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로쟈를 알았을 때 난 로쟈가 여성인가 생각했다. 로쟈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견은 로쟈를 여성으로 생각하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로쟈의 실명을 알게 되고 그제서야 로쟈가 남성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그 실망감!! 인문학을 하는 묘령의 여성이라는 생각이 배반받는 순간, 난 굉장히 실망했다.
해가 붉게 오른 날, 상암동으로 갔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저녁,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로쟈와의 만남을 가졌다. 인문학 보다는 사회과학쪽에 더 관심이 많은 처지지만 최근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서로의 영역을 침투하는 상황이므로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서로 다른 분야만은 아니다. 모두 같은 학문이다. 로쟈도 그렇게 생각하는가는 의문이지만...
로쟈는 말을 상당히 재미있게 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인문학 전문가라는 선입견이 주는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학구적이고 진지한 사람일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진지하지만 재미있는 분이라는 인상이다.
강연에서 개인적인 생각들과 일반적인 주제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그 다음에는 질문들어온 것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애초 굉장히 전문적인 이야기들이 나오리라는 기대는 곧 없어졌다. 전문적이었다라기 보다는 재미있게 들었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대중사회에서 책은, 대중사회에서 저자는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듯 했다. 대중과 소통되고 통하는 책과 저자만이 생존한다는 자본주의사회의 문화룰이 적용되는 것이다. 역으로,내게는 대중사회에서 책읽기가 무엇을 지향해야 하고, 무엇을 지양해야 하는가를 시사하는 뜻 깊은 시간이기도 했다.
책은 물론 지혜의 보고다. 그러나 때론 책읽기가 독서자와 책에 대해서 모두 착취이자 억압이 되기도 한다. (난 그런 친구를 하나 안다... ) 로쟈는 강연 중에 상당 부분을 자신의 책읽기와 서평쓰기 노하우를 안내했다. 내 경우 서평쓰기는 거의 끊은지 일년이 다 되간다. 서평쓰기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책읽기를 흔들어 놓는 것이 이유다. 이젠 거의 책읽기만 한다.
로쟈는 우리 사회의 문맥에서 공부의 달인 중 하나다. 책읽기, 서평쓰기의 달인 인 것이다... 묻고 싶었으나 묻지 못한 질문 중 하나는 지금 자신이 하는 것이 싫은 때도 있지 않냐하는 것이다. 책읽기와 서평쓰기가 싫지 않냐는 질문이다. 결국 묻지 못했고 답을 듣지도 못했다. 내 자유로운 추측에 책의 달인 로쟈는 자신에게 주어진 세평에 항상 즐겁지는 않을 것 같다.
하여튼 나도 책읽기가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 중 하나고, 그 분야의 달인을 한번 뵌 것은 참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