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기 위해 몇 번 이나 글쓰기 페이지를 열었다가, 다시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 밤의 무엇을 이야기하고 무엇을 이야기하지 말아야 할까. 

이 이야기는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에서 끝나야 할까.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박민규에게 위로를 받았다. 

그렇게 따뜻한 위로는 처음이였고, 그렇게 안심을 했던 것도 처음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세계는 다행히도 무사히 돌고 있고, 

우리는 조금 더 행복해도 괜찮을 정도로 외롭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무리 아무리 썼다 지우고 썼다 지우고 해봐도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날 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건 

단 하나다. 

 

 

" 고마워요. " 

 

 

이 시대에 살아 주어서. 

이렇게 각박한 세상에, 당신 마음이 하는 소리에 귀 귀울여 줘서. 

또 그걸 글로 옮겨주어서. 

그 글들로 우리를 위로해 주어서. 

그 위로로 우리를 조금이나마 더 '우리 자신'으로 살게 해 주어서. 

 

 

그날 밤 우리의 이야기를 엿듣던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다. 

창틀에 앉은 그 고양이 때문에 나는 자꾸만 민규씨 이야기에 집중 못하고 딴 곳을 보았다. 

어쨌든, 그 녀석도, 그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던 것이리라. 

 

촘촘한 안개일 뿐인 생물들이 모여 

서로의 외로운 어깨를 겯고 앉아 체온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것이리라. 

 

그는 고양이도 반할 정도로 

수줍음 많고, 그럼에도 참 다정한 인간 이니까. 

참으로 단정히 서서 '혼자 잘났다는 것 같이 떠드는' 시간은 싫다며 

'질문 있으신 분'을 찾아 두리번 거리던 인간 이니까. 

싸인을 받는 모두에게 '행복하시라'고 써주는 인간이니까. 

우리에겐 그렇게 단호한 목소리로 '부러워하지 말고 부끄러워 말라'고 해놓고 

매번 악필이라 부끄럽다고 얼굴 붉히는 인간 이니까. 

 

싸인인데, 우리가 받고 싶어서 줄 서고 그는 '해 주는' 사람인데, 

매번 일어서 싸인 받아주셔서 감사하다는 건지 만나서 반갑다는 건지 

그 말랑말랑하고 따끈한 손으로 악수를 청하는 인간 이니까. 

 

 

내 인생을 한 줄로 요약하라면, '당첨 없음' 이었다. 

그 흔한 500원짜리 복권도, 넘쳐 흐르는 경품들도 모두 내게는 다음 기회만을 기약할 뿐이었다. 

 

하지만 보라지. 

나는 당당히도 박민규 작가와의 만남에 당첨되었다. 

그의 글을 읽을 수 있는 영광에 당첨되었다. 

그 누가 내게 " 박민규를 좋아하는 걸 보니 스스로를 '루저'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 라고 물을 것인가. 

(실제로 모 문예학과 면접때 담당 교수에게 들은 이야기 입니다만-_-) 

나는 당당한 당첨자라구! 

그의 뜨거운 응원과 위로를 받는. 그런 당첨. 

 

이쯤 쓰면 박민규씨는 또 수줍은 듯 단호한 듯 이렇게 말하리라. 

'' 누구의 팬도 되지 마세요. 당신 자신만의 것을 쓸 수 있길 바래요. " 라고. 

 

 

아유, 오해하지 마세요 슨생님- 팬 아니예요, 아니라니까요- 호호 

팬 아니고, 그냥  

 

되게 좋아해요. *-_-*  

그리고 

 

 

 

 

정말. 정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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