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인지도 인식되지 못한 채, 어느새, 어딘가에서, 누군가로부터 전해져 머릿속에 자리잡은 생각들이 있다. 그것들은 때로는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규범과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내 머릿속에 살면서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게 하는 잣대 노릇을 당당히 하고 있다.  그것이 정해놓은 범위안에서는 모든 것이 정상으로 문제없이 흘러가지만, 그 경계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비정상'으로 낙인을 찍고 뭔가 모를 '불편함'을 느끼게 만든다. 놀라운 것은 모든 사람이 동일한 그것들을 가지고 있기에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대상은 금새 모두로부터 '소외'되고 만다.  

< 3xFTM >이라는 이 다큐영화는 바로 그것들에 대해 질문을 하게 만든다. 출처도 알 수 없는 생각에 나는 왜 이렇게 익숙해져 있었던 것일까? 왜 당연한듯 받아들이고 있었을까? 왜 그 기준에 벗어나는 것들에 나도 모를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을까?   

다수가 가진 기준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에 대해 다양성을 인정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 한켠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저도 모르게 거리를 두는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나 역시 고등학생 시절 동성의 친구로부터 우정 이상의 감정을 전해받은 적이 있었다. 친구에게 상처가 될까봐 내색은 못했지만 너무 당황스러웠고 조금은 두려운 느낌까지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나는 왜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어렸기 때문에? 그것은 아닐 것이다.  사회적 관념과 인식이라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어쩌면 더욱 견고한 위치를 차지해 가는 것 같으니까. 

다시 한번 질문을 해본다. 도대체 그 사회적 관념과 인식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다수가 가진 기준은 무엇일까? 그것들이 항상 옳은 것일까? 추상적이면서도 너무나 구체적인 그것들은 누가 정한 것일까? 

영화를 돌이켜 본다. '여성성과 남성성'은 대체 무엇일까?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은 과연 무엇일까? 분홍색은 여자의 것, 하늘색은 남자의 것, 인형은 여자의 것, 로보트는 남자의 것. 하나하나의 사물에까지 적용되는 그 여성과 남성은 도대체 누가 정해놓은 것일까?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모두에게 너무 자연스러운 것들이, 또 다른 어떤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못할수도 있다. 이 영화 속의 세명의 주인공들이 바로 그러하다.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인지도 모르나 모두가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전혀 문제되지 않는 것이, 주인공들에게는 너무도 커다란 문제이며 그로인해 그들에게 아픔과 슬픔이 된다.  

남자는 1번, 여자는 2번이라는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어떠한 문제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그것이, 삶의 커다란 장애가 되는 사람들.  남자와 여자의 신체는 다르다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때문에, 늘 긴장하고 움츠리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  영화를 통해 내가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마 그들이 겪어왔던 수 많은 어려움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 '당연함'때문에 '비정상'이 되어야 했던, 그래서 자기 자신을 긍정할 수 없었던, 그래서 너무도 힘들었던 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회가 들이미는 잣대때문에 자기자신을 긍정하지 못하는 사람들..  

어쩌면 떠올리고 싶지도 않았을 이야기들을 끄집어내고, '다수'라는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민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평생을 숨기며 조심스럽게 살아온 이야기들을, 불안과 긴장을 안고 살아온 시간들을 들려준 그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어쩌면 너무 상투적인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여러분은 틀린 것이 아니라 그냥 조금 다른 것일 뿐이라고.  

"부모님께서 이혼하셨어요"라는 말이 도저히 입 밖으로 소리낼 수 없는 힘든 이야기였지만,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은 색안경을 끼고 말한 이를 바라보게 하는 이야기였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이해받는 것처럼, "나는 FTM이예요"라는 말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이해되는 날이 올 거라고. 

그리고, 스스로 당당하고 행복해지시길 바란다고. ^^

덧붙이기. //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해준 영화, 너무 아름다우시던 감독님의 말씀, 정말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  그리고 개인적으로 백가흠 작가님을 직접 뵙고 싸인까지 받을 수 있어서 또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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