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에서 `맨발의 청춘`을 보았다. 신성일님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보셨다. 막상 영화가 만들어졌던 당시에는 전편을 감상하시지 못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려고 앉아 있어도 팬들이 영화를 감상하실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차분히 보시니 좋았다고 하신다. 당시에는 조연출 등의 스태프들이 영화의 단역으로 많이 출연했다고 하신다. 그래서 제작비도 절약되고 흥행에 성공하여 제작사, 상영관 모두 수익을 크게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영화가 끝난 뒤 이런저런 회고와 현재 우리 영화계의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과 님의 현재 동향 등을 말씀해 주시고 질문에 답변도 열심히 해 주셨다. 여전히 멋있으셨다. 얼마 전에 알랭 들롱의 화보를 본 적이 있는데 프랑스의 미남 배우가 멋있게 늙었듯이 우리 대한민국의 미남배우께서도 우아한 백발에 충분한 근육을 유지하셔서 정말 레전드임을 실감했다. 

기억에 남는 영화로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을 들어주셨다. 원작의 내용상 북쪽으로 가자는 대사가 있는데 제작 당시 시대 상황으로 인해 상당한 제약을 받은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하셨다. 그리고 출연작 중 최고로 꼽으신 것이 이만희 감독님의 `만추`였다. 문정숙씨와 함께 출연하였는데 최고의 영상미를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하셨다.  

요즘 영화가 너무 폭력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걱정하셨다. 그리고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제작사가 어려움을 겪는 것도 문제라고 하셨다. `맨발의 청춘`을 찍는 데에 필름의 길이가 1만 피트도 안 들었는데 요즘은 너무 필름을 낭비하는 점을 지적하셨다. 그나마 반성의 기운이 일어 저예산 영화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최근의 동향은 바람직하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뮤지컬 학교를 열어 후진을 양성하시고 계시며 대학에도 초빙되셔서 정기적으로 학생들을 사사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영화를 많이 찍으실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가 꾸준한 체력 관리임을 강조하셨다. 시나리오 작가에게 한 마디 가르침을 달라는 질문에는 신봉승씨가 영화 `말띠신부`의 시나리오를 구상할 때 이화여대 기숙사에 들어가서 갖은 수모를 겪으면서도 열심히 취재한 일화를 소개하시며 `발로 쓰는 것`이 중요함을 명심하라고 주문하셨다. 

프랑스의 경우는 도시 다운타운의 심장부에 영상자료원이 있는데 우리는 너무 외곽지대에 위치해 있어 아쉽다고 하셨다. 우리 영화계의 원로로서의 애정이 진하게 묻어나는 느낌이었다. 

여기에 적지는 않지만 이런저런 말씀을 직설적으로 잼있게  하셔서 가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강연 후에는 일일이 대화를 나누시며 집필하신 책에 사인도 해주시고 사진촬영에도 응해 주셨다. 대구에서 바쁘게 활동하시는 중에서도 짬을 내어 자리를 마련해 주시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주신 선생님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작가와의만남 2009-07-13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dware님/상세한 후기, 감사합니다. 이 후기도 마찬가지로 강연 주제였던 신성일님의 <배우 신성일, 시대를 위로하다>를 '알라딘 상품넣기'로 추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