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을 듣고
고전평론가 고미숙, <임꺽정>으로 쿵푸하다!
조선시대 청년 백수들이 전하는 당당하고 여유로운 삶의 향연
그것은 우리 시대의 모든 마이너가 전수받아야 할 삶의 노하우이다. <- 띠지가 전하는 컨셉
모든 마이너 중에 한 사람인 나는 반드시 가야만 했다.
마이너로의 자의식에 빠져 허우적대는 우스꽝스러운 꼴에서 벗어나
삶을 놀이화하며, 원하는 분야에 대한 달인이 되는 멋진 꿈을 꿀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직장을 갖고 돈벌이를 해야 사람으로, 성인으로 인정받는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난 일이 년 정도? 인문서를 접한 이후, 내 20대의 삶이 우울한 청춘으로 기억되는 이유를 알게 됐다.
다수의 인문서와 강의를 통해 길을 잡고 있던 중 조선시대 대표 백수 임꺽정을 말하는 현재의 대표 백수 고미숙님을 만나게 된 것은 끙끙대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낸 기분과 같았다. (이런 비유밖에 안 되는 것인가. 수학 문제라니-)
금번 출간한 고미숙님의 책은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온 <임꺽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임꺽정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임꺽정 입문서로 좋을 것이고, 읽은 사람이라면 놓친 부분,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을 짚어주니 보물을 얻은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배우는 백수의 삶
힘의 대명사 임꺽정을 비롯해 당대 최대 지성이었던 갖바치도 백수였고, 유복이도 백수였다. 그들은 가진 것도 없고, 비천한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는 데 자신만만했다. 풍요롭기까지 하다. 가진 게 없는 그들은 지킬 것도 별로 없었다. 남아도는 시간에 집중적으로 수련해서 검술의 달인이 되고, 활쏘기, 축지법의 달인이 된다. 갖바치는 유교에서 도교, 불교까지 섭렵하여 최대의 지성인으로 거듭난다. 그들은 모두 길 위에서 배우고, 깨닫고, 놀았다.
야생적인 여성의 삶
모계사회였던 이때는 여성들의 생명력이 강했다. 나름의 권력을 가지고 있었던 거다. 요즘 여성들은 기계에 의존하고, 병원에 의존하고, 돈에 의존하다보니 몸은 약하고, 마음도 병들었다. 활기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임꺽정이 살던 시대의 여성들은 에너자이저와 같은 삶을 누렸다. 발을 땅에 대고 사는 특유의 활기랄까?
더 많은 이야기를 하셨고, 나누었지만 여기까지만 정리하려고 한다.
책 한 권 사서 읽으며 느끼는 재미가 더 쏠쏠할 거란 생각에 말이다.
komisuk
질의응답 시간에 나온 이야기 중 전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 간단 정리하며 이만 마친다.
#1. 어떤 시대에도 시민에게 우호적이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살아있는 한 길은 있기 마련. 표창의 달인 유복이는 십년 동안 알 수 없는 이유로 앉은뱅이로 살아야만 했다. 그때 심심해서 손장난으로 시작한 것이 열심히 하니 재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해도 길은 만들면 된다는 이야기다.
#2. 인간은 간신의 힘으로 산다. 배에 힘을 길러야 한다. 간과 신장이 좋아야 하므로!! 등산을 즐기고, 아주 먼 거리가 아니라면 걷는 게 좋겠다. 책을 읽다가 이에 관련된 글을 찾아 아래에 옮겨 적는다.
"현대인들은 특히 간신이 허약하다. 온갖 이벤트와 스펙터클에 길들여져 기운이 다 상체로 뜨게 된 탓이다. 전문용어(?)로 허열이 망동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쓸데없는 망상만 늘고, 또 망상이 늘다 보니 비위가 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한 의념(잔머리)이 너무 많아진 것이다. 알 수 없는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현대인들이 말하는 소통과 배려는 주로 이런 비위(비장과 위장)적 표상에 근거한다. 하지만 그건 아주 먼 우회로다. 왜냐하면 그 표상들은 다 주관적 통념들로 가득 차 있어서 그걸 뛰어넘어 서로를 이해한다는 건 요원하고 또 요원할 뿐이다. (중략) 하여 몸으로 소통하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비위도, 간신도 튼실해질 수 있다. 중요한 건 머리로, 입으로 재지 말고 몸으로 부대껴보라는 것이다."
- 123P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