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이 강연을 듣고 느낀 것들 중 지금 생각나는 것 하나.  

바로 우리는 희망하기 위해 절망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가 존경하는 한승원 작가님의 작가의 말이라며 소개해 준 구절이 있다. 

화가들이 데생하는 것을 보면 놀라운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어두운 면을 그리면 밝은 면이 자동적으로 드러나게 되면서 그림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 시대,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통해 우리는 밝은 면이 드러나게 되고 그 밝은 면에서 희망을 찾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통일 후의 상황들,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절망적 상황이라는 것을 이응준 작가는 강조했다. 사실, 강연을 듣기 전에는 참 잔인하다고만 생각했지, 그것이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서 통일 한국의 실제 모습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아니 상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자신 속의 방어기제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기피했을지도 모를일이다. 언젠가 통일된 한반도의 모습을 그려는 보았겠지만 참담함은 외면하고, 민족의 소원을 이룬 감격적인 면만 보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의 그 감격적인 순간만을 보는 버릇을 무참히 깨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진정 그 감격적인 순간을 맛보기 위해서는 기꺼이 환란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한다. 환란, 그 끝없는 어둠 속에서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을 심기를 주문한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모든것이 평온한 상태에서 그 질문은 간절해지지가 못한다. 환란, 내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우리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절박하게 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환란으로 다시금 태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데생의 어두운 면에서 밝은 면이 저절로 드러나는 것처럼. 

어쨌든, 이 강연을 통해서 환란의 희망적 의미, 즉 남북 통일의 현실이 어두울지라도 그것을 감내해야 하는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가장 큰 소득이었다. 결국 이 책에 나오는 구절처럼 통일이 되어 우리는 불행할 지라도, 나는 너를, 너는 나를 만나서 좋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보다 통일 후 우리 앞에 닥쳐온 현실은 훨씬 잔인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운명의 주인은,  혹은 국가의 주인은 누구인가. 라는 근본적 물음의 지속적인 제기는 결국 밝은 면을 드러낼 것이다. 그 환란의 시기가 언제까지인지는 약속할 수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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