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은 씨가 쓴 <당신도, 그림처럼> 출간 기념 강연회에 다녀왔다.  

  한때 여러 곳에서 열리는 전시회들을 열심히 찾아 다닌 적이 있었는데, 요새는 좀 시들해진차 였다. 유명한 전시회가 있는 미술관에 가면 길게 줄서서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들과 이리저리 엉켜서 작품 하나하나 보고 싶은만큼의 시간을 들여서 보지 못하는 것에도 지치고, 내가 그림을 보러 다니는 것이 스스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무의식중에 마치 어떤 '척'하는 행위는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림을 본다'는 행위가 순수하게 느껴지지 않게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나만 갖는 괜한 자의식 과잉이 아닌가 싶었는데 우연히도 미술을 하는 친한 친구도 시간 들이고 발품 팔아 굳이 '그림을 보러 가는' 행위에 순수한 의미만 포함된 것 같지는 않게 느껴져서 자신도 요근래는 미술관에 가는 일이 즐겁지만은 않다고 말해왔다. 

  그런 '그림'과 '미술관'에 대해 느끼는 내 친구와 나의 심리적인 어떤 껄끄러움은 아마도 대중적인 시선에서는 그림이 특별한 것, 어려운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그림을 즐긴다는 행위가 있어보이는 일로 간주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림을 즐김으로써 자신의 계급을 높이려는 어떤 속물적인 계산말이다.   

  하지만 이주은 씨의 책을 읽고, 또 이주은 씨의 강연을 들으면서 그런 그림 외적인 일은 잊고 그림과 나 자신의 소통하는 법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림을 어려운 것, 특별한 것, 속물적 계산의 대상이 아니라 나와 소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하자 그림이 나에게 걸어오는 말들이 조금씩 들려 오는 게 느껴졌다. 특히 이번 강연에서는 그림과 함께 좀 더 즐거운 일상을 보냈으면 한다는 이주은 씨가 강연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세지가 잘 전해져 와서 재밌게 듣고 돌아올 수 있었다.  

  강연에서는 그 외에 소소하게 인상적인 것들이 몇 개 있었는데, 말을 잘 못한다면서 수줍어 하시면서도 살짝살짝 개그(?)를 쳐주신 이주은 씨의 재치라든가, 강연 시작과 끝에 조근조근 예쁘게 말하시던 앨리스 출판사의 직원분, 그리고 강연 중간에 나왔던 타롯카드와 마이너 카드가 원래는 한 세트라는 이야기, 무엇이든 뛰어넘는 조커와 같은 존재인 예술가, 위대함의 적합함을 넘어선 로댕의 발자크 조각 이야기 등. 들을거리가 풍성해서 인상에 남는 것도 많았던 좋은 강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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