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My Heart Is Not Broken Yet 

감독 안해룡 / 다큐멘터리, 드라마 / 95분 /


 + <봉선화가 필 무렵> 작가 윤정모

 

 

 

시사회 이벤트 같은 것에 처음 당첨되어서 많이 떨렸다. 당첨이라니! 꺄아.   

하지만 무엇보다 더욱 떨린 건 이 영화의 주제가 결코 가벼운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우리 엄마는 내가 어릴 때부터 여성의 전화에서 일해오셨다. 그래서 자연스레 어릴 때부터 그런 문제를 많이 접해왔고, 학교를 다니면서도 많이 접해왔다. 책을 읽거나 누군가에게 위안부와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때면 상상할 수 없는 짓들을 많이 한 일본과, 그렇게 굽신거려야 했던 그 때 그 조선이라는 나라와, 그렇게 만들었던 친일파들을 어떻게 하면 때려눕힐 수 있을까 하는 분노로 속이 부글거렸다. 중2때 처음으로 나눔의 집에 가고, 후에 고등학생이 되어 자원봉사를 했었다. 친구와 함께 저녁마다 전시실에 갔다. 그렇게 했는데도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깊이 알지 못했다. 깊이 공부를 하지 못했기도 하고 할머니들과 이야기를 제대로 나눠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내가 몰랐던 부분들과 시간의 흐름을 잘 짜집어서 보여주어, 무엇보다 훌륭한 역사공부를 하고 온 것 같다. 그 어떤 교과서보다 훌륭한 영화였다. 더 많은 학생들이 이런 영화를 보고 느끼고 나눠야 한다. 그래서 물어보니 공동체 상영을 한다고 한다. 우리 학교도 얼른 신청해서 봤으면 좋겠다.  

송신도 할머니는, 너무 멋있었다. 정말 기가 센 할머니다. 16살 때 집안에서 정해준 결혼을 하기 싫어 가출을 했다는 것도 참 대단하다. 그 시대에 집안에서 정해준 결혼이 싫어 집을 뛰쳐나오는 여자가 어디 있을까? 영화를 같이 본 큰이모와 함께 집에 가며 "그 할머니 기 쎈 할머니야. 만약 뭔가 배운 할머니였다면 지금쯤 무얼하고 계실까."라고 말하던 게 떠오른다. 

할머니는 여러 집회에서 가슴에 남는 말만 하신다. 가장 간단하게, 절대로 전쟁을 두 번 다시 하지 마라. 우리 같은 아이들이 있으면 안된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야,  마음이 중요한 거야. 그리고 정말 끝에서 두번째 재판에서 지고 말하는 영화 제목,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어. 그러니까 여러분도 힘내. 모두 고마웠어.   

할머니는 일본에서 60년 이상을 살아오셨고 일본어 사투리까지 쓰신다. 그런 할머니가 한국 수요집회에 오셔서, 한국말과 일본어를 섞어가며 이야기를 하셨다. 나눔의 집 할머니들과 함께 섞여 한국말도 쓰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한복을 입는다. 왠지 모르게 할머니에게 한복을 사드리고 싶고, 한국 전통 음식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다.  

사실 송신도 할머니는 잘 몰랐다. 한국에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도 다 알지 못하는데. 하지만 일본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할머니 팬이 되었듯, 나도 영화를 보고 난 후 할머니 팬이 되어 버렸다. 영화를 본 사람들 모두 그렇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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