보자. 이들은 권력, 자본과 거리를 둔 인물들임에도 불구하고 비주류 매체인 책을 통해 주류로 인식된다. 이것이 책이 갖는 희망이고, 이런 류의 활동을 편집인이 해야 하는 것이다. 비주류 매체를 다루는 편집인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이렇게 강연은 끝났다. 편집인이라면 김학원 대표와 같은 신념을 가진 출판사에서 일하는 꿈을 꾸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집인들이 휴머니스트의 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기획력이 아닌가 싶다. 적어도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출판사이기 때문이다. 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 출간될 휴머니스트의 책들이 기대되는 이유다. 

 
 

 

 

 

 

 편집자란 무엇인가 / 김학원 지음 / 휴머니스트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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