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6년차로서 슬럼프였다. 

그 슬럼프가 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기분은 바닥을 치고 있었고, 

눈 앞의 교정지 수준은 불만스럽기만 했다. 외면하며 바닥을 치고 올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사실 바닥을 친 기분으로 초청받은 강연회까지 가는 일 또한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처음의 발길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마도 올라온 기미를 보이던 기운이 한번 더 힘을 얻고 싶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김학원 대표님의 열정을 통해 힘을 얻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그가 자신의 역할과 확신을 정리해 이야기해준 것만으로, 그리고 나서 내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혀주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통해 우리가 걸어갈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구나...하는 생각에 또 한 번 감사했다.  

그가 밝힌 등불에 감사하고, 또 안심하며 내가 잡은 방향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 있었다. 

 

인문학, 진정성, 진짜..에 대한 이야기, 그것이 진짜라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라는  말도 싫다. 

늘 두가지가 충돌했던 것 같다. 

편집자로서 지키고 싶은 진정성과 시장, 즉 독자가 요구하는 것을 어떻게 잘 요리해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특히 두 번째에 대한 고민이 김학원 대표님이 우리에게 던져준 숙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잘 풀고 싶어졌다. 

 

조금 아쉬웠다면...음.. 

참여한 사람들이 본인의 소속을 밝히지 않았다는 진행자의 멘트였는데, 실컷 소속과 직급에 관계 없이 이야기해놓고 

뭔가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달까. 아마 저는 어디에 다니는 누구인데요...가 필요한 자리였다면, 

좀더 내밀한 자리였어야 했을 것이다. 출판 대선배에 대한 예의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그건 질문을 받기 전에 사회자의 위트로 해결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기 부끄러워 의도하지 않은 무례함을 동반하게 된다는 걸 헤아려 진행하는 게 사회자의 역할이겠지 싶다.  

중요한 건 아닌데, 이 자리에서는 무척 중요하게 여겨졌다.

그 마음결을 헤아려 미리 판을 깔아주기란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하기까지 담당자가 얼마나 공들이고 준비했을지 어떻게 모를까.

다만, 이 자리를 빌어 출판강연회에서 종종 듣는 이야기이기에, 쌍방향 소통을 원한다면, 

이미 알려진 저자가 시원스레 자신의 프로필을 밝히듯, 그렇게 독자들도 똑같이 밝히는 게 쉽지 않다는 것.. 

헤아리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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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우북 2009-09-20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도 그 날 강연 같이 들었는데요, 소속까진 아니라도 몇 년 정도 일을 하셨고 어느 일을 하시는지 전제되었다면 듣는 입장에서도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치만 질의 응답 초반에 부탁을 해주셨으면 좋았겠다는 점은 공감입니다. 다 끝나고 말씀하신 건 좀... 질문하신 분들이 민망함을 느끼실 만 했죠 ^^; 아마 선완규 주간께서도, 어느 순간 흐름을 끊어질까봐 부탁을 못하셨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