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나온 <도시심리학>은 작가의 6번째 저작물입니다. 1년에 1권씩 꾸준히 써오고 있습니다. 아래는 본 책과 관련한 강연 요지입니다. 

거리를 다니면서 보는 수맣은 이미지들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나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즉석김밥집은 24시간 영업하지만, 예전에는 어머니가 만들어야만 먹을 수 있는 김밥이었는데 대비됩니다. 식혜도 마찬가지로 언제 어디서나 사먹을 수 있게 되었죠. 요즘은 된장찌개를 돈 주고 시켜 먹으면 아깝다는 이미지나 생각이 형성되었죠. 고기 먹고 밥 시키면 된장찌개는 따라 나오기 때문이죠.  

동물행태학 공부하고 나면 기러기가 북쪽 시베리아로 날아가는 것은 알지만, 기러기가 가는 도중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그 방법론으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거시적 관점 뿐만 아니라 현미경으로 쪼개어 보아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본 책은 24꼭지(24시간의 의미 함축)로 기획했으나 22꼭지로 결국 만들어졌습니다. 나의 성격은 내가 타고난 것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의 결과물입니다. 현재의 optima 타협점 속에 나는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지는 욕망과 이를 breaking하는 죄의식, 윤리의식 간의 타협점을 찾는 것입니다. 에스컬레이터 한줄서기 트렌드가 유행했으나 최근에는 두줄서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3,400여명이 다친데다가 연예인의 캠페인 후에 확산되기 시작했죠. 한쪽으로만 서면 승강기가 잘 고장난다고 합니다. 그러나 편리성 때문에 캠페인, 강제해도 잘 안 되고 있죠.  

우리의 삶의 모습은 어떤 타협점을 찾는 것입니다. 네이키드 뉴스를 보면 관음증,노출증 문제를 제기하는데 이러한 욕망을 병리로 해석하지 말아야 합니다. 요즈음 모든 것을 정신과 병리적으로 해석하려는 태도는 문제입니다. `아하 현상`은 일들이 반복되는 것 같은 현상입니다. 패턴 반복의 연관성을 찾아내고 그때서야 `아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무의식적 반복을 알아내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소통과 관계>  

휴대폰 전화보다 왜 문자를 선호하게 되었을까요. 커뮤니케이션 패턴은 동시성과 비동시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동시성`은 순발력을 요구합니다. face to face나 전화가 그 예이죠. `비동시성`은 완급 조절이 가능하고 내가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다는 안정감을 줍니다. fax나 메일, 문자메시지가 그 예입니다. 우리는 자동응답기 잘 사용 안 하지만 미국은 영화,드라마 보면 자동응답기 많이 사용합니다. 그 이유는 1) 나의 생각의 흐름의 지속성이 타인에 의해 interrupt되는 것이 싫기 때문입니다. 쿨하게 굴자는 거죠. 2) 내가 조절하고 싶다는 욕망, 욕구 때문입니다.  

너무 강한 기술은 정착되지 못하는 것을 봅니다. 예를 들어 3D 영상통화는 우리 나라에서는 실패했습니다. 알리바이가 다 들어나기 때문이죠. 친구찾기의 위치추적 기능도 외면받고 있죠. 나의 프라이버시, 나의 城, 내 방을 지키고 싶은 욕망과 타인가 교류하고 싶은 욕망의 타협점의 예가 문자메시지나 발신자번호표시 제도의 많은 이용이죠. 

`찰리 브라운` 중에 나오는 `라이너스의 담요` 이미지를 보면 이를 이행기 대상이라고 합니다. 인형, 배개를 남의 집에 갈 때 들고 가는 거죠 엄마가 안 보이면 어릴 때 불안해하죠. 조금 더 자라면 안정감을 느낄 물건을 찾습니다. 현대인에게 휴대폰이 그런 의미라고 할 수 있죠.누군가와의 connection과 확인받고 싶은 욕망을 구현해주죠. 일종의 가성(pseudo)친밀감이죠.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통해 만난 적 없는 사람들과 소통하죠. 대리만족이랄까요. 요즘은 연인이 헤어질 때 문자로 통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려움과 해결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죠. 이러한 문자를 받은 사람도 전화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것이죠. 실연한 대학생이 외래로 내원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두려워서 만나서 확인해서 풀지 못하는 요즘 세태를 보여줍니다.  

몸과 몸이 부딪치는 고전적 스타일이 기본에 깔려 있어야 합니다. 휴대폰 전화번호부에 수백 명이 입력되어 있지만 어떤 때는 연락할 데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외로움을 벗어나서 소속되어 있다는 안정감의 추구와 혼자 있고 싶은 마음과의 딜레마가 현대도시인에게 나타나고 있죠. 커피 문화에서 그 예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1) 나만의 레시피를 추구하면서 커피 주문시 복잡하고 개성적인 요구 사항을 전달합니다. In divid ua tion(분절하면 더 이상 자를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함)  개성화, 개인화는 개인주의(이기주의에 가까움)와는 구별됩니다. 나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한계도 인정하는 인간이 성숙한 인간입니다. 2) 어딘가에 속해 있는 나라는 것을 확인했을 때의 동질감도 중요하죠. 나와 네가 같다는 느낌을 믹스커피를 나눠 마시면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커피믹스는 모든 사람에게 일정한 평균적 친밀감을 주어서 잠깐이라도 하나 되는 느낌을 줍니다. 우리 나라 시장의 75%를 냉동건조커피가 차지하고 있죠. 

위의 두 가지 모드가 내 안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나라는 사람의 개성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입니다. 에릭슨은 개인적 정체성과 사회적 정체성이 통합되는 것이 성인의 정체성(Identity ; ID)이라고 합니다. 정체성은 내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 있으며 어디를 향해 가는지 알고 있을 떄 확립되는 것입니다. 일종의 벡터값이죠. 나를 소개할 때 내 이름이 제일 나중에 옵니다. 사회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들(직장, 직함 등)이 소개할 때 먼저 나오게 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이 성인기의 가장 큰 딜레마입니다. 노래방에 갔을 때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와 조직이 분위기상 내게 요구하는 노래 사이에 딜레마가 존재합니다. 성공한 삶일수록 하고 싶은 것에 대한 포기가 많아져 직자인 사춘기(5년 근무, 3년차 대리)가 와서 내가 뭐지 하는 회의가 찾아옵니다. 나를 잃어버린다는 느낌도 들죠. 7년 정도 지나면 반년치 월급의 비용으로 여행을 가거나 공부 또는 창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대 도시에서의 삶이 가진 좋은 점은 내가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stereo-type의 삶이 아닌 `다름`(틀렸다는 가치 평가가 아니라)을 인정해주는 사회가 좋은 사회입니다. 선택의 문제는 존중받아야 합니다. 우리 나라의 경제 발전으로 인해 도시적 삶이 가능해지면서 내가 원하는 부분을 선택할 여지가 생겼죠. 도시적 삶의 리듬은 slow life인 농촌에서의 리듬감과는 다릅니다. 찰나적 변화를 원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설문조사 결과 성형수술의 만족도가 가장 큰 것이 가슴이고 그 반대가 코라고 합니다. 가슴은 따로 놀지만 코는 우리 얼굴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균형감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현대 도시의 삶은 누군가와의 관계 설정시 파악할 시간이 짧습니다. 0.2~0.3초의 찰나에 첫인상으로 좌우되기 때문이죠. 백그라운드는 쉽사리 바꿀 수 없고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첫인사은 쉽게 바꿀 수 있다는 `변신환상`이 있습니다. 그 약점은 미운오리새끼, 백설공주 등의 전래동화에서 보듯이 자기 노력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rescue fantasy(구조환상)이나 orphant fantasy(고아환상)이 그 예인데,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인 자아존중감(자기정체성)이 낮은 사람은 뭘 해도 안 된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다른 점들은 다 좋은데 하나가 문제인 경우를 커버(성형)하려는 것은 노력으로 봐줄 수 있다고 하십니다.  

욕망이라는 것은 강화되고 합리화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지름신이 강림했다는 구매욕구가 그 예입니다. 이것과 구별되는 것이 쇼핑광입니다. 쇼퍼홀릭은 병이죠. 죄의식,도덕관(인내, 근검절약)이 욕망을 주저하게 만들죠. 그래서 밖의 초월적 존재(지름신)에 일종의 방어기제를 만들어 투사하는 것이죠. 썰렁한 농담하기, 허탈하면 크게 웃기도 일종의 방어기제입니다. 투사에서 합리화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만족감을 얻고 싶은 장치이죠. 

<결론> 

내가 나이고 싶은 욕망과 어딘가 소속되고 싶은 욕망 사이의 갈등은 항상 존재합니다. 도시의 삶은 나의 욕망들을 충족시켜 주는 장치들(적당한 가격, 적당한 재화)을 갖고 있습니다. 도시적 삶의 trinity(삼위일체)는 자동차, 인터넷, 휴대폰입니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내가 나의 삶의 조건들을 주도권을 쥐고 끌고 가야지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킹스크로스역의 벽에서 wizard의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을 보는 자만이 알 수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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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만남 2009-07-13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dware님/상세한 후기, 감사합니다. 강연 주제였던 책을 검색하신 분들도 함께 보실 수 있도록 위 페이퍼에 하지현 교수님의 <도시 심리학>을 '알라딘 상품넣기'로 추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