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를 낸 '박민규 작가'와의 '만남'에 다녀오다




이 소설을 다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그의 문체가 남아 있는 관계로 약간은 그가 썼던 수법의 문체를 활용하여. 
 (사진은 핸폰으로 한 장 찍었지만,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이 없는 관계로, 인터넷에서 퍼옴)

  1

민규씨와의 만남이 끝난 후, 지하철역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지하철이 왔다는 앞 사람의 신호를 보았으나, 무덤이 내려갔는데, 지하철 문이 닫힐 듯 닫히지 않았다. 그 문 앞에서 들어갈까 말까, 를 고민한다. 그런데 웬일로, 지하철이 나를 기다려준다는 느낌이다. 내가 지하철에 몸을 싣자마자 문이 닫혀 기분이 너무 좋은 밤이다.  


 2

민규씨는 역시나 작가답게 아담한 체구의 사람이었고, 역시나 선글라스를 착용한 상태였고, 사진과 다르게 머리를 짧게, 그런데 약간은 흐트러진 느낌의 스타일로 잘랐고, 빨간색 체크무늬 남방을 입고 있었고, 좋은 목소리를 가졌다는 인상이다. 약간은 전유성 톤이 섞인 저음의 목소리란 느낌이 드는 밤이다.

 

 3

낭독시간이 약간은 의아하게 지났다. 예의있게 낭독자와 일일이 악수를 해주는 민규씨의 뒤태가 생각나는 밤이다. 마지막 여고생 낭독자는 낭독을 끝내자마자 재빨리 들어갔는데, 그래서 민규씨가 내민 손이 허공에서 맴돌다 양 옆으로 조용히 내려질 때 사람들이 와와 웃었던 것이 생각나는 밤이다. 
 

 

 4

실제로 진지한 사람이었고 그리고, 예술을 하는 사람의 느낌이 물씬 드는 남자라는 인상이었다.

 5

사회자가 마흔두 살이라고 강조를 했고, 사람들이 웃었는데 왜 웃었는지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나이 하나만으로도 웃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

6
소설의 구상 방법을 묻는 독자에게 , ''소설은 우연의 결과''라고 얘기하는 그의 손이 참 작았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7

이 소설이 어쩌고, 했는데 그건 잘 생각나지 않는다. 소설의, 갇힌 소설적 인물처럼 실제로 그 안에 있었다면, 아니면 그 밖에서 그 세계를 지켜본 것이라면, 이라며 말한 떨린 톤과, 그래서 어찌했든 어떻게 그 '안'의 세계를 극복했느냐는 독자의 질문에,

 

''저도 극복 하지 못했는데요.'' 라고 말한 그의 단호한 입술이 생각난다. 소설은 대안이 아니라는 말을, 소설은 말랑말랑한 정서일 뿐이라는 말을, 약간은 느리고 약간은 진지하고, 또 가끔은 유머스럽게 내뱉었다. 문학은 '무엇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는 말, 그저 '정서'를 만든 것뿐이고, 이 정서가 생각을 끌어 올 것이라고, 그리고 그 생각이 철학이 될 것이고, 그 철학적 사고가 다수의 것이 되면 '어떤' 변화가 있을 거란 맥락의 말을 했던 그의 빨간 체크무늬가 떠오르는 밤이다.


8

작가님도 못생긴 여자를 사랑할 수 있느냐는 질문. 작가님의 사모님은 굉장한 미인이란 소문을 들었다는 질문. 이 엉뚱한 질문을 꽤나 진지하게 한 독자의 말에 사람들은 웃었지만, 나는 웃지 않고, 그의 답변을 기다렸다. 글쎄 정확히 생각나진 않지만, 자신이 이 소설을 쓰겠다고 계약한 건 6년 전이었는데, 이것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나이, 마흔두 살이란 나이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민규씨가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둥의 말을 아주, 많이 하는데 그 이유는 부모님이었다고 질문에서 빗나간 엉뚱한 답변을 주절이 늘어놓았던 것이 생각난다.

 

아버지는 체조선수여서 너무 건강하셨는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지금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셔서 외아들인 자신을 못 알아본다는 말. 그 사실을 말하면서 왠지 쓸쓸해진다는 인상을 받은 밤이다. (어머니 얘기를 들으면서, 최근에 썼던 노년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떠올랐다)  


그리하여, 이제는 그 두 분께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 자신도 아내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각별한' 애정 표현으로 변했다는 말과, 원래는 그런 인간이 절대 아니었다는 것을 강조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래서 그 독자의 질문의 답변의 요지는,

우리가 지금 '절대적'이라고 믿고 있는 '돈과 미모' 같은 걸 부정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과, 하지만 절대적으로 이것이 완벽한 하나의 진리처럼 여겨질 뿐 진리는 아니라는 그의 말이 떠오른다. 그러니까, 예전에 십자군 원정에 참여해, 온 일생을 전쟁터에서 보낸, 그들이 믿었던 신념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십자군 원정을 떠올리면 웃긴다, 고 여겨지는 것과 같은 시기가 올 것이고, 그런 식으로 우리는 진화하니까, 라는 맥락의 말을 한 그의 동그랗고 까만 선글라스.

 

  9  

 

문창과를 졸업한 한 남학생이 소설 과제로 '자기' 얘기를 쓰고 나니, 쓸 게 없는데 소재 같은 건 어디서 구하냐는 질문에, (이런 질문은 이런 공간에 꼭 항상 있다)를 느끼며 나는 한번 숨을 크게 들이마셨고,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세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이 세상은 말할 게 무궁무진하지 않느냐고. 과거와 미래가 있고, 우리가 아는 인종과 179? 개국의 나라가 있고, 어쩌고 하며, 그리고 우주가 있고. 하며 큰 액션을 그린 그의 몸동작이 생각난다.

경험으로 문학을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스무 살이 되기까지, 집-학교-학원, 오가며, 뭘 경험했느냐. 학원 소설을 써야 하냐. 이젠 지구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 나아가 우주의 이야기를 써야한다는 그의 저음의 목소리. 경험으로 쓰는, 것은, 그러니까 만주에서 태어나고 일본에서 자라, 한국에 오니 육이오가 터지고, 그걸 다 이겨내고 다시 돌아오니.. 등의 황석영 선생님 같은 시절의 이야기라고. 강조하던 목소리 톤이 꽤 강렬했단 생각이다.

한국은 문학하기 좋은 곳 아닌가, 유일하게 수출이 안 되고 수입만 되는 게 문학이다. 농산물도 수출되는데. 민규씨 책이 무슨 무슨 상을 받아 서점 매대에 진열되어 있는데, 옆에 코엘료니 하루키니 하는 세계적 작자들의 책이 옆에 있었더라, 그런데 뭐랄까, 명품관에 있는 국내우수중소기업품 같아, 머리를 긁적였다는 말을 하며, 뒤통수 쪽으로 손을 대던 그의 팔 동작이 생각나는 밤이다.  


그리고, 국내우수중소기업..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단 말에, 와르르 웃던 웃음소리.

10

작년에 서강대 강연회 때 맨 앞에 앉았던 여고생인데 기억나실지 모르겠다는 웃긴 말로 시작한 작가지망생 여고생의 말에, 와르르, 그리고 지금 자기가 슬럼프인데, 하는 말에 또 와르르 웃었던 웃음소리가 기억난다.  


슬럼프에 빠지기 좋은 나이죠, 라고 시작하며 결론은 연료가 부족해서라고 말했다. 우리는 기름을 찾기 위해 지하를 파고, 기름이 나오길, 그래서 호수도 연결하고 그러는데, 사실 중요한 건 기름의 양이라는 표현. 기름의 양이 많으면 호수 같은 거 끼지 않아도 내부의 압력에 의해 알아서 튀어 오른다는 그의 말, 을 들으며, 그 여고생이 제대로 이해했을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11

대체로 성의 있게 응했고, 가게 주인이 시간이 다 되었다는 말에, 자기는 시간이 많은데.. 하던. 그러면서, 아, 가게와의 약속요? 라며 쩝쩝 입맛을 다시던 모습이 생각나는 밤이다. 그때도 약간의 웃음소리가. 그건, 잘 기억나지 않는다.

  

 

12

이번 소설은, 참 재미있게 읽었고, 무척, 재미있었다. 그리고,  


만약, 이 책의 주인공의 엄마가 없었다면 이해되지 않았을, 그렇지만 남자 주인공의 엄마로 인해, 남자주인공의 태도를 수긍할 수 있다는 것과, 마지막 반전의 재미가, 그리고 미모지상주의에게 가하는 일침이 서정적이면서 코믹하게, 슬프면서도 코믹하게 그려진 소설이란 인상을 나는 받았다. 그리고,  


재벌 남자가, 스포츠가, 막 섬에도 데려가고, 하며 크게 손을 흔들던 그의 모습이, 더듬거리며, 알고보면 꽤 괜찮은 좀 이쁘고 가난한 여주인공이, 여기서 웃음소리 또 터지고, 콧날이 오똑하고 어쩌고의 묘사를 빼고 나니, 못생긴 여자가 남더라, 그런 소설은 없더라는 의미로 내가 이해한, 그의 말이 드문드문 생각난다.

 

여기 나온 '요한'은 작가의 분신인가요? 아님 주변인물인가요? 아님 완전 창작인가요?를 물을까 하다 주저했던 밤이다. 왜냐하면 그 모든 것의 짬뽕이란 대답이 나올 게 뻔했기 때문에.  


스스로는 농담을 할 줄 모르는, 인간, 이라고 했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농담이, 아 맞다. 그 농담의 피가 몸속에 내장되어 있는 거냐, 그 원천이 뭐냐라는 질문도 있었다. 민규씨가 장황하게 뭐라 했는데, 결론은 힘들었던 과거 때문이다. 그 시절을 견뎌내기 위해선 농담 같은 게 필요했고, .. 개그맨의 현실과 비교해 비유했는데, 그건 생략해야겠다. 암튼.. 그런 의미였는데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 밤이다.

아, 그만 쓰려했는데 하나 더 생각난다. 신춘에 36번 낙방했는데, 그 단편들이, 문학상 후보까지 올랐다는 말, 그리고 그 시기를 어떻게 지나왔나, 견디었냐는 질문에,

 

저는 실망하지 않았는데요. 그저 세상이 내 '글'을 못 알아봐준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생각하라고 그 작가지망생에게 말했고, 암튼, 결론은 작가지망생이라고 밝힌 이들에겐 박수를 쳐주자는 배려를 잊지 않았던 박수 소리가 생각나는 밤이다.

다시 생각해도, 그 십자군 전쟁에 비유한 '진리'에 관한 이야기는 좋았고,  

국내우수중소기업, 이란 표현을, 함께 가진 못한 지인들에게 해주었더니 모두 자지러졌고,   

영국에 사는 친구는, 영국인들에 비해 우리 독자들도 국내우수중소기업.. 같은 이미지다. 영국인들의 독서 취향은 

명품과 대중적 시리즈물의 양분화가 극심해서 명품관을 드나드는 작자들은 대중 시리즈는 읽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독자들은 마구 섞어 읽는 거 같다는, 의견을 주었다.

 

 

어쨌든,  

 

열정이 가득 담긴 작가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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